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요금 내는데 ‘더 글로리’ 몰아보기 안돼?” 배부른 넷플릭스의 배신

2023. 1. 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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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제작한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넷플릭스 공식 블로그]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이젠 정주행도, 계정 공유도 안 되는 건가요?”

최근 넷플릭스가 콘텐츠 ‘몰아보기’ 전략을 수정하면서 이용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인기 콘텐츠의 회차를 끊어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방식을 확대하면서 전처럼 콘텐츠를 정주행하는 것이 어려워진 이용자들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넷플릭스가 올해부터 계정 공유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변화된 정책에 대한 이용자들의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넷플릭스는 190여개 나라에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를 공개했다. ‘미스터 선샤인’, ‘도깨비’ 등으로 유명한 김은숙 작가가 집필하고, 송혜교가 출연해 공개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과거 학폭 피해자였던 주인공 ‘문동은’(송혜교)이 10여 년간 칼을 갈아 고교 시절 가해자들을 하나씩 추격해 응징하는 복수극이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넷플릭스 공식 블로그]

실제로 OTT(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더 글로리는 공개 이틀 만인 지난 1일 넷플릭스 TV프로그램 부문에서 세계 5위를 기록했다. 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필리핀·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대만·태국 등 10개국에서 1위에 올랐다. 이어 지난 2일에도 세계 6위를 지키며 ‘오징어 게임’, ‘스위트홈’, ‘킹덤’ 등을 이을 기대작으로 급부상했다.

그럼에도 일부 이용자들은 “지금 볼 필요가 없다”며 냉정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넷플릭스가 파트1(총 8화)만 먼저 공개하고, 나머지 파트2(총 8화)는 오는 3월에 공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본격적으로 복수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절묘하게 파트1이 끝나면서 깊게 몰입했던 이용자들만 애타게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밤새서 파트1을 봤는데 예고편만 본 느낌이라 화난다”, “쪼개기 드라마인 거 모르고 봤는데 기다리다 숨넘어간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처럼 넷플릭스가 ‘쪼개서 보여주기’ 전략을 펼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인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를 파트1과 파트2로 나눠 각각 6월과 12월에 공개했다. 앞서 지난해 ‘기묘한 이야기 4’, ‘종이의 집 시즌 5’ 등 해외 오리지널 콘텐츠에 먼저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한 후 기대했던 효과를 보자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에도 확대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넷플릭스 공식 블로그]

이러한 행보는 넷플릭스의 초창기 전략과 대비된다. 매주 한 편, 혹은 두 편을 공개했던 TV방송에 맞서 한 번에 전편을 몰아볼 수 있는 시청 문화를 확산시킨 건 다름 아닌 넷플릭스였다. 하지만 OTT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이런 전략도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 애플TV+, 티빙, 왓챠 등 쟁쟁한 경쟁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보고 싶은 콘텐츠만 몰아보고 다른 OTT로 갈아타는 ‘메뚜기족’이 증가해서다.

그간 OTT 시장의 성장을 주도해왔던 넷플릭스의 위상은 작년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OTT 시장 쟁탈전이 치열해지면서 지난해 1분기 전 세계 넷플릭스 가입자는 20만명 급감했다. 2분기엔 200만명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넷플릭스는 구독자가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순차 공개’라는 자구책을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인기 콘텐츠의 공백이 생기는 기간을 최소화해 이용자를 오래 묶어두는 ‘록인 효과’를 누리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넷플릭스는 올해 초부터 계정 공유를 적극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한 가구 안에 거주하는 구성원이 아닌데도 계정을 무료로 공유하는 경우 추가 요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계정 공유자가 수억 명에 이르러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작년 말 발표한 ‘유료 OTT 서비스 이용 행태 분석’에 따르면 계정 공유에 추가 비용이 붙게 되면 42.5%의 구독자가 ‘이용을 중단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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