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도 되찾고 지원금도 받고…올해 금연 도전 어때요
가족 등 나만의 동기로 다짐한다면
담배 안 끊으려야 안 끊을 수 없어
노원구, 금연 성공 땐 최대 60만원
지난해 797명 1억6000만원 받아
담배를 끊은 지 5년 된 김부선씨(71)는 흡연을 하는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끊어라. 금연이 득이 되면 득이 됐지, 손해 보는 일이 아니다”라고 권한다. 김씨가 47년간 피워오던 담배를 끊을 수 있었던 데는 하나뿐인 손자의 역할이 컸다.
“손자가 ‘할아버지한테 담배 냄새 나서 싫다’며 ‘할아버지 담배 끊으면 갈게요’ 하더라고. 그래서 약속했습니다. 안 끊으려야 안 끊을 수가 없었죠.”
김씨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금연을 시도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그는 “그때는 절실함을 못 느꼈던 것”이라며 “이번에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담배를 끊을 확실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3년째 금연 중인 이현석씨(58)는 담배를 피울 때만 해도 과민성대장증후군에 시달렸다. 볼일을 다 본 후에도 찜찜한 느낌이 있었다. 담배를 끊자 이 증상도 사라졌다.
“금연 2년차까지는 담배 냄새를 맡으면 피우고 싶었거든요. 3년차가 되니까 길거리에서 우연히 담배 냄새를 맡으면 짜증이 나더라고요.”
이씨는 38년 흡연 인생을 종료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로 ‘담배 없는 공간에서 일할 수 있게 된 점’도 꼽았다. 최근 이직했는데 주변에 담배를 피우는 동료들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원래도 담배를 일주일에 한 갑 정도만 피웠는데 술을 마시면 담배 생각이 나더라”며 “결단만으로는 끊기 쉽지 않다. 금연 환경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이들은 금연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구청 금연클리닉의 도움이 컸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노원구는 전국 최초로 금연환경조성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등 금연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 금연클리닉은 노원구 보건소 2층에 마련돼 있으며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금연 인센티브인 금연성공지원금은 주민 호응이 가장 높은 금연정책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금연성공지원금을 지급하는 곳은 노원구가 유일하다. 전북 장수군도 금연에 성공하면 일정 금액을 지급한다.
노원구는 2014년부터 주민등록이 돼 있는 주민 중 금연에 성공한 경우 최대 6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한다. 지원금은 한꺼번에 주지 않고 금연 성공일까지 성공 개월 수에 따라 지급된다. 금연 1년 성공 시 10만원, 2년 성공 시 20만원, 3년 성공 시 30만원을 각각 지급하는 방식이다. 보건소는 금연 도전자들에게 각각 때가 되면 연락해 모발 니코틴 검사를 받도록 한다. 금연 여부를 확인한 후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김인숙 노원구 보건소 금연상담사는 3일 “모발 검체는 국립암센터로 보내 검사를 의뢰한다”며 “모발 니코틴 검사는 흡연 시, 간접흡연 시, 금연 시 각각의 수치가 다르게 나올 만큼 정확하다”고 말했다. 여느 구청 금연클리닉의 경우 6개월 정도 금연 여부를 관리하는 반면 노원구는 3년간 지속적으로 금연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지원금 재원은 금연구역 내 흡연 단속 과태료를 통해 마련된다.
이씨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지원금이 금연을 이어가는 하나의 계기이자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주민 6990명이 금연클리닉을 찾아 상담을 받았으며 2170명이 클리닉에 등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797명이 금연 도전에 성공했는데 이 중 310명이 3년째 담배를 끊은 이들이다. 지난해 금연성공지원금으로 지급된 금액은 약 1억6000만원에 이른다.
김 상담사는 “한 어르신이 금연 한 달 만에 까맣던 손이 제 색으로 돌아왔다고 감격스러워한 일도 있었다”며 “자녀 출산을 앞두고 금연을 결심하는 아빠들이 많은데 출산 6개월 전에는 도전해야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연 성공 비법도 있다. 민트가 들어 있는 사탕이나 시원한 물, 양치질 등으로 입을 개운하게 유지하는 게 좋다. 금연을 왜 시작했는지도 잊어버리면 안 된다. 김 상담사는 “담뱃값을 아끼는 것은 물론 건강이 좋아지고 주변 사람에게 간접흡연 피해도 주지 않게 된다. 금연 성공은 최소한 1억원 이상을 버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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