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섭→한유섬 만들어진 곳에서 다짐했다… “새 이름, KIA가 내 인생 마지막 팀”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시즌이 끝난 뒤 한 시즌을 곰곰이 복기하던 김정빈(29‧KIA)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왔음을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었다. 부상이 너무 잦았고, 뭔가 스스로도 고비를 못 이겨내고 있었다. 김정빈은 “뭔가 풀릴 것 같으면서도 뜻대로 안 됐다”고 2022년을 담담하게 돌아봤다.
퓨처스리그 시절부터 ‘제2의 정우람’으로 불리며 기대를 모았던 김정빈은 2020년 전반기까지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SSG(당시 SK) 팬들은 정우람과 박희수를 이을 새로운 좌완 필승조가 탄생했다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그 뒤로 뻗어나가지 못했고, 지난해 트레이드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고향팀이나 마찬가지인 KIA에서 새로운 도약을 꿈꿨지만 미완이었다. 시즌 3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00에 머물렀다. 좋은 날은 좋고, 그렇지 않은 날은 너무 좋지 않은 패턴이 이어졌다. 가능성은 내비쳤는데 기복이 심했고, 확실하게 자기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시즌이 끝난 셈이다. 이제 적지 않은 나이.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다.
그때 생각한 게 개명(改名)이었다. 말 그대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뭔가를 바꿔보고 싶었다. 김정빈은 “개명은 시즌이 끝난 뒤 11월부터 계속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면서 “계기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김정빈은 “일단 무조건 안 아프고 야구를 하고 싶었다. 작년도 잔부상에 엄청 시달렸다. 장염이라든지, 감기조차도 엄청 심하게 걸렸다. 그리고 어깨도 안 좋았다가, 무릎도 안 좋았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그런 잔부상이 많았다”면서 “그런 것부터 떨쳐내고 싶었다. 이제 나이도, 자리도 바뀌었겠다 싶었다. 뭔가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해보자고 해서 부모님과 먼저 이야기를 하고, 아내와도 이야기를 했다”고 개명 과정을 설명했다.
이왕 개명을 하는 것, 좋은 기를 얻어보고도 싶었다. 공교롭게도 개명 이후 부상으로 빠지는 시간이 줄어든 옛 팀 선배 한유섬(SSG)에게 조언을 구했다. 한유섬은 자신이 개명을 했던 곳이자, 자신도 손아섭(NC)에게 추천을 받았던 그곳을 알려주며 격려했다. 김정빈은 그렇게 ‘김사윤’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벼슬 사(仕)에 물깊고 넓을 윤(奫)을 썼다.
새로운 이름으로, 새로운 마음, 새로운 운동 방법으로 시작하는 겨울 각오도 남다르다. 비시즌 동안 잔부상을 치료하고 몸 상태를 끌어올리기 위해 매일 아침마다 훈련 공간에 나가 쉬지 않고 땀을 흘렸다. 1월부터는 가족과 잠시 떨어진 채 서울에 올라와 운동에 돌입한다. 운동 방법은 이미 바꿨다. 지금까지는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에서 더 많은 힘을 쓰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했던 김사윤이다. 그러나 이제는 장점을 살리는 쪽으로 선회하기로 했다.
김사윤은 “비시즌 때 항상 웨이트를 많이 해서 힘을 많이 키웠는데 몇 년 동안 그렇게 하면서 구속이 엄청나게 빨라진 건 아니다. 체구가 엄청나게 좋아진 것도 아니었다”고 돌아보면서 “서울에 센터를 차린 후배와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리자고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몸의 스피드나 탄력을 더 집중력으로 살리고 잔 근육을 많이 만들어서 몸의 탄력을 계속 키워나가자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12월도 그렇게 훈련을 했고, 계속 그렇게 준비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은 승부처다. 김사윤도 이제 자신이 적지 않은 나이라는 것, 트레이드 허니문이 끝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밑에서 치고 올라올 후배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보상 선수로 이적한 김대유의 가세로 좌완 경쟁도 치열해졌다. 김사윤은 “고향팀이라 그런지 마음 자체는 참 편안하다. 이제 KIA가 내 인생의 마지막 팀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생각을 했기에 절치부심해서 이름도 바꾸고 온 것도 있다”고 배수의 진을 드러냈다.
당분간 집을 비워야 하기에 아내에게는 미안하다. 김사윤은 “맨날 운동을 하러 다니니까 아내가 겨울에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아내에게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다”면서 “2022년에는 내가 뭔가 보여준 게 딱히 없었다. 그래서 많이 아쉬웠다.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준비한 것 만큼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실력으로 보여드려야 한다”고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팬들에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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