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않는 이들에게 출산 권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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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토끼해가 밝았다.
①여성을 출산 도구로 바라보는 사회에서 개인으로 존엄할 수 없으며 ②스토킹·성범죄 등 젠더 기반 폭력이 만연한 곳에서 안전할 수 없고 ③출산·육아·가사의 이중 부담이 일상을 짓누르고 파트너의 공평 부담을 기대할 수 없는 한 재생산을 기약할 수 없으며 ④직장 내 성차별과 임금 격차가 여전한 구조적 불평등 아래 자아실현은 사치라, 출산은커녕 결혼과 연애까지 거부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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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토끼해가 밝았다. 새해 첫 칼럼인 만큼 ‘토끼 같은 자식 이야기’를 해보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모든 분야의 정책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을 정도로 주력하는 인구, 즉 ‘저출생’ 이야기다. (현상의 책임을 여성에 지우는 ‘저출산’ 대신 ‘저출생’이라는 표현을, ‘합계출산율’ 같은 학문 용어는 그대로 쓰겠다.)
합계출산율 0.7명대 전망에 정부의 움직임은 절박하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전국을 누비며 ‘산파’ 역을 자처하고,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부처 폐지 후 보건복지부 내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 편입에 전력을 다한다. 육아휴직 기간과 급여 지급 대상 확대도 검토한다.
“인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2030세대의 마음으로 들어가야 한다.” 월간조선 2023년 1월호 인터뷰에서 나 부위원장의 생각은 이같이 요약된다. 일견 타당해 보이나 각론에선 물음표가 찍힌다. “아이 안 낳는 이유를 들어보면 남성은 주택과 교육비, 여성은 자아실현과 교육비라는 응답이 제일 많다”면서, 정작 해결책은 ‘가족 단위’의 ‘금전적 어려움’을 경감해주는 것으로 귀결된다. ‘출산은 자아실현의 걸림돌’이라는 여성들의 외침은 남성들의 경제적 부담 호소에 후행한다.
보수 정치인이 꺼내기 쉽지 않은 ‘등록혼(동거 커플에게 부부에 준하는 법적 보호 제도)’ 언급은 인상적이나, 이미 늦었다. ①여성을 출산 도구로 바라보는 사회에서 개인으로 존엄할 수 없으며 ②스토킹·성범죄 등 젠더 기반 폭력이 만연한 곳에서 안전할 수 없고 ③출산·육아·가사의 이중 부담이 일상을 짓누르고 파트너의 공평 부담을 기대할 수 없는 한 재생산을 기약할 수 없으며 ④직장 내 성차별과 임금 격차가 여전한 구조적 불평등 아래 자아실현은 사치라, 출산은커녕 결혼과 연애까지 거부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인식조사에 따르면, 19~34세 청년 중 65%는 현재 ‘연애를 하지 않고 있지 않다’고 했으며, ‘스스로 원해서 연애를 하고 있지 않다’는 응답은 남성에 비해 여성이 월등히 높았다. 반면 ‘상대가 없어 연애를 못한다’고 응답하는 비율은 남성에서 높았다.
‘스스로 연애를 원하지 않고 자아실현을 위해 출산하지 않는 여성’들에게 돈을 쥐여 주거나 육아휴직을 당근으로 제시하며 “아이 낳으라” 하니 효과가 있을 리 만무하다. 통계 석학 고 한스 로슬링은 “저출산(저출생) 극복은 인구정책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페미니즘을 통해 적극적인 (양)성평등이 이뤄질 때 변화가 시작된다(경향신문 2015.10.4)”고 했다. 한국 출산율을 집중 조명해온 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은 “한국 저출생 위기의 근본 원인은 ‘성차별적 사회구조’다. 한국이 성평등을 이루기 전까진 출산율 반등은 어려울 것이다(한국일보 2022.9.29)”고 했다.
이제 “왜 아이를 안 낳느냐”고는 그만 묻자. 2040 서울시민 10명 중 6명은 “출산 의향 없다(서울시여성가족재단 조사)”는 게 현실이다. 출산 의사가 있는 것이 소수라는 얘기다. ‘저출생’이라는 현상으로 개인이, 특히 여성들이 세상에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①, ②, ③, ④가 모두 버무려진 이런 성차별적 세상에서 아이를 대체 왜 낳아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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