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동생, 형 잘되라고 같이 개명"…151㎞ 강속구 유망주, 이 악물었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일란성 쌍둥이 동생이 있는데, 형 잘되라고 같이 이름을 바꿨어요. 동생한테 잘 보이려면 야구를 잘해야 할 것 같아요(웃음)."
두산 베어스 투수 문대원(25)은 최근 '문원'으로 개명했다. 2019년 2월 갑상선 암 수술을 받고 방황할 때부터 개명을 고민했는데, 지난해 6월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마음을 굳혔다. 더는 아프지 않고 건강히 마운드에 서고 싶었다. 개명 전에는 으뜸 원(元)을 썼는데, 당길 원(爰)으로 한자를 바꿨다. 새해부터는 유니폼에 문원을 새기고 마운드로 나선다.
문원의 쌍둥이 동생은 자신의 이름도 같이 바꾸면서 형을 응원했다. 동생은 문대현에서 문현으로 개명했다. 형이 앞으로는 건강하게 야구선수로 좋은 활약을 펼치길 바라는 마음으로 큰 결심을 했다.
문원은 3일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동생은 경찰이 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는데, 온전히 나 때문에 이름을 바꿨다. 동생이 대현이라는 이름을 좋아했는데, 형 잘되라고 이름을 바꾸니까. 동생한테 잘 보이려면 야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힘들어도 둘 다 조금 더 열심히 살면 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늘 옆에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줘서 동생에게 고맙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문원은 강릉고를 졸업하고 2017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40순위로 두산에 입단했다. 신인 때부터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유망주로 눈길을 끌었는데, 2차례 수술을 받으면서 아직 자기 기량을 다 펼치지 못했다. 1군에서는 통산 6경기에서 7이닝, 평균자책점 9.00을 기록했고, 퓨처스리그 성적은 통산 91경기, 4승, 11홀드, 5세이브, 108이닝,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1군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팔꿈치 수술 전까지 퓨처스리그에서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구속 증가가 눈에 띄었는데, 직구 구속이 최고 151㎞까지 나왔다.
문원은 "신인 때부터 공이 빠르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지난해 정도까지 올라온 적은 없었다. 암 수술을 받고 방황을 하다 다시 마음을 잡고 야구를 제대로 해보려 했고, 야구에 빠져들었는데 구속이 계속 오르더라. 신인 때는 구속이 140㎞ 중반, 많이 나와도 147㎞였는데 지난해는 151~152㎞까지 나왔다고 들었다. 내 눈으로 본 건 151㎞였다. 평균 구속까지 올라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암 치료 약을 약하게 처방받으면서 살이 찌는 체질에서 빠지는 체질로 바뀐 것도 구속에 영향을 준 것 같다. 바로 15㎏ 정도가 빠졌다. 암 수술 전에는 90㎏ 정도로 유지했는데, 수술받고 센 약을 먹으면서 110㎏까지 쪘다. 그때는 밥을 적게 먹거나 안 먹어도 살이 안 빠지더라. 체질이 바뀌고는 85㎏까지 빠졌다가 지금은 90㎏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속구를 장착하고 작은 빛이 보이기 시작할 때 팔꿈치 부상이 제동을 걸었다. 문원은 "구속을 유지하려고 하다가 팔꿈치에 무리가 와서 수술을 하게 됐다. 원래는 수술을 하기 싫다고 구단에 이야기했다. 그런데 구단에서 100% 몸으로 공을 던지면 좋겠다고 설득을 했고, 감사하게 수술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문원은 2월부터 공을 던질 수 있다. 5월 중순까지는 차근차근 건강하게 몸을 만들고, 늦어도 6월부터는 경기에 나갈 수 있도록 일정을 잡았다. 이승엽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는 건 아직 문원에게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지난 24년 동안 함께한 문대원이란 이름을 지우고, 문원으로 날아오를 날을 꿈꾸며 이를 악물었다. 문원은 "나이가 스무 살도 아니고, 이제는 어린 티를 내지 말고 성숙하게 야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일들은 후회되더라도 후회하지 말고, 앞으로가 더 중요하고 아직 야구 할 날 많으니까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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