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예산' 성남시, 취약계층 생계 '긴급조치'… '이재명 흔적 지우기' 강대강 대치
10년 만의 ‘준예산 체제’에 돌입한 경기 성남시가 저소득 취약계층과 어르신 생계유지와 관련된 사업비들을 예산 편성에 앞서 지급하는 ‘긴급조치’에 나섰다.
선결처분권은 예산안 의결이 지연될 때 주민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긴급하게 필요한 사안에 대해 지자체장이 행사하는 예산집행 비상 조치권이다. 시는 향후 선결처분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 신상진 “명백한 직무유기”…공공근로 등 18개 사업비 긴급 처리
신 시장은 “시민 피해와 시정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부득이하게 선결처분을 실행하게 됐다”며 “이번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학교 무상급식, 공동주택보조금 등 늦어질수록 피해가 늘어나는 민생예산들이 많이 남아있는 만큼 시의회는 2023년도 예산안을 하루빨리 처리해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앞서 시 집행부와 성남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3일부터 ‘청년기본소득 예산 30억원’ 편성 문제로 마찰을 빚어 오다 결국 회기종료(12월31일) 시한을 넘겼다. 민주당은 청년기본소득 지원 조례가 존재하는 만큼 추경에라도 관련 예산 30억원을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국민의힘과 성남시는 2023년 예산안에 청년기본소득 항목이 없고 ‘청년취업 올패스’를 청년지원사업으로 도입하는 만큼 민주당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며 맞섰다.
신 시장은 “30억원에 불과한 청년기본소득 예산을 볼모로 3조4406억여원 규모의 올해 예산안 전체를 발목 잡는 건 정치적 이익만을 관철하고자 92만 성남시민의 민생을 포기하는 명백한 직무유기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준예산 사태가 민생과 지역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생각하면 매우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긴급조치 대상 사업은 65세 이상 어르신 6400명 대상 소일거리사업(82억7000만원)과 5900여명 대상 사회활동지원 일자리사업(210억원), 취약계층 1275명(단계별 425명) 대상 공공근로사업(63억8000만원), 상하반기 344명 대상 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21억9000만원) 등이다.
아울러 치매 등으로 인해 돌봄과 상시 보호가 필요한 어르신들을 위한 365어르신돌봄센터운영사업(2억2000만원)과 함께 지역아동센터 운영(58억8000만원), 그룹홈운영(9억7000만원) 등 아이들을 위한 사업도 포함됐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위한 보훈 명예수당(7억3000만원), 명절 보훈가족 위문비(3억8000만원), 국가유공자 생활보조수당(4700만원)도 우선 집행한다.
지난 1일부터 준예산 체제에 들어가면서 시는 당초 시의회에 제출한 2023년도 예산안 3조4406억여원 가운데 56.7%인 1조9501억여원으로 준예산을 편성, 운용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의 골은 쉽게 메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의회 국민의힘은 파행의 원인이 된 청년기본소득 조례의 폐지를 재추진하기로 했다.
이날 시의회 국민의힘 김종환 의원은 청년기본소득 지급 폐지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고, 국민의힘은 이를 포함한 3건의 조례안을 처리하기 위해 20일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기로 했다. 소집요구서는 시의회 의장에게 제출된 상태다. 시의회 민주당은 “막장 드라마”라며 이를 저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처리 과정에서 또 진통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시작한 청년기본소득을 폐지하는 조례 외에 역시 이 대표가 시장 시절, 제정한 남북교류협력 관련 조례안 폐지도 추진하기로 했다. 2건의 폐지 조례안은 국민의힘이 지난해 11월 정례회에서 발의해 처리하려다가 민주당의 반대로 철회한 것들이다. 다수당인 국민의힘은 본회의 재상정 절차를 거쳐 조례 폐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시의회 민주당 조정식 대표는 “국민의힘 소속 의장이 청년기본소득 폐지 조례안 등의 심사 기한을 정해 원포인트 임시회 본회의에 직권상정 의지를 보인다면 사태를 더 악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신 시장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당인 민주당을 시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소통과 협치로 성남시를 운영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성남=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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