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다정하면 외롭지 않아요"…행복 부르는 '말'의 힘
[EBS 뉴스]
서현아 앵커
코로나19로 일상의 단절이 길어지면서 대화와 소통에 어려움을 느낀 경험 다들 있으실 겁니다.
내 마음을 몰라서, 알아도 표현할 방법을 몰라서, 우리의 말도 점점 더 투박해지는 게 현실인데요.
30년 가까이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온 동화 작가가 내 마음 제대로 말하는 법을 책으로 썼는데 어른들의 호응이 더 크다고 합니다.
고정욱 작가님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시청자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정욱 / 소설가, 동화작가
안녕하십니까? 저는 작가 고종욱입니다.
보시다시피, 잘 안 보이는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휠체어를 타지 않으면 이동할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이고요.
그로 인해서 저의 문학 세계가 장애에 관한 글과 책이 저의 문학 세계를 대표하고 있고요.
문단에서는 저를 장애를 장르로 개척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사람입니다.
서현아 앵커
특히 아동문학의 장애라는 하나의 장르를 개척하셨습니다.
그동안 참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는데요.
처음에 어떻게 동화 작가가 되셨습니까?
고정욱 / 소설가, 동화작가
저는 1992년, 지금으로부터 한 30년 전이죠.
그때 신촌문예에 '선험'이라는 단편 소설로 등단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계속 소설을 쓰다가, 저희 자녀들이 그때 당시 한 초등학교 다니고 있었을 때인데 아이들이 읽는 책을 읽어봤더니 제 눈에 차지 않는 거예요.
마음에 안 들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하나 써볼게, 이래서 쓰게 된 작품이 '아주 특별한 우리 형'이라는 작품인데 장애인이 주인공이고요.
장애인 문제를 최초로 다룬 동화라고 말할 수 있고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작품이 또 베스트셀러가 되는 바람에 그 해에 가장 많이 팔린 아동문학소 이렇게 평가를 받았는데, 그때부터 동화를 쓴 것이 지금까지 한 24년간 동화를 쓰게 되어서 동화 작가가 되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첫 작품인 '아주 특별한 우리 형'은 뇌성마비에 장애가 있는 형과 철없지만 마음이 따뜻한 동생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이 작품을 포함해서 지금까지 모두 348건이나 책을 쓰셨어요.
이렇게 많은 작품이 내게 한 원동력이 뭘까요?
고정욱 / 소설가, 동화작가
글쎄요. 주위에서 제가 제일 많이 썼다고 제일 많은 책을 냈다고 이야기하는데 여러 요소가 있겠습니다만, 제가 제일 처음으로 꼽는 요소는 독서죠.
제가 어려서부터 장애를 갖고 있어서 집에서 책 읽는 것이 가장 즐거운 취미였고요.
그 책을 읽다 보니까 상상의 세계에는 장애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책에 깊이 빠져들게 됐고 그러한 영향으로 인해서 스토리에 대해서, 혹은 스토리텔링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직업으로까지 연결이 된 거고요.
두 번째로는 저의 소명, 제가 소명이라고 말하는데요.
그 소명을 갖게 된 이유가 바로 이러한 작품을 통해서 세상에 장애의 고통과 아픔을 알리고 창의에 대해서 널리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라는 것을 소명으로 삼고 있었기 때문에 허락되는 한 최대한 빨리 열심히 책을 쓰고 글을 써야 되겠다. 이렇게 쓰다 보니까 이렇게 많이 썼어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책을 발간하게 돼서 일면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독서와 소명, 이 두 가지가 소중한 책들을 세상에 나오게 했습니다.
최근에도 책을 한 번 내셨습니다.
제목이 '고정욱 선생님이 들려주는 다정한 말, 단단한 말'입니다.
지금 베스트셀러이기도 한데요.
이 책은 어떻게 쓰시게 되셨습니까
고정욱 / 소설가, 동화작가
이것도 역시 저 때문에 쓰게 된 책인데요.
보다시피 저는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학교 다닐 때도 혼자서 뭘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물을 한모금 먹고 싶어도 친구에게 부탁을 해야 되는데 친구에게 명령조로 '야 물 떠와' 이러면 애들이 안 들어주죠.
그래서 항상 말을 하더라도 친구가 기분 좋게 '아무 개야 미안한데 내가 목이 마르거든. 바쁘지 않으면 물 한 컵만 좀 떠다줄 수 없겠니' 이렇게 다정하게 이야기를 하면 거의 모든 아이들이 기꺼이 저의 부탁을 들어줬습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저는 말을 하더라도 어떻게 말하는 게 힘이 있고, 어떻게 말하는 게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가, 이런 것에 대해서 연구를 많이 하게 됐고요.
그 결과 저는 말에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 책을 쓰게 됐는데, 요즘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제가 강연을 많이 다니거든요.
다녀보면 너무 그런 쪽으로 애들이 인식이 없어요.
갑자기 다짜고짜 종이 한 장 찢어와가지고 "작가님 사인해 주세요." 자기가 누군지도 말하지 않고, 아니면 또 "아저씨 누구예요?" 그래서 내가 그런 걸 보면서 아 요즘 아이들이 다정하게 말할 줄 모르고 상대방을 배려할 줄 모르는구나. 그래서 쓰게 된 책이 바로 이 '다정한 말 단단한 말'인데요.
이 책을 내가 쓰게 되면서 말만 잘해도 우리는 외롭지 않고 우리는 자기를 지킬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이 다정하고 단단한 말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요즘입니다.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구절 읽어주실 수 있을까요?
고정욱 / 소설가, 동화작가
여기 있는 구절들이 다 저의 경험과 삶에서 나온 이야기이기는 한데요.
제일 앞부분에 있는 첫 꼭지입니다.
나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어라는 첫 꼭지인데요.
제가 잘 읽지는 못하지만 한번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어>
아주 먼 옛날에 공룡이 살았다고 하지만 나는 보지 못했어요.
어디 먼 나라에 가면 멋진 성이 있다고 하지만 나는 가보지 못했어요.
내가 보지 못하고 만나지 못한 건 천천히 알아 가면 돼요.
내가 지금 보고 느끼는 게 먼저예요.
나니까 느낄 수 있잖아요.
나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어요.
나와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어요.
그러니 나를 남과 비교할 필요 없어요.
나는 오로지 나니까.
나는 나를 우주와도 바꾸지 않을 거예요.
소리 내어 말해보아요.
"나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어."
서현아 앵커
"나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어." 그렇죠.
스스로에게 힘을 주고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 말입니다.
그러면 이 책을 통해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을까요?
고정욱 / 소설가, 동화작가
코로나19 영향도 있고요.
또 요즘은 부모님들이 또 맞벌이를 많이 하고, 그래서 자녀들과의 대화나 소통이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조금이라도 좀 자극을 받고 다양한 상황에서 말하는 법을 좀 배웠으면 하는데 지금 그러지 못하고 있거든요.
이렇게 책을 통해서라도 다정한 말, 단단한 말을 배우게 되면 자신을 지키는 방법도 알게 될 거고요.
여러분들이 이 말들을 자꾸 익히다 보면 우리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이 좋은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되고,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다정한 사람이 되고 단단한 사람이 되는 것은 그 사람의 말이 그렇게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항상 이렇게 얘기합니다.
"말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예쁘고 고운 말을 만들자.
이게 저의 메시지입니다.
서현아 앵커
네, 이렇게 다정하고 고운 말은 분명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되어 줄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작가님은 전국에 학교를 다니면서 강연도 많이 하고 계시는데요.
1년에 300회 이상 다니신다고 해요.
고정욱 / 소설가, 동화작가
네, 많이 다닐 때는 350회도 다녔어요.
서현아 앵커
아, 그런가요? 거의 하루에 한 번 꼴로.
고정욱 / 소설가, 동화작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앞서도 언급했습니다마는, 왜 이렇게 많이 강연을 다니냐 하면 어느 날 제가 강연 가다 오면서 갑자기 문득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 많이 다니나 했더니, 어렸을 때부터 저는 내가 왜 하필 장애인이어야 되느냐라는 그런 억울함을 가지고 살아왔었는데, 그 순간 깨달은 거죠.
이렇게 강연 다니고, 이렇게 글을 써서 세상에 자기의 고통과 아픔을 널리 알리는 게 너의 소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장애로 인해서 그동안 억울했고 발목 잡히고 힘들었던 그 억울함이 다 해소되고 운전하고 오다가 차를 갓길에 세우고 엉엉 울었어요.
이러한 것들이 그날 다 풀렸고요.
그 뒤로는 힘 닿는 데까지 더욱더 열심히 강연을 다니자.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자. 이런 마음으로 강연을 다니다 보니까 이렇게 많이 하게 됐고요.
또 작품을 이렇게 많이 써낼 수 있으려면 어린이 청소년들과 호흡을 해야 되는데, 다행히 강연을 가면 아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고, 영감도 받을 수 있고, 그 친구들이 저를 통해서 장애인을 직접 만나고 접촉함으로써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없어지게 될 거라고 믿고요.
자연스럽게 인식 개선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서 지금도 전국에서 오라는 곳이 있으면 열심히 가고 있습니다.
혹시 제가 필요하신 분들은 연락 주십시오.
서현아 앵커
네, 작가님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서 힘이 느껴집니다.
말에는 분명 힘이 있지만 내가 하는 말에 힘을 키우려면 먼저 나를 아끼고 사랑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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