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이 전쟁 중에 폭죽놀이를?"... '폭죽'이 '재난' 된 독일

신은별 2023. 1. 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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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새해맞이 폭죽놀이에 '진심'이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폭죽놀이 금지령이 지난 연말 풀리면서 독일인들은 잔뜩 들뜬 채 폭죽을 쏘아 올렸다.

폭죽 소음 피해도 극심했고, 폭죽놀이가 끝난 이후엔 폭죽 잔해, 술병 등 쓰레기가 거리를 뒤덮었다.

전쟁은 폭죽놀이에 대한 반감을 더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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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사건사고 얼룩 폭죽놀이… '전면금지' 주장 
올해는 '전쟁 트라우마 자극' 비판에 논란 가중
독일 수도 베를린 중심부인 알렉산더플라츠광장 인근에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설치된 '폭죽놀이 금지' 안내문. 베를린=로이터 연합뉴스

독일은 새해맞이 폭죽놀이에 '진심'이다. 새해 전야부터 새해 첫날 아침까지 밤새도록 폭죽을 터뜨린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폭죽놀이 금지령이 지난 연말 풀리면서 독일인들은 잔뜩 들뜬 채 폭죽을 쏘아 올렸다.

그러나 후폭풍이 거세다. 올해도 어김없이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했고, 폭죽으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범죄도 대거 일어났다.

가장 큰 곤욕을 치른 건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부 장관이다. 폭죽이 터지는 장면을 배경으로 새해맞이 영상을 찍었다가 사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폭죽의 굉음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연상시킨다. 국방장관이 그런 고려를 하지 않은 것은 부적절한 처사"라는 것이 공격 논리다.

새해맞이 폭죽놀이가 끝난 독일 수도 베를린 거리에 1일(현지시간) 폭죽 잔해들이 남아 있다. 베를린=신은별 특파원

베를린서만 103명 체포… 소음∙쓰레기 각종 부작용

라이프치히에서는 17세 남성이 폭죽을 맞고 사망했다. 폭죽놀이가 과격하기로 악명이 높은 수도 베를린은 어느 때보다 위험천만했다. 2022년 마지막 밤 소방 신고 건수는 1,700건이 넘었다. 폭죽을 이용한 방화와 공권력에 대한 폭력 등 혐의로 체포된 사람은 103명에 달한다.

폭죽 소음 피해도 극심했고, 폭죽놀이가 끝난 이후엔 폭죽 잔해, 술병 등 쓰레기가 거리를 뒤덮었다. 베를린에 투입된 경찰∙소방 인력은 약 2,500명이었다. 경찰은 "33명의 경찰과 소방관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베를린 경찰노조는 "폭죽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부 장관은 폭죽놀이 굉음이 울려 퍼지는 베를린 한 거리를 배경으로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고 평화로운 새해를 맞이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영상을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렸다. 본인 인스타그램 캡처

"폭죽 터지는데 전쟁 얘기?" 獨 국방장관 경질 요구 빗발

전쟁은 폭죽놀이에 대한 반감을 더 키웠다.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총탄과 미사일이 날아다닐 때 나는 소리와 비슷하고, 이는 전쟁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에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다수 거주 중이다.

모두가 예민해하는 상황에서 람브레히트 국방장관은 베를린의 폭죽 소음을 배경으로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고 평화로운 새해를 맞이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영상 메시지를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렸다. 영상 속에서 그는 "유럽 한가운데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전쟁과 관련해 특별한 인상을 받았다"며 "(지난해) 흥미롭고 훌륭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었음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국방부 수장의 발언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한가하다" "우크라이나인들이 겪는 비극에 둔감한 것처럼 보인다"는 비판이 나왔다. 야권에선 그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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