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질타 4일 만에…‘건전재정’ 소신 뒤집은 기재부
정부는 당초 반도체 세제 지원이 충분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지난달 30일 “추가 지원 방안을 검토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4일 만에 결국 추가 감세 대책을 내놨다.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상향하는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11일 만으로, 대통령의 질타 한마디에 기획재정부가 ‘건전재정’ 소신을 뒤집은 모양새가 됐다.
국회는 지난달 23일 본회의에서 반도체 설비 투자에 대한 대기업 세액공제를 현행 6%에서 8%로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당시 국민의힘 반도체특위가 제시한 20%(대기업 기준)는 물론,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한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기재부는 재계 반발 속에서도 세제 지원이 주요국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법인세율 인하,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감면, 소득세 감면, 금융투자소득세 감면 등 감세 패키지를 추진하던 기재부로서는 추가 감면이 부담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지난달 30일 열린 대통령 주재 임시 국무회의에서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작심한 듯 “반도체특위에서 제안한 세제지원안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며 국회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기재부를 ‘콕’ 집어 “관계부처와 협의해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곧이어 세액공제율을 두 자릿수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공식화됐고, 대통령의 질타 4일 만에 추가 대책이 발표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국가전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함께 기업의 전반적인 투자심리를 회복하기 위한 획기적인 세제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야당과의 합의를 깨고 법 개정을 재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3%포인트 인하하는 방안을 국회에 가져갔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1%포인트에 그쳤다”면서 “법인세에서 (정부의) 의도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세액공제율을 대폭 상향하게 됐다”고 답했다.
이창준·이호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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