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편집인 "노량진 전전하는 청년들 낙하산보며 무슨 생각할까"
국회의원윤석열 캠프 출신 최연혜 가스공사정용기 지연난방공사 사장에
"낙하산 사장 원천 차단하겠다더니" "윤석열 정부 공기업 낙하산, 과거와 별반 차이 없어"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시절 캠프에 있던 인사들이 공기업 사장에 선임되자 보수매체에서도 낙하산 사장을 원천 차단하겠다더니 과거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고현곤 중앙일보 편집인은 3일자 31면 '고현곤 칼럼-공기업 낙하산, 그 끝없는 기득권 파티'에서 낙하산 보은인사는 없을 것이라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말과 달리 낙하산 인사가 많았는데, 윤석열 대통령 역시 별반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고 편집인은 “역대 정부는 공기업을 전리품으로 여겼다”며 “챙겨줄 사람 넣어주고, 적당히 빼먹고. '욕하면서 배운다'고 보수·진보 정부 모두 똑같았다. 국민을 우습게 여”겼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공기업 낙하산과 보은 인사는 없을 것”,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낙하산 인사가 역대 어떤 정부보다 많았다고 썼다. 그는 지난해 임기 막판까지 정기환 마사회장(문 정부 정책기획위원),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국가정보원 1차장), 김제남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시민사회수석)을 내리꽂을 정도로 노골적이었다고 표현했다.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에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 “공공기관 낙하산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공약했고,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공기업 파티는 끝났다”고 호기롭게 말한 점을 들었으나 고 편집인은 “정권 초에 독한 마음 먹고 낙하산 악순환을 끊지 않는 한 공염불”이라고 경계했다. 고 편집인은 '약탈 정치는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반세기 넘게 누적돼온 경제발전과 삶의 방식에 녹아있다'는 강준만 교수의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 책의 한 대목을 인용하기도 했다.
고 편집인은 “지금까진 새 정부도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며 “빈자리가 나오자 낙하산 인사로 채웠다”고 지적했다. 고 편집인은 “윤 대통령이 정치한 지 얼마 안 돼 챙겨줄 사람이 많지 않다고 떠들었던 평론가들만 머쓱해졌다”고도 했다.
그가 예로 든 낙하산 인사는 윤석열 캠프에 있던 최연혜와 정용기 전 의원이다. 고 편집인은 지난해 말 취임한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을 두고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며 “1차 공모에서 에너지를 잘 몰라 탈락했으나 결국 사장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너지 위기(라는) … 중차대한 시기에 에너지 문외한이 석연치 않은 과정을 거쳐 가스공사 사장을 맡았다”며 “그는 2012년 총선 때도 대전에서 낙선한 뒤 이듬해 코레일 사장을 꿰찼다”고 지적했다. 당시 총선 불출마 입장을 밝혔으나 중도 하차하고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간 점도 비판했다.
정용기 지역난방공사 사장을 두고 고 편집인은 “국회의원·구청장을 지냈다. 에너지와 관련이 없다”며 “윤석열 대선 캠프 정무특보로 합류했다가 지난해 대전시장 당내 경선에서 떨어지고, 다시 반년 만에 지역난방공사 사장이 됐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고 편집인은 “컵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노량진 학원을 전전하는 청년들은 이걸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라며 “이런 식으로 '공기업 파티'를 끝낼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의 경영공시자료를 보면,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지난해 12월9일 선임돼 임기가 2025년 12월8일까지로 3년이다. 최 사장은 대통령이 임명했다고도 나온다. 19, 20대 국회의원과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정용기 지역난방공사 사장은 지난해 11월29일 선임돼 3년 뒤인 2025년 11월28일까지 임기다. 마찬가지로 선임절차의 끝은 대통령의 임명으로 나온다.
이밖에도 올해와 내년에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됐던 기관장의 임기가 속속 만료되는데, 새해 초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예탁결제원 사장 자리가 빈다는 점도 관심사다. 고 편집인은 “선거 캠프 출신, 전직 관료 등 낙하산 하마평이 무성하다”며 “공기업 외에도 정부 영향력 아래 '짭짤한' 자리가 부지기수다. 건설·금융과 무관한 이은재 전 의원이 취임해 논란을 빚은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 같은 자리”라고 소개했다.
그는 “내년 4월 총선때 그만두는 사람, 낙선 뒤 자리를 기웃거리는 사람이 얽히고 설킨다”며 “한바탕 난장판이 될 게 틀림없다. 공기업이 망가지든 말든 이들 관심은 출세와 주머니를 채우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 편집인은 “이들이 바로 기득권”이라며 “국민은 윤석열 정부의 '공정과 상식'을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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