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가정으로 돌아올 수 없었던 노동자들
- 노동부와 검찰의 소극적 대응 논란. 지난해 산재 사고는 11월 30일 기준 총 519건. 고용노동부는 194건을 중대재해 사건으로 입건해 31건을 기소 의견 송치했고, 그중 검찰의 기소는 단 6건뿐 - 고용노동부 '처벌'보단 '예방'에 중심을 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노동자의 참여 보장 방안 언급이 없어 '자기규율'이 '규제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 있어
3일 밤 PD수첩 <그들은 처벌받지 않았다>에서는 올해 1월 27일 시행 1년을 맞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약칭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대한민국의 산업재해 사망자들과 노동 실태를 집중취재했다. 정부에서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 따르면 2021년 산업재해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828명. OECD 38개국 중 34위로 심각했다. 사망자 수준을 비교하면 영국의 1970년대와 독일 일본의 199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기대와 우려 속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지난해 11월 기준 산업재해 사망자는 544명. 여전히 높은 사망률을 보였으며, 추락과 끼임 등의 후진국형 산재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지난해 3월, 동국제강 하청업체의 크레인 수리기사로 일하던 이동우 씨. 그는 크레인 점검을 위해 안전띠를 고정해 두었던 와이어가 작동하며 사망했다. 사고 조사 과정에서 회사 측이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사고 현장을 방문했던 권영국 변호사는 작업자가 정비 전 크레인의 전원을 차단하지 않은 점과 상부 신호수를 두어야 하지만, 당일 신호수가 부재했던 점을 지적했다. 회사 측은 경영진의 형사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처벌 불원서'를 조건으로 고인의 아내 권금희 씨에게 합의를 제시했다. 회사 측이 변호사비를 아끼자며 요구했던 합의서를 거부한 권씨는 서울 본사 앞에서 동국제강 대표의 공식 사과와 사망사고 책임자의 처벌을 요구했다. PD수첩은 동국제강에 공식 취재를 요청했지만, 동국제강 관계자는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화일약품 화학공장에서 벌어진 폭발사고로 직원 열일곱 명이 다치고 한 명이 사망했다. 사망자는 29살의 신입사원 김신영 씨. 2022년 9월에 일어난 폭발사고는 경영자가 안전 관리 규정을 지키지 않은 인재로 드러났다. 사고 당일 폭발은 막힌 배관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장비 가동을 멈추지 않고 비전문가에 의해 작업이 진행된 것, PD수첩은 재해 사망과 관련해 회사 측에 문의했지만, 화일약품은 수사 중이라 답변할 수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지난 10월 대기업 SPC의 계열사 SPL에서 산업재해로 젊은 노동자가 사망했다. 23세의 이모(가명) 씨는 소스를 배합하는 교반기에 끼임 사고로 사망했다. 사고가 발생한 교반기는 뚜껑이 없었고 '자동멈춤장치' 또한 설치되지 않았다. 안전작업 표준서에 교반기 작업은 2인이 한다고 명시됐지만, 사고 현장에는 이씨 혼자였다. 강동식 SPL 대표이사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했다. 회사 측이 2인 1조 작업 규정을 어겼는지가 쟁점. 강동식 대표이사는 두 사람이 함께하는 작업으로 정리돼 있지만, 2인 1조라고 단언하기 어렵다며 현재 조사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SPL이 PD수첩에 보낸 답변서의 내용도 비슷했다. 작업을 2인이 하지만, 모든 공정을 둘이서 같이 하는 게 아니라고 해명한 것. SPL은 사고가 난 다음 날 사고 현장을 흰 천으로 가린 상태로 직원들에게 작업을 계속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권영국 유족 대리인 변호사는 일하는 노동자들을 돈벌이 대상으로 보는 것. 노동자들의 '인권'과 '정서 감정'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재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전, 산업재해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에게 부과되는 과태료는 약 400만~500만 원 정도. 전문가들은 안전사고를 예방하는데 드는 돈보다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내는 과태료가 훨씬 싸다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런 산업재해의 책임이 있는 경영자를 처벌하자고 만들어진 법이었다.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수사를 받았던 두 회사가 있다. 바로 대흥R&T와 두성산업. 공업용 세척제를 사용하는 업체인 두 곳의 직원 일부가 유독성 '트리클로로메탄'에 중독되는 사고가 있었다. 대흥R&T 노동자 13명과 두성산업 노동자 16명, 김준기 대흥알앤티 노조 사무장에 따르면 간 기본수치가 40인데 800에서 1,000을 넘은 피해자도 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조사에 나섰다. 두 회사는 유독가스를 빨아들이는 '국소배기장치'의 문제가 있었다. 창원지검은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두성산업 대표를 기소했고 대흥R&T 대표이사는 불기소처분했다. 대흥R&T가 안전 보건에 관해 노동자의 의견을 들었고 안전 보건 의무를 이행했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이곳의 노동자들은 회사 측이 분기마다 1회 열도록 규정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했다고 비판하고 있었다. 노동자들이 안전 점검을 하려고 하면 조퇴와 휴가를 쓰게 하고, 조퇴 이후에 점검하려고 하니 경찰을 부르는 등 회사를 나가라고 했다는 것. PD수첩은 대흥R&T에 해당 사고에 관해 물었지만, 회사 측은 별다른 입장이 없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간염 환자 16명이 집단 발병하며 <중대재해처벌법> 1호로 기소된 창원의 두성산업은 공장의 문이 잠기고 간판은 흔적만 남았다. 공장은 다른 업체가 인수했고 공장 설비의 70%를 경쟁사에 매각했으며, 노동자들의 고용도 승계시켰다고 했다. 두성산업은 한편 법원에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지난 6월 박대출 의원이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무부 장관이 정한 재해 예방 기준을 지키면 사업주 처벌을 줄여주겠다는 내용. 법안 발의에 참여한 권성동 의원은 '처벌보다는 예방'을 주장했다. 사람들이 자기가 책임질 수 있는 책임주의 원칙에 의해서 범위를 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수진 의원은 이제야 (지난해 1월) 법을 시행했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여당에서 법안을) 완화하려고 입법하는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 취지와도 엇나가는 행위"라는 것.
지난해 산재 사고는 11월 30일 기준 총 519건. 고용노동부는 이 중 194건을 중대재해 사건으로 입건해 31건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31건 중 6건을 기소한 상황. 특히 두세 차례 거듭 중대재해 사고를 일으킨 대기업도 있지만, 대부분 기소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새로 법률이 제정돼 판례가 축적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처벌보다 예방의 중심의 정책을 펴겠다며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법을 엄중하게 집행하다 보니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고용노동부 양현수 과장은 처벌보다는 예방에 대한 투자와 노력을 더 할 수 있도록 기존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한 지 일 년도 안 돼 개정법안이 발의됐다. 정부는 처벌보다 자율을 중시하겠다고 정책의 변화를 예고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현장에서 벌어진 사망사고를 '어쩔 수 없는 사고'라고 보는 것과 '기업과 경영자가 안전 예방을 소홀히 해서 벌어진 범죄'로 볼 것인지에 따라 견해가 다르다. 이 법을 위해 29일 동안 단식을 했던 용균이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단식 투쟁 당시 1년에 11만 명 이상이 죽거나 다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녀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 법이 온전히 제정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하며 힘써 법이 제정됐지만, 아직도 법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하고 노동자들은 고통받고 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3/society/article/6442281_361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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