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시의 근간은 안전이다
지난해 우리는 안전하지 못한 삶을 살았다. 10월 29일 158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압사 사고로부터 연말의 방음터널 화재까지 위험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일깨워줬다. 그런가 하면 8월 서울 도심의 호우로 인한 침수로 인명 뿐 아니라 많은 재산상의 피해를 입었다. 2022년 행정안전부 통계를 보면 교통사고, 화재, 범죄 등 생활안전 분야에서 사고는 전년 대비 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단 한 번의 큰 사고나 재난은 그런 감소 효과를 반감시킨다.
그런가 하면 종료를 향해 가고 있는 코로나19는 21세기에도 위생과 질환의 위험 속에 인류가 노출돼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한국은 코로나19 대응을 비교적 잘한 국가로 분류되지만 전체 확진자 수에서 세계 7위(미국 존스홉킨스 CSSE 집계 기준)에 올랐다는 사실은 자주 까먹는다. 비록 코로나19 사망률은 0.1%로 세계 최저 수준이지만 감염 위험 노출에 있어서는 매우 높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여기에는 사회적 문화적 보건적 한국인만의 특성이 작용하겠지만, 사회 인프라가 그에 못 미치지는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또 주목할 점은 우울증, 따돌림 등 정신적 사회적 문제로 자살 지표가 악화하고 있어 사회안전망 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달 말 통계청일 발표한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2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동·청소년 자살률이 2000년대 들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021년 아동·청소년 자살률은 10만명 당 2.7명으로 2015년 이후 상승세다. 특히 2019년 2.1명에서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 2.5명에서 크게 늘었다. 아동학대와 관련이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사회가 이렇게 개인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면서 국민이 체감하는 안전에 대한 불안지수는 높아지고 있다.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인식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를 타개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안전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더 늘려야 하고, '안전 기술' 개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사회곳곳에 설치된 CCTV는 사회범죄율을 낮추는데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는 시민이 자신의 정보가 노출됨을 감수함으로써 얻게 되는 보상이라 볼 수 있다. 나의 사생활이 침해될 가능성과 나의 안전, 나의 작은 희생과 사회 전체의 안전의식 향상을 트레이드 오프(trade off)하는 셈이다. 사실, 우리 사회의 물리적 안전 인프라는 상당히 구비돼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와 민간이 안전 인프라 구축에 투자를 많이 했다.
그러나 안전의식 또는 안전문화는 제자리다. 이태원 참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제 사회 곳곳에 잠재된 위험요소를 선제적으로 파악하는 안전의식과 언제 현실화될지 모르는 위험에 대해 사회가 체계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안전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안전의식과 안전문화가 사회 구성원 개개인에게 깊이 내재화돼야 한다. 또 유치원과 초중고 학교에서 교육을 통해 체질화 되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는 우리만의 독특한 안전 우려 요소도 갖고 있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휴전국가'이고 현재도 북한은 언제든 도발의 강도를 높일 수 있는 호전적 집단이다. 작년 수십 발의 미사일 발사에 이어 얼마 전에는 무인기를 서울 상공에까지 침투시켜 우리를 위협했다. 그럼에도 안전에 관한 한 우리 국민은 북한 요소를 망각한다. 사실 우리 생명과 재산을 가장 총체적이고 포괄적으로 위협하는 요소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방사포 훈련 사실을 보다 현실적인 가능성을 갖고 대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안전에 대한 투자 확대와 안전의식, 안전문화 공유에 실제와 같은 교육과 훈련이 답이다. 훈련은 위험에서 벗어나고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준다. 도시재생안전협회는 관계부처와 지자체에 방공호시설물에 대한 관리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평시에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분야지만 전시일 경우에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것이 방공호시설물이다.
2010년 11월 발생한 연평도 포격 사건은 우리가 휴전 중인 국가에 살고 있고, 그같은 일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을 각인시켰다. 또 평시 대피소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줬다. 정부와 지자체는 속히 대피소 시설물에 대한 사전점검과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도시는 초고층 빌딩과 도로가 아닌 안전이 근간이 된 후에야 도시다운 도시가 될 수 있다. 2023년 대한민국 모든 도시가 안전하길 희망해본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음주 차량에 낀 20대 여성 13km 끌려가다 사망…인도 뺑소니 사고 "사형에 처하라"
- "바지 벗어봐"…여승무원 채용 속옷 차림 신체검사한 쿠웨이트항공
- 간호조무사가 제왕절개 등 615회 수술…병원장 징역 3년 선고
- "경호원? 배우?"푸틴 사진 속 금발의 여성 정체는…군인·선원·신자로 등장
- 전자발찌 차고 카페서 성폭행 시도한 40대…징역 9년 불복 항소
- [트럼프 2기 시동] `행정부 충성파로 신속 구성한다"
-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13곳 적발… 중기부 "매월 현장조사"
- 공수 뒤바뀐 여야… 국힘, 1심 선고 앞두고 `이재명 때리기` 집중
- `이사회 2.0` 도입 제시… 최태원 "사후성·평가로 역할 확대"
- 몬스테라 분갈이 네이버에 검색하니 요약에 출처까지… "`AI 브리핑` 검색 길잡이 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