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해충돌’ 보려는데…이관섭 수석 전 직장 가린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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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의 '민간부문 업무활동 신고 내역'을 공개하라는 국회 요청에 부회장으로 근무한 한국무역협회나 사외이사로 활동한 대기업 이름조차 드러내지 않은 부실한 자료를 내놓았다.
대통령실이 공개하지 않은 이 수석의 전 직장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한국무역협회(부회장)와 사외이사로 활동한 이마트·에스케이씨(SKC)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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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엔 법인명 가리고 ‘한줄’ 자료 제출
대통령실이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의 ‘민간부문 업무활동 신고 내역’을 공개하라는 국회 요청에 부회장으로 근무한 한국무역협회나 사외이사로 활동한 대기업 이름조차 드러내지 않은 부실한 자료를 내놓았다. 지난해 5월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해충돌방지법) 시행에 따라 고위공직자는 취임 전 3년 동안 민간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3일 국회 운영위원회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대통령실은 이관섭 수석의 ‘민간분야 업무활동 내역’을 제출하면서 몸담았던 단체나 법인 이름을 비공개처리했다. 대통령실이 공개하지 않은 이 수석의 전 직장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한국무역협회(부회장)와 사외이사로 활동한 이마트·에스케이씨(SKC) 등이다. 이러한 법인·단체에서 수행한 주요업무 역시 “협회업무 총괄” “감사위원” “이사회 참석 등”으로 공개하는 데 그쳤다. 대통령실은 법인·단체명조차 공개하지 않은 사유로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거나 특정인에게 이익 또는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는 사항”이라고 답했다.
대통령실의 이러한 공개 태도는 이해충돌방지법 취지에 어긋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밝히는 제도 목적에는 “민간 업무활동 내역을 외부에 공개함으로써 언론·시민단체 등 감시를 통해, 이해충돌을 다각적으로 통제”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 7월 권익위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취임 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활동한 내역을 달랑 ‘두 줄’로 공개한 이후 “고위공직자가 재직했던 법인·단체에서의 담당 업무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작성해 제출하라”는 지침을 발표하기까지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이 지침에 미달하는 내용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이 수석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권익위 제출 자료와 의원실 제출 자료 공개 범위가 다르다”며 “권익위에는 관련 내용이 포함된 내용이 전달됐을 것이다. 대통령실 판단에 따라 의원실에는 비공개 처리한 서류를 제출했지만 제 이력은 인터넷에도 모두 공개돼 있다”고 말했다.
이 수석이 임명 직전까지 부회장으로 활동했던 무역협회는 화물운송시장의 이해관계자인 ‘화주’(화물 운송을 위탁하는 기업 등) 단체 가운데 하나다. 이 수석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안전운임제 유지·확대를 요구하며 지난해 6월 1차 파업할 때도 무역협회에서 일했다. 1차 파업이 끝난 뒤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도 이 수석은 “안전운임제가 수요와 공급을 해소하는 시장 기능을 제한한다고 생각한다”며 “화물 운송근로자의 안전을 단지 운임으로 해결하겠다는 안전운임제야말로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냐는 게 저희 생각”이라며 안전운임제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정부가 지난해 11월24일부터 이뤄진 화물연대의 2차 파업에서 ‘강경대응’을 지속한 것에는 ‘화주단체’ 출신 이 수석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은 “2차 파업 때부터 정부가 안전운임제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뚜렷이 했고, 이는 사실상 무역협회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태우 김미나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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