자본시장 위기 속 한줄기 희망의 빛 찾기 [한국의 창(窓)]
유동성 공급 발목 잡는 높은 물가상승률
인플레 따른 금리인상 자본시장 개선 난항
주주가치 위한 건전한 기업지배구조가 답
지난해 자본시장 실적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2022년 1월 3일 2,988.77이었던 코스피는 폐장일인 12월 29일 2236.40으로 작년 한 해 28.8% 떨어졌다. 코스닥 시장은 더욱 심각해서 지난해 하락 폭은 40% 이상이다. 물론, 우리만 어려웠던 것은 아니고 미국도 심각한 상황이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S&P500도 20% 정도 떨어졌고, 경제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술주 회사가 주로 상장된 나스닥의 하락은 40%에 이르렀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상황을 제외하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자본시장이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런데 현재는 대응책 모색에 있어 그때와 다른 어려움이 있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통해 제로금리를 시행했고, 그뿐 아니라 '양적완화'라는 이름으로 추가적인 대규모 유동성 공급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주식 가격 하락으로 혼란에 빠진 자본시장을 진정시키고 금융시스템의 원활한 작동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유동성 공급 정책에 부담이 적었던 것은 당시 물가상승률이 현재처럼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동성을 공급하더라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효과가 크지 않아 완화적 통화정책의 적극적인 활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그때와 다른데, 미국도 그렇고 우리 역시 물가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다. 2022년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5.1%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에 달한다. 미국도 지난 6월 9.1%였고 최근 다소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내내 최근 2022년 11월까지 7% 이상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인상 요인 때문에 유동성 공급으로 자본시장 상황을 개선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본시장 위기에서 어떻게 미래의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자본시장의 핵심은 투자자가 투자한 자금에 타당한 수익이 제공될 수 있는지 여부다. 결국, 기업가치의 문제이며 기업가치가 궁극적으로 주주가치로 연결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여기에서 기업가치는 해당 기업이 미래에 벌어들일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의미하는데, 이를 현재가치로 평가할 때 할인 개념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그 할인을 결정하는 핵심이 이자율이다. 즉, 높은 이자율의 환경이라면 같은 미래 수익이더라도 높은 이자율로 할인된다는 뜻이기에 기업의 수익이 같아도 기업 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바로 지금이 그런 환경이고,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자본시장에서 대부분 기업가치가 낮아지고 주가가 하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만약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이를 상쇄할 수 있도록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 즉 수익, 특히 세후 수익을 높이는 방향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현재 같은 경제에서는 규제 개선으로 기업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거나 기업 또는 투자 관련 세금 부담을 줄이는 정책이 중요하게 된다. 결국,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한 상황에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완화적 통화정책은 쉽지 않고 그렇다면 기업이 현금흐름을 늘릴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거나 투자 관련 세금 부담을 줄여 세후 수익을 늘리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뜻이다.
또한, 기업가치가 투자자 입장에서 주주가치로 온전히 연결되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진정 주주가치를 위해 일하도록 만드는 건전한 기업지배구조 역시 중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특히 기관투자자들은 투자기업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기업 및 주주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역할하는 스튜어드십(stewardship)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경영진 자신이나 내부인이 아닌 주주를 위해 일하는 건전한 지배구조와 함께 기업의 성장이 이루어져야 현재의 자본시장 위기에서 희망의 빛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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