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한파에 잠깐 노출되도 혈관엔 독

2023. 1. 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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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서울시 서북병원장

삼국지에서 조조와 싸우던 관우는 적장 조인의 독화살에 맞게 된다. 다행히 중국 최고의 명의인 화타가 진찰을 한 다음 독이 뼈까지 스며들었기 때문에 쇠기둥에 관우의 팔을 묶고 수술을 해서 독을 긁어내겠다고 했다. 그러자 관우는 웃으면서 술을 마시고 바둑을 두는 동안 수술을 하라고 한 다음 술과 고기를 먹으면서 수술을 받았지만 전혀 아픈 내색을 하지 않았다.

뼈를 긁어낼 때의 아픔은 매우 견디기 힘든 심한 통증이기도 하지만 일단 술을 마시면 신경세포가 예민해져서 통증이 더 심해진다. 또 혈관이 확장되면서 지혈이 잘 되지 않아 수술 부위의 출혈량도 늘어나게 된다.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는 것 역시 혈관이 확장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오래 전 이야기라도 수술의 경험이 많은 화타가 술을 먹으면 통증과 출혈이 심해진다는 것을 몰랐을 리는 없기에 이 이야기는 아마도 나관중의 창작일 것이다. 실제로 관우가 서기로 따져 162년 경에 태어났고 소설 삼국지를 쓴 나관중은 1330년 경에 태어났음을 감안하면 더욱 신빙성이 떨어진다.

혈관은 안 쪽의 내막과 중간에서 혈관의 형태를 잡아주고 수축과 이완을 하는 근육으로 구성된 중간막 그리고 겉을 싸고 있는 외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동맥은 근육층이 두꺼워서 수축과 이완이 잘 된다. 따라서 혈압이 높으면 혈관이 이완되어 혈압을 낮추고 혈압이 낮으면 수축하여 혈압을 높이게 된다. 그렇지만 나이가 많거나 장기간에 걸쳐 스트레스 혹은 담배 등에 노출되면 혈관의 탄력이 줄어든다.

그 결과 혈압의 변동 폭이 커져서 무리한 운동을 하면 혈압이 크게 오르게 된다. 그리고 정상적으로 수축기에는 혈관이 넓어지고 이완기에 혈관이 좁아지면서 두 혈압 사이의 간격을 줄여주는 완충작용을 하는데 혈관의 탄력이 감소하면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의 차이가 커지게 된다. 수축기 혈압에서 이완기 혈압을 뺀 수치를 맥압이라고 하는데 이 맥압으로 혈관의 탄력성을 판단하게 된다. 즉 맥압이 증가했다는 것은 혈관의 탄력이 감소하여 심장병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혈관은 온도 변화에 민감하여 추위에 노출되면 수축하게 되고 따뜻한 곳에서는 이완이 된다. 따라서 겨울에 쓰레기를 버리는 등의 이유로 가벼운 옷차림으로 잠깐 밖에 나가게 되면 급격히 혈압이 올라 위험할 수 있다. 반면에 따뜻한 날씨에서는 혈관이 이완되어 혈압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사우나 혹은 여름의 뙤약볕 아래에 오래 있게 되면 온도에 의해 혈관이 확장되려고 하는 측면과 함께 지나치게 많은 땀으로 인해 수분이 감소하면서 혈액양이 줄어들어 혈압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를 막기 위해 혈관이 수축하려는 효과도 같이 일어난다. 그 뿐 아니라 혈액의 수분이 감소하면서 혈액의 점도가 높아져서 쉽게 혈관이 막히게 된다. 따라서 심장병이나 뇌출혈 같은 심혈관질환은 일반적으로 추운 겨울 흔하지만 지나치게 덥고 땀을 많이 흘리는 상황 역시 위험하다.

혈관에 압력과 같은 물리적인 자극이 가해져도 수축을 하게 된다. 실제로 시술을 하기 위해 피부를 조금 절개하고 동맥을 노출시킨 후 테이프를 걸면 혈관의 지름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 정도로 수축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단면적이 4분의1 정도로 좁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상처가 나는 등의 이유로 출혈이 될 경우 강하게 압박을 하면 대개는 지혈이 된다. 그 후에는 비닐 봉지에 찬 물을 넣어서 대고 있으면 혈관이 수축된 상태가 어느정도 유지되면서 혈액이 새어 나오는 부위에서 피가 응고되어 더 이상 출혈이 없게 된다.

그러나 압력이 낮은 정맥(중심정맥압 1~7mmHg)과는 달리 120/80의 높은 압력을 가지고 있는 동맥은 아주 작은 혈관이 아니면 압박만으로는 쉽게 지혈되지는 않는다. 동맥의 출혈은 흔하지는 않지만 일단 출혈이 되면 검붉은 색깔인 정맥과는 달리 선홍색이고 출혈 부위가 좁아도 혈액이 솟구치는 양상을 보이므로 비교적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이 때는 강하게 압박을 하여 출혈양을 줄이면서 가능한 한 빨리 응급실로 가서 처치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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