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모금 경쟁 돌입…전략은 ‘품앗이·출향 유명인’

윤희일·박미라 기자 2023. 1. 3.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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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장들 자매도시에 기부…반기문·BTS 등 명단 올라
‘150만원 도자기’ 답례품…“마음의 고향” 감성 마케팅도
로컬푸드·사회적경제 등 기부금 사용 사업 설계 고민 중
오영훈 제주지사(앞줄 왼쪽)가 지난달 23일 서울 용산역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제주감귤을 선물하면서 고항사랑기부제를 알리고 있다. 제주도 제공

지역경제 활성화·지방소멸 대응 등을 위해 지난 1일 시행된 ‘고향사랑 기부제’를 놓고 각 지자체들이 기부금 모으기 레이스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장들은 직접 자매도시에 기부해 ‘품앗이 마케팅’을 선보이는가 하면, 출향 유명인사들의 기부 소식을 적극 알리면서 일반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자신의 거주지가 아닌 고향 등 다른 지자체에 연간 최대 500만원까지 기부할 수 있는 제도다. 기부자에게는 기부금 30% 상당의 답례품이 제공되고, 세액공제 혜택도 주어진다. 해당 지자체는 기부금을 모아 주민복리 등에 사용하게 된다.

정영철 충북 영동군수는 지난 2일 자매도시인 경기 오산시를 방문해 100만원을 기부한 데 이어 오후에는 인천시 남동구를 찾아가 100만원을 전달했다. 그는 이달 중 서울 서대문구·중구, 전남 신안군 등 자매도시에도 100만원씩을 기부할 예정이다. 가세로 충남 태안군수도 같은 날 교류도시인 충북 제천시와 강원 동해시, 경남 고성군에 기부금을 전달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3일 전남 장성군에 기부금을 전했다. 오 지사는 지난해 12월 장성군의 초청으로 방문해 군민 대상 특강에 나선 인연이 있다.

이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자체에 기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도시들에 대한 기부가 품앗이 기부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군수는 “건전한 기부문화에 자매도시 지역 주민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달살기’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제주도의 경우 제주를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는 도시인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지난달부터 감성 마케팅에 돌입했다. 오영훈 지사는 지난달 23일 서울 용산역에서 판촉용 제주 감귤을 나눠주며 ‘마음의 고향’인 제주도에 고향사랑 기부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상당수 지자체들은 유명인 1호 기부자를 내세워 고향사랑기부제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고향인 음성군의 1호 기부자로 이름을 올렸다. 전남도의 1호 기부자로는 해남 출신인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수원 정)이 등록됐다. 경북도의 1호 기부자 명단에는 연기자 이정길씨의 이름이 올랐다.

경북도 1호 기부자로 이름을 올린 연기자 이정길씨(오른쪽)가 이철우 경북지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상북도 제공

경북도는 500만원을 기부한 이씨에게 80여만원의 세액공제 혜택과 함께 답례품으로 지역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제작한 150만원 상당의 도자기를 선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방탄소년단(BTS) 멤버 제이홉이 고향인 광주 북구에 기부의사를 밝히는 등 유명인들의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각 지자체들은 고향사랑기부제의 취지인 기부금 사업에 대한 설계도 고민하고 있다. 수원시는 오는 20일까지 고향사랑기부제로 모으게 될 기부금을 어떤 사업에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시민들로부터 받는다.

전북 완주군의 경우 지난해 민간협력체를 꾸려 기부금제 활성화를 위한 포럼 등을 개최한 끝에 ‘고향사랑기금 운용계획안’을 최근 마련했다. 계획안에는 로컬푸드·사회적경제·생태도시를 지향하는 지역 발전 계획과의 연계, 농업 및 기후위기 대응, 취약계층 지원 등이 담겼다.

제주도는 빠르면 이달 말 고향사랑기금운용심의위원회의를 열고 기부금 사용처를 논의할 예정이다.

기부금은 취약계층 지원과 청소년 육성·보호, 지역주민들의 문화·예술·보건 증진,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그밖에 주민복리 증진을 위한 사업에 사용할 수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 기부자의 경우 환경에 대한 기대감이 큰 만큼 용도를 숲 조성 등 각종 환경보전 사업으로 폭넓게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박미라 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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