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 휴대폰 통화에 위치 들켜… 우크라 공습, 러軍 최대 400명 사망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3. 1. 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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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전 이후 단일공격으로 가장 큰 인명 피해 안겨
3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마키이우카의 러시아군 임시 숙소가 이틀 전 우크라이나군 공격으로 폐허가 돼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새해 들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동계 전투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격렬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개전 이후 단일 공격으로는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러시아군에 안겼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번 공격에 미국이 지원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2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마키이우카의 러시아군 임시 숙소가 우크라이나군 로켓 공격을 받아 사상자 63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 하이마스가 총 6발의 유도 로켓을 쐈고 이 중 2발을 요격했다”고 밝혀 4발이 목표물을 명중했다고 인정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정확한 피격 시점을 밝히지 않았으나, AFP통신은 “지난달 31일 밤부터 1일 새벽 사이에 로켓 여러 발이 이곳에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쟁이 터지기 전 직업 기술 학교였던 이 건물은 현재 러시아군이 전선으로 배치할 신병을 임시로 주둔시키면서 훈련도 겸하는 시설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측은 사망자가 수백 명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번 공격으로 최대 400여 명의 러시아군 병사가 숨졌다”고 밝혔다. 숙소와 맞붙어 있던 러시아군 탄약소가 공격받아 건물 상당 부분이 무너져 내렸고 미처 대피하지 못한 병사들이 대거 사망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출신으로 도네츠크 지역의 친러 반군을 이끌었던 이고리 기르킨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상자가 수백 명 발생했다”며 “많은 사람이 여전히 잔해 아래 남아 있다”고 전했다.

3일(현지시간)우크라이나 로켓 공격으로 63명이 사망한 러시아 마키이우카의 러시아 군인 임시 숙소에서 작업자들과 응급구조대원들이 파괴된 건물잔해를 치우고 있다 2023년 1월 3일,/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마키이우카의 신병 숙소를 정확히 파악해 공격할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 장병들의 휴대전화 사용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우크라이나와 서방 첩보망이 마키이우카 직업 기술 학교에서 러시아 본토와 다량의 휴대전화 착·발신이 이뤄지는 것을 파악하고 이곳을 병영으로 지목해 공격했다”고 전했다.

이번 공격 피해로 러시아군이 상당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와 AFP통신 등 외신은 “러시아군은 지금까지 개별 전투에 의한 자국 군 피해를 거의 밝히지 않았다”며 “폭격 현장을 담은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자, 이례적으로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고 했다. 유언비어 등이 난무해 민심이 악화하는 것을 막으려 황급히 여론 관리에 나섰다는 것이다. 일부 러시아 군사 블로거는 “이번에 숨진 군인들은 남부 사라토프와 사마라 등 농촌 지역에서 새로 징집된 병사들”이라며 “제대로 한번 싸워보지도 못한 채 어처구니없이 당한 희생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9월 부분 동원령을 통해 약 30만명의 예비군을 징집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징집병 중 약 15만명이 (우크라이나로) 파병됐고, 이 중 7만7000명은 전투 부대에 배치됐다”며 “나머지 15만명은 여전히 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신병에 대한 치명적 공격이 공개되면서 러시아의 향후 병력 동원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로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가 50만~70만명을 추가 징집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지난달 21일 “군 병력을 현재 115만명에서 150만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키이우포스트 등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러시아 내 소식통을 인용해 “전선의 부정적 소식이 추가 징집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최근 동부와 북부 전선에서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러시아군이 새해 첫날부터 무인기 등으로 공세를 강화하고, 용병 단체인 와그너 그룹을 앞세워 야습을 시도하는 등 겨울철 기선 제압에 나서고 있으나 전세는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동부 전선의 격전지인 바흐무트와 솔레다르, 크레미나 등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선전하고 있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진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동부 루한스크주의 크레미나에서는 러시아군이 시(市) 경계 밖으로 격퇴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보급과 사기 면에서 우크라이나 군이 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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