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출마론 논쟁 파문… 윤심 마케팅 김기현 집중 견제 받아

與 당권주자들 ‘감정싸움’ 확산
당대표 험지 출마론에 金 “한가한 소리”
윤상현 “수도권 전우들에게 총 쏘는 격”
안철수 ‘사즉생 각오 보여야’ 압박 연대
나경원 “김장연대·만찬으로 윤심 팔이
대통령이 당대표 좌지우지하면 안 돼”
金 “수도권 출마 좁쌀 같은 얘기” 재반박

차기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을 상대로 경쟁 주자들의 전방위 견제가 집중되고 있다. 김 의원이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마케팅’으로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초반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에 제동을 걸고 분위기 반전을 꾀하려는 의도에서다. 특히 ‘당대표 후보 험지 출마론’을 놓고 김 의원과 안철수·윤상현 의원이 가시 돋친 설전을 주고받는 등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하는 모양새다. 원외 유력 주자인 나경원 전 의원은 김 의원을 향해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팔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대화하고 있지만…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오른쪽)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안·윤 의원과 나 전 의원은 3일 김 의원을 향해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윤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수도권으로 올 용기가 없으면 적어도 수도권에서 싸우는 전우들 뒤에서 총은 쏘지 말라”면서 “사지에서 싸우는 전우들을 앞두고 ‘김장’이니 ‘김치냉장고’니 하는 소리가 그야말로 한가한 소리 아닌가”라고 했다. 김 의원이 전날 SBS 인터뷰에서 험지 출마론을 ‘한가한 소리’로 치부하자 역공에 나선 것이다.

‘김장’, ‘김치냉장고’는 김 의원이 장제원 의원과 결성한 ‘김장 연대’와 관련이 있다. 김 의원은 “지금 김장을 다 담가서 이제 김치냉장고에 넣어둘 때”라며 “다시 또 김장을 담근다고 얘기하면 철 지난 얘기”라고 했다.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장 의원과 끈끈함을 과시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 의원은 이날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서 험지 출마론을 두고 “대표가 돼서 총선 지휘했는데 지면 더 이상 국회의원 할 수 있겠나”라며 “수도권 출마를 떠나서 모든 것을 걸고 승부해야지, 수도권 출마한다는 건 무슨 좁쌀 같은 얘기”라고 재차 안·윤 의원을 저격했다.

안·윤 의원은 수도권에서 승기를 잡아야 총선 승리가 가능한 만큼, 총선을 지휘할 차기 당대표 후보는 수도권에 출마하는 ‘사즉생’의 각오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권 텃밭인 울산 남구를 지역구로 둔 김 의원에게 ‘후방에만 숨어있지 말라’는 압박을 가하는 셈이다. 수도권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어 국민의힘 입장에선 ‘불모지’나 다름없다. 안·윤 의원 지역구는 각각 성남 분당, 인천 동구·미추홀구로, 둘 다 수도권이다.

나 전 의원도 ‘김기현 때리기’에 가세했다. 나 전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초기에 ‘윤심 팔이’가 좀 횡행했다”며 “김장 연대니 무슨 관저 만찬이니 여러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연금·교육개혁 등 구조개혁을 윤 대통령이 할 수 있도록 윤심을 당연히 존중해야 되는데, 대통령이 ‘누구 당대표 시키고 싶다’ 이런 거로 (분위기를 몰고) 가선 안 된다”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나 전 의원은 험지 출마론에도 힘을 보탰다.

전대 출마 선언 여부를 검토 중인 나 전 의원은 현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점을 고려한 듯 “(윤 대통령이 전대에) ‘나가라 말라’ 이렇게 말씀은 안 하겠지만, 그래도 대통령이 인구 문제 업무를 맡겼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선 충분히 말씀을 나눠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김 의원은 나 전 의원을 겨냥해 자신이 상승세를 탔다고 주장하며 “굉장히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나 부위원장 빼고 여론조사를 하면 제가 지금 1등이다. 앞으로 더 올라갈 것”이라고도 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