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모르는 지방의회](18) “임기 초반에 올리고 보자”…허술한 의정비 심의
[KBS 창원] [앵커]
KBS는 경남의 기초의원 겸직 실태에 이어, 오늘부터 내일까지 경남 기초의원들의 의정비 인상 문제를 짚어봅니다.
이미 경남의 기초의원들은 지역 노동자 평균 연봉보다 800만 원 넘게 받고 있는데요.
이 의정비도, 제대로 된 평가 없이 해마다 인상하고 있는 실태를 고발합니다.
심층기획팀, 윤경재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방의원 의정비는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으로 나뉩니다.
의정활동비는 한해 천320만 원으로 경남의 18개 시·군의회가 똑같습니다.
각 의회가 자체적으로 올릴 수 있는 의정비는 월정수당입니다.
지난해 10월 대부분 의회가 공무원 임금 인상률을 적용해 월정수당 1.4% 인상을 결정했는데요.
경남에서는 남해와 밀양, 유독 두 의회가 이를 뛰어넘어 월정수당을 올렸습니다.
남해군의회의 인상액은 얼마일까.
지난해 2,002만 원이던 월정수당을 7% 올려 올해 2,142만 원으로 140만 원을 올랐습니다.
의정활동비를 더해 한해 3천462만 원의 의정비를 받게 된 겁니다.
[남해군의회 관계자/음성변조 : "좀 올라가니까 보상을 받는 것 같다. 일하는 만큼 보상받아야 하지 않나…."]
어떻게 인상된 것일까.
지난해 9월 남해군 의정비심의위원회 1차 회의록입니다.
"군민들의 정서를 고려하자", "7급 공무원 수준의 수당이 적은 돈이 아니다"라는 회의적인 의견이 많습니다.
일주일 뒤, 2차 회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민 대부분이 오히려 삭감을 원한다", "인구 감소와 재정자립도를 고려하자"라는 부정적 의견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어진 투표에서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공무원 임금인상률 1.4% 초과 인상안'에 대한 첫 거수투표에서는 10명 가운데 4명이 '찬성'이었는데, 재적 위원 2/3가 동의하지 않았다며 비밀투표로 바꿔 찬성이 '6명'으로 많아지고, 이어진 2차 비밀투표에서는 '8명'이 동의합니다.
다른 군지역 평균 금액에 맞춘다는 명목으로 '월정수당 7% 인상'에 이른 겁니다.
[남해군 의정비심의위원/음성변조 : "7% 폭이 너무 크다는 생각을 했는데 인상하는 게 안 맞지만, 2차 회의할 때는 느낌이 있잖아요. 책자를 보고 다른 시·군과 비교해보고 그러니까 반대했던 사람도 찬성 쪽으로 좀 가고…."]
밀양시의회의 '인상 절차'도 들여다봤습니다.
두 차례 열린 회의록을 보면, 역시 재정자립도와 여론 등을 살피자는 의견이 적지 않았는데도, 단 한 차례 표결을 거쳐 공무원 임금인상률을 넘는 '5% 인상'을 결정했습니다.
경남에서는 거창군의회만 임기 4년 동안 동결을 결정했습니다.
[이홍희/거창군의회 의장 : "경제도 힘들고 소상공인들도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데, 군민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을 것 같아서 4년간 동결했습니다."]
나머지 15개 시·군의회들은 공무원 임금인상률 1.4%를 적용해 월정수당을 올렸는데, 이들의 심의 역시 관행적일 뿐 제대로 된 인상 요인 평가는 없었습니다.
2014년과 비교해봐도 경남 12개 기초의회의 월정수당이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했고, 이 가운데 7개 기초의회는 20% 넘게 인상됐습니다.
올해 경남의 18개 기초의회 평균 의정비는 3천855만 원, 여기에 평균 국외연수비 350만 원과 역량개발비 180만 원을 더하면 한해 4천385만 원을 받습니다.
2020년 기준 경남 노동자 평균 연봉 3,580만 원보다 805만 원이 많습니다.
의정비 심의와 영리성 겸직 제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윱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윤경재 기자 (econom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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