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사장 "교육방송 정체성 입증하는 실험적·파격적 콘텐츠" 예고
김유열 EBS 사장 신년사에서 4월 대규모 편성 개편 예고
뉴미디어형 콘텐츠도 대거 제작 예정…"대중이 지지할 때 공적 재원 확충 가능"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EBS가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콘텐츠 대혁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수신료 등 공적 재원 확충에 대한 여론 지지를 위해 콘텐츠 예산은 증액하겠다고 했다.
김유열 EBS 사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올해 4월 교육방송 공사화 이후 세 번째 큰 규모의 편성 개편을 단행할 것”이라며 “프라임 타임대에 교육방송의 정체성을 입증하는 실험적이고도 파격적인 콘텐츠와 낮 시간대 재방송을 대폭 줄이고 커리큘럼화된 평생교육 콘텐츠를 대거 편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유열 사장은 “(개편을 위해)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콘텐츠 제작예산을 증액했다. EBS 재정의 원천이 되는 콘텐츠 혁신을 통해 재정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국민들과 시청자들이 EBS 콘텐츠를 믿고 지지할 때 수신료와 같은 공적 재원도 확충될 수 있다. 원격교육을 성공시켰을 때 EBS에 수신료를 더 올려주자는 여론이 일어났던 것처럼 국민이 원하고 기대하는 것 이상의 콘텐츠를 제공할 때 공적 재원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OTT, 유튜브 등 뉴미디어는 EBS가 두각을 못 나타내던 플랫폼이었다. 김유열 사장은 “올해에는 OTT형, 유튜브형 콘텐츠도 대거 제작한다. TV와는 별도 조직을 통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EBS 교육 메타버스 '위캔버스(WeCanVerse)'가 4월 출범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EBS에서 이미 서비스되고 있는 AI를 통한 맞춤형 교육서비스 '단추'를 통한 본격적인 AI 학습시대도 열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김유열 사장은 지역 상생 네트워크, ESG 윤리경영위원회 등 약자와의 동행을 선언했다. 김 사장은 “이 모든 것을 위해선 공적 재원이 확충되어야 한다. 현재의 공적 책무를 적극 수행하는 데 공적 재원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재원이 확충될 때까지 공적 책무 수행을 늦출 수는 없다. 적자 예산을 편성하면서도 공적 업무를 확대한 이유”라고 말했다. 아래는 2023년 김유열 사장 신년사 전문이다.
사랑하는 EBS 가족 여러분.
2023년 EBS는 커다란 어려움 앞에 서 있습니다.
원자재가, 유가, 물가의 상승으로 교재원가는 물론 콘텐츠 제작단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원가는 급상승하는데 학령인구 감소, 국내외 수요 위축과 경기 후퇴로 인해 광고, 교재 등 EBS의 주요 사업의 매출이 줄어들고 있어 위기 상황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격화되는 미디어 산업계의 경쟁 또한 EBS가 넘어야 할 산입니다.
비상경영이 불가피한 이 시기에 우리는'디지털 대전환 시대, 혁신과 협력을 통한 위기 극복'이라는 비전 아래 '공영성 강화','콘텐츠 대혁신', 상생협력 강화'라는 세 가지 경영목표를 세우고 위기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한 세부계획을 수립, 추진하고자 합니다.
첫째, 무엇보다 콘텐츠의 대혁신이 긴급합니다. 지난해 취임할 때부터 콘텐츠의 대혁신을 약속드린 바 있습니다. 지난해 조직개편 후 콘텐츠 개발팀을 출범하여 콘텐츠 혁신을 준비해 왔습니다. 올해 4월이 되면 교육방송 공사화 이후 세 번째 큰 규모의 편성 개편을 단행합니다. 콘텐츠는 EBS의 심장이며 엔진입니다. 콘텐츠의 혁신 없이 EBS의 미래가 있을 수 없습니다. 프라임 타임대에 교육방송의 정체성을 입증하는 실험적이고도 파격적인 콘텐츠와 낮 시간대 재방송을 대폭 줄이고 커리큘럼화된 평생교육 콘텐츠를 대거 편성합니다. 대규모 편성 개편은 초기에 혼란이 불가피합니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초기의 혼란을 딛고 EBS 구성원들은 일심단결하여 국민들의 기대를 넘어서는 혁신적인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콘텐츠 제작예산을 증액했습니다. EBS 재정의 원천이 되는 콘텐츠 혁신을 통해 재정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국민들과 시청자들이 EBS의 콘텐츠를 믿고 지지할 때 수신료와 같은 공적 재원도 확충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원격교육을 성공시켰을 때 EBS에 수신료를 더 올려주자는 여론이 일어났던 것처럼 국민이 원하고 기대하는 것 이상의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할 때 비로소 공적 재원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지난해 4월 방송제작본부 내에 '교육비전프로젝트국'을 출범시켜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저출생 문제, 독서율 문제, 교육혁신문제에 해법을 제공하기 위해 고품격 교육다큐를 사전 기획, 제작해오고 있습니다. 이 역시 올 4월이 되면 본격 선을 보이게 됩니다.
우선 올해 저출생 극복, 독서진흥, 교육 혁신을 위한 고품격 다큐를 각각 10편씩 30편 방송하고 2024년, 2025년에도 지속 방송하여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낼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근본적이고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EBS가 기여할 수 있다면 진정한 교육공영방송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콘텐츠 혁신은 지상파 TV에만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올해에는 OTT형, 유튜브형 콘텐츠도 대거 제작됩니다. OTT 시대에 수동적으로 머무르지 않고 EBS 정체성에 맞는 OTT형, 유튜브형 콘텐츠를 지상파 TV 조직과는 별도의 조직을 통해 대거 제작함으로써 새로운 시대에 적극 대응하고자 합니다. 기존의 지상파 방송의 논리와 관행을 혁신하고 새로운 접근을 하게 될 것입니다.
둘째, 디지털 대전환기에 대응하여 디지털 미래형 서비스를 강화합니다. EBS 교육 메타버스 '위캔버스(WeCanVerse)'가 4월 출범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이 한창입니다. EBS에서 이미 서비스되고 있는 AI를 통한 맞춤형 교육서비스 '단추'를 토대로 본격적으로 AI를 통한 학습시대를 열고자 합니다. 곧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입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미래교육에 세계가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하는지 심층취재를 통해 미래교육의 대안도 제시할 것입니다.
셋째, 지역과 상생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입니다. 지사가 없는 EBS가 그동안 지역의 교육문제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해 비상경영회의 이후 다양한 지역 서비스를 준비해 왔으며 일부는 이미 실행하고 있습니다. 교육뉴스도 지역교육뉴스 비중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시도교육청과 다양한 차원의 교육 협력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미 성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러 지자체와도 본격적으로 평생학습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EBS의 캐릭터를 이용한 다양한 공간사업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역과 상생을 위한 콘텐츠도 편성차원에서 준비되고 있습니다. 다차원적이고 입체적으로 지역과 상생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입니다.
넷째, 약자와의 동행을 선언합니다. 올해도 협력제작사와 더 큰 차원의 상생협력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할 것입니다. 협력제작사 외에도 EBS는 수많은 기관, 업체 등과 거래하고 관계를 맺어오고 있습니다. 건강하고 수평적인 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 ESG 경영을 본격화할 것입니다. 지난해 말 EBS 윤리경영위원회를 구성하였으며 올해는 구체적인 방안을 도출하고 실행 계획을 추진할 것입니다. EBS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권도 확대할 것이며 장애인 고용도 법정 수준을 넘어서 확대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을 위해선 공적 재원이 확충되어야 합니다. 현재의 공적 책무를 적극 수행하는 데 공적 재원이 태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재원이 확충될 때까지 공적 책무 수행을 늦출 수는 없습니다. 적자 예산을 편성하면서도 공적 업무를 확대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EBS 가족 여러분!
우리의 현실이 지금 비록 어렵고 절망적으로 보여도 국민과 시청자들이 갈망하는 것을 우리가 먼저 보여줄 때 척박한 광야에서 벗어날 길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저는 여러분들께 고난의 행군에 기꺼이 함께 나서길 제안합니다.
비상경영회의를 통해 세운 비전과 전략이 노사를 비롯해 EBS 구성원이 모두 함께 할 때 큰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혹 잘못 세워진 계획이 있다면 여러분들과 긴밀히 협의하여 기꺼이 수정할 것입니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고강도 경영혁신안을 함께 마련하여 함께 추진할 것을 제안합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경영혁신을 체계화하여 구조적인 적자를 탈피하고 공적 책임을 다 할 수 있는 자생적인 조직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습니다.
EBS의 역사를 돌아보면 깊은 위기를 극복한 이후에는 항상 새롭고 큰 도약이 있었습니다. 2023년은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토끼처럼 더 높이 도약하는 원년이 되길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1월 1일
사장 김유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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