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격식파괴… '남양연구소'가 변화의 중심 됐다
-경영진이 임직원에 비전 설명 후 질의응답
-신년회 후 떡국 나눠 먹으며 격의 없는 시간도 가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CES 대신 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글로벌 R&D 메카인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를 직접 챙겼다. 연구소 출범 20주년을 맞아 '도전'과 '변화'의 상징적 장소에서 새 방식으로 메시지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은 3일 남양연구소에서 타운홀 미팅 방식의 2023년 신년회를 개최했다. 타운홀 미팅 방식의 신년회는 정 회장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영진이 직접 새해 경영 방향성과 비전 등을 설명하고 임직원들과 교감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날 신년회는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박정국 연구개발본부 사장, 송창현 TaaS본부 및 차량SW담당 사장 등 경영진과 R&D 부문 임직원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먼저 무대에 오른 정 회장은 "주말에 떡국을 세 그릇이나 먹었는데 장모님이 저녁엔 김치찌개를 끓여 주셨다"는 얘기를 꺼내며 분위기를 유도했다. 딱딱하게 신년사를 읽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남양연구소 설계2동 대강당에서 진행된 행사는 경영진과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공감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참석자들은 시작에 앞서 지난해 그룹의 성과와 혁신의 여정을 집약한 오프닝 영상을 시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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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송호성 기아 사장은 양 사의 사업 방향성, 연구개발본부장 박정국 사장은 그룹의 R&D 혁신 및 조직 문화, TaaS본부장 및 차량SW담당 송창현 사장은 SDV(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진화하는 자동차) 가치와 비전을 설명했다.
장재훈 사장은 "2023년은 미래 생존을 판가름 짓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시장 내 경쟁은 심화되고 실력에 따라 냉혹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전동화 분야에서도 몇 년 안에 선두 그룹과 하위 그룹이 극명해지고, 그 격차는 점차 확대될 것"이라며 "현대차는 작년 한 해 고객과 시장으로부터 인정받은 전동화 리더십을 확고히 해야할 것"이라고 서두를 열었다.
장재훈 사장은 현대차의 2023년 중점 사업 전략으로 '고객 중심 사업 운영 강화', '전동화 가속화 및 톱 티어 경쟁력 확보', '미래사업 기반 확보'를 제시했다.
그는 "올해 생산, 물류, 판매를 최적화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시기에 공급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글로벌 고금리 상황에서 고객의 신차 구매부담 완화를 위해 금융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높이고, 인증 중고차 사업을 통해 신뢰도 높은 중고차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 현대차 브랜드 최초의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을 선보이고 현대차 EV 구매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혁신적 디자인, 글로벌 최고 수준의 상품성과 더불어 EV 사용 전반에 걸쳐 고객 편의를 극대화하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미래사업 기반 확보'와 관련해서는 "현대차가 중장기 미래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궁극적 가치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라면서 "수소 생태계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연료전지시스템뿐만 아니라 수소의 생산유통활용 등 밸류 체인 전반에 걸쳐 사업기반을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송호성 사장은 '고객 중심/브랜드 경영 고도화'와 관련해 "고객은 기아의 존재 이유이고, 기아의 브랜드 가치는 고객의 평가로 결정된다"며 "회사 내부로부터 변화를 만들고, 기아만의 고객 경험을 제공해 기아 브랜드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아의 미래 핵심 성장 동력인 'PBV 사업 실행체계 구축'과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PBV는 고객 맞춤형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즉 토탈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진정한 고객 중심의 가치를 창출해 나갈 기아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아의 PBV 사업은 2025년 미드 PBV인 SW(프로젝트명) 론칭을 시작으로 라지 사이즈, 스몰 사이즈까지 풀 라인업을 구축하고, 향후 자율주행, 로봇, AAM 등 다양한 신기술과의 연계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미래 모빌리티로 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국 사장은 "이제 우리는 기존 자동차 회사들뿐만 아니라 ICT, 스타트업 등 다양한 이종업체들과도 경쟁해야 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하며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 동력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미래 혁신 신기술과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강화해야 하며 자율주행 및 커넥티비티의 장점을 고객이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자동차 제조사에서 모빌리티 프로바이더로의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는 주요 도전 과제를 제시했다.
송창현 TaaS본부장 및 차량SW담당(사장)은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SDV의 가치와 비전에 대해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로 대전환해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를 열어갈 계획이다.
송창현 사장은 SDV 체제 가속화와 관련 "연구개발을 비롯한 회사 전반의 시스템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의 전환'을 실행할 것"이라며 "자율주행, 미래 모빌리티 및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사업도 자동차 판매가 유일한 사업모델이 아닌,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전환해 '이동의 자유'라는 궁극적인 현대차그룹의 미션을 달성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SDV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 그리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Service-defined & Safety-design'의 비전을 가진 SDV를 개발할 것"이라며 "우리가 추구하는 디바이스는 가장 서비스 지향적이고 안전한 디바이스로 개발돼야 한다"고 했다.
정의선 회장은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예측하기가 어렵다"며 "많은 일들이 생기겠지만 우리가 평소에 많이 생각하고 순발력 있게 대비하면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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