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실거주 의무도 폐지 ‘규제 완화 폭탄’
수도권 전매제한은 10년 → 3년 단축…부동산 시장 연착륙 유도
집값 상승·다주택자 양산 우려…무주택 실수요자는 혜택서 제외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등 4곳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에서 규제지역 지정 및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규제가 전면 해제된다. 아파트 분양가와 상관없이 중도금 대출이 무제한 가능해지고, 아파트 전매제한 기간은 6개월~3년으로 대폭 단축된다.
아파트 실거주 의무, 청약 당첨에 따른 기존 1주택 처분 의무, 유주택자의 무순위 청약 제한 등 다주택 소유를 제한하기 위해 도입된 규제들도 대부분 폐지된다. 주택매매시장 활성화 및 부동산 경기 연착륙을 목적으로 한 규제 완화라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다주택자가 양산될 수 있고, 투기심리가 되살아나 집값을 재차 자극할 우려가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는 3일 신년 업무보고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부동산 규제 완화대책을 공개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주택투기지역(15개구)으로 지정된 서울은 강남·서초·송파·용산 등 4개구를 제외한 전역에서 모든 규제지역 지정이 해제된다. 경기 과천, 성남 수정·분당, 하남, 광명 등 4개 지자체도 규제지역에서 해제됐다.
강남 등 4곳을 제외한 수도권 모든 지역에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분상제)’ 적용 규제도 해제된다. 해제된 지역은 서울 마포·동작 등 14개구, 경기도 전역이다.
분상제 지역에서 해제되면 민간 아파트에 대한 전매제한이 완화되고, 실거주 의무가 없어진다.
또한 국토부가 지정한 ‘도심복합’ ‘주거재생혁신지구’ 사업일 경우 지역과 관계없이 분상제 적용이 면제된다. 규제지역 및 분상제 적용지역 규제 해제 효력은 5일 0시부터 발생한다.
주택 구매 및 청약 관련 규제도 대거 폐지된다. 현재 수도권은 최대 10년, 비수도권은 최대 4년인 전매제한 기간이 6개월~3년으로 단축된다. 수도권에서 분상제 적용 주택을 분양받을 경우 2~5년간 부과되던 실거주 의무는 완전히 폐지된다. 아파트 중도금 대출 제한도 없어져 올 1분기부터는 분양가와 관계없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고, 현행 5억원이던 1인당 대출한도도 폐지돼 무제한 대출이 가능해진다.
1주택자가 기존 주택 처분을 전제로 수도권과 광역시 등에서 청약에 당첨된 경우 부여되던 ‘2년 이내 보유주택 처분’ 규정도 폐지된다. 업계에서 일명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 규제도 완화돼 앞으로는 주택을 소유한 사람도 무순위 청약 신청이 가능해진다. 이 같은 규제 완화책들은 특히 신규 주택(사업장)뿐만 아니라 기존 주택 등에도 모두 소급적용될 예정이다. 규제 완화책별 세부 적용 시기는 향후 관련 법령 개정 여부 등에 따라 정해진다.
정부, 투기·집값 상승 억제는 외면한 채 “규제 정상화”
국토부는 이날 박근혜 정부부터 시작해 수년에 걸쳐 도입된 굵직한 부동산 규제들을 한꺼번에 대거 해제했다. 서울이 규제지역에서 풀리는 것은 2016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주택매매시장에 ‘거래절벽’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고, 청약시장도 덩달아 냉각되면서 미분양 증가 및 건설경기 악화 가능성이 제기되자 ‘규제 완화 폭탄’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청약과 이사 수요가 막히고 집값이 너무 급격히 하락하면 임대차 시장으로까지 자산시장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며 “이를 완화하기 위해 강도 높은 경착륙 방지 대책을 일단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제된 규제 대부분이 투기를 방지하고, 가파른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한 조치라는 점에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은 세입자 등 약자 보호대책이 더 필요한데 다주택자나 부동산 부유층을 위한 대책들이 대부분”이라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투기가 부활하거나 집값이 폭등할 경우 이를 억제할 규제들을 모두 없앤 것은 큰 문제”라고 밝혔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패키지 규제 완화로 서울과 수도권 내 침체된 거래시장의 정상화 효과가 기대된다”며 “다만 수도권 핵심지역의 분양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고, 아직 금리 인상 및 금융규제가 계속되고 있어 무주택 실수요자가 규제 완화의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송진식·류인하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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