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확정일자 확인’ 권한…세입자도 모르는 대출 막는다
선순위 권리·납세증명서 등
정보 요구 가능하게 법 개정
최근 잇따른 전세사기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전세사기 대책으로 시중은행에 대출 대상 담보주택의 확정일자를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법 개정 없이 우선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임대차계약 시 세입자가 임차할 주택의 선순위 권리관계와 집주인의 납세증명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3일 ‘2023년도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전세세입자 보호대책을 발표했다.
빌라가 전세사기의 주요 대상이 되는 이유는 신축 빌라의 경우 아파트와 달리 명확한 시세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전세사기의 경우 부동산중개업자도 범행에 가담하는 등 관련 정보가 부족한 청년·신혼부부들은 쉽게 사기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등기부등본을 떼어 권리관계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전세사기를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부는 1월 중 전세계약 체크리스트, 시세정보,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 등 정보가 담긴 ‘안심전세 애플리케이션(앱)’을 배포한다. 또 자가진단 체크리스트·영상을 제작하는 등 위험계약 예방에 주력하기로 했다.
시범사업으로 1월 중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심사할 때 임대차 계약 여부(확정일자)를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이 경우 전입신고 효력 발생 전에 임대인이 임차인 몰래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임차인의 정보 확인 권리도 강화한다. 법 개정 시 임차인은 임대인의 선순위 권리관계와 납세증명서를 확인하는 게 가능해진다.
현행법상으로도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은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확정일자 부여 기관에 ‘선순위보증금’ 등 임대차 정보를 요청할 수 있으나, 관련 규정이 모호한 데다 임대인이 거부할 경우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집주인의 과실로 빌라 등 건물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먼저 입주해 살던 임차인의 보증금을 제하고 자신이 받을 수 있는 남은 보증금 액수를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법이 개정되면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선순위보증금 등 정보 제공에 관해 동의를 요구할 수 있으며, 임대인은 의무적으로 동의해야 한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신속히 지원하기 위해 국토부·법무부 합동법률지원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금 반환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무료 법률·금융상담 지원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또 1월 중 주택도시기금 1%대 긴급지원 대출에 착수한다. 대출한도는 가구당 1억6000만원까지, 대출기간은 최대 10년까지다. 임시거처도 기존 28곳에서 100곳으로 늘린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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