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군 행정사로 사업 홍보한 병역 브로커, 본인 경력도 가짜
대부분 일반인·가짜 인물…다른 업체 상표권 베껴 마찰도
포털 프로필에 ‘공군 수사관 경력’…공군 “일한 사실 없다”
프로배구 선수 조재성씨의 병역 면탈을 도운 혐의로 구속 기소된 병역비리 브로커 구모씨의 행정사무소 지사장들 일부가 행정사가 아닌 무자격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구씨는 군 수사관으로 일한 경력을 홍보하며 병역 면탈 사업을 키웠는데, 이 경력도 일부 허위로 드러났다.
3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구씨는 2020년 7월 홈페이지에 전국 각지의 군 전문 행정사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올렸다. 구씨는 공고글에서 “국군국방행정사의 법정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인력이 부족해 전국 군 전문 행정사들을 채용하고자 하니 많은 지원 바란다”고 했다. 이후 구씨는 경기, 광주, 울산, 대구, 부산, 전주, 대전, 강원, 전남, 충남, 전북, 전남, 제주, 경북, 경남 지사장 명단을 공개하며 행정사를 고용한 것처럼 홍보했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행정사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었다. 지난 6월 대구지사장, 10월 전북지사장에 이름을 올린 A씨는 구씨의 전 부인으로, 지역 시립합창단 단원으로 파악됐다. A씨는 통화에서 “(구씨가) 이름만 올려달라고 해서 (지부장으로)올라간 것뿐”이라며 “(구씨의 사업과) 나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경기 지부장으로 일하며 구씨의 병역 면탈 행위를 도운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서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김모씨를 제외한 나머지 지부장들 모두 행정사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 전북, 전남, 제주, 경북 지사장들로는 개인이 아닌 주식회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는 “김씨 말고 지사장으로 이름을 올린 회사들과 인물 모두 가짜”라고 했다. 지사장들이 실무를 보거나 함께 모여 회의를 한 일도 없었다고 한다.
구씨는 다른 행정사무소의 사업 모델과 상표권을 베껴 마찰을 빚기도 했다. 구씨가 상담 등에서 사용한 ‘국방행정전문행정사’ 상표는 이미 업계에서 유명한 업체가 사용하던 것이었다. 해당 업체는 각 지역에 군 전문 행정사들을 고용해 이를 홍보했는데, 구씨가 가짜 지부장을 만든 이유도 이 업체의 사업 구조를 참고한 것으로 추정된다.
구씨가 네이버 프로필에 기재한 이력 일부도 허위로 파악됐다. 구씨는 2016년 3월부터 4월까지 공군본부 법무실 보통검찰부에서 일했다고 기재했다. 그러나 군 관계자는 “구씨가 제8전투비행단과 제17전투비행단에서 일한 사실은 있으나 공군본부에서 일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구씨는 고객들에게 돈을 받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마찰을 빚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는 “구씨가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환불을 해주는 대신 군대 생활을 망쳐놓겠다고 협박까지 했다”며 “정식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홍근·김송이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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