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권역서 고려시대 추정 유물 나와…글자 새겨진 담장 돌도(종합)
"호기심 위주의 단순 관람 방식" 지적도 담겨…향후 관리·활용 방안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조선 시대 '경복궁 후원'의 역사를 품은 청와대 권역에서 고려 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기와 조각 등이 확인돼 역사적 가치 평가 및 조사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청와대 관리·활용과 관련한 정부 차원의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지난해 5월 국민에 개방된 청와대 권역의 역사적 가치를 확인하고 체계적 보존·관리 기반을 마련하고자 사단법인 한국건축역사학회 등에 의뢰한 '경복궁 후원 기초조사 연구' 결과를 3일 공개했다.
청와대는 역사적으로 고려 시대 남경의 이궁(왕궁 밖 별궁)이 있었다고 전한다.
조선 시대에는 경복궁 후원으로 사용됐으며 후기인 1860년대 경복궁을 중건한 고종은 청와대 권역을 창덕궁 후원과 유사한 기능을 갖춘 곳으로 조성하고자 했다고 알려져 있다.
궁능유적본부에 따르면 연구진들은 크게 고건축, 근대건축, 식물과 조경시설물 등으로 나눠 조사했다.
경복궁 중건 당시 조성된 후원을 중심으로 고려 시대부터 청와대 개방 이전까지의 시대적 변천을 다뤘으며 분야별 현황을 정리하고 문화·자연 유산적 가치를 평가했다.
특히 일대를 지표 조사한 결과, 총 8곳에서 고려와 조선 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이 확인됐다.
과거 항공 사진, 건물 배치도 등을 검토해 전문가 3명이 맨눈으로 조사한 결과다.
대정원 서쪽 숲에서는 크기가 작은 토기와 도기, 옹기, 기와 조각 등을 찾을 수 있었다. 침류각 앞마당과 동쪽 산책로, 궁궐 담장(궁장) 일대에서는 백자와 기와 조각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적지 않은 수의 유물 산포지(유물이 점점이 떨어져 있는 장소)가 확인됐다"며 "침류각 영역과 궁장 주위에 많은 유물이 산포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습된 유물 대부분이 기와라는 점, 그리고 조선뿐 아니라 고려 시대 기와로 볼 수 있는 유물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고려 남경과 관련된 건물지 매장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연구진은 정밀 조사를 통해 정확한 시굴 조사 범위를 설정하고 유물 흔적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현재 청와대 권역 담장이 경복궁 후원의 궁장과 일치한다는 점도 확인됐다. 담장 하부에서는 '영(營)'이나 '훈(訓)' 자가 새겨진 돌도 3곳에서 찾아냈다.
연구진들은 앞으로 종합적인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현재의 활용 방식은 기초 조사와 보존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채 매우 한정된 시기를 대상으로 호기심 위주의 단순 관람 방식에 머무르고 있다"며 "다양한 영역에서 종합적인 기초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궁능유적본부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담장 주변과 지형의 변화가 적은 청와대 동쪽 지역 등에서 고려와 조선 시대의 기와와 도기 조각 등이 확인돼 다양한 역사적 층위가 존재하고 있음을 입증한 점이 성과"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복궁 후원의) 문화·자연 유산적 가치 평가와 관련해서는 역사적·학술적·경관적 가치가 있다는 판단과 함께 체계적 보존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를 개방한 지 8개월이 지난 가운데 향후 청와대 관리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청와대를 개방한 이후 최근까지 다녀간 방문객은 약 278만 명에 이른다.
정부는 그간 청와대 보존과 활용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해 왔다.
역사·문화·예술·관광 등 전문가 10여 명이 참여한 대통령실 '청와대 관리·활용 자문단'은 당초 지난해 말까지 청와대 활용 로드맵을 마련하기로 했으나, 현재 발표된 내용은 없다. 거의 매주 열린 자문단 회의는 지난해 말 일부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향후 청와대의 역사보존 및 활용이라는 주요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며 "청와대 권역의 역사적 가치를 구명하고, 국민을 위한 보존활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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