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날개 달았다"…투자 세액공제 파격 확대에 산업계 반색(종합)
반도체 업계 일제히 환영…인프라 등 추가 지원책 요청도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정부가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최대 25%까지 파격적으로 높이자 반도체 업계는 "국내 반도체 산업 활성화에 날개를 달았다"며 크게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글로벌 주요국과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선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의지와 추가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3일 기획재정부는 반도체 등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폭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중견기업의 국가전략기술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은 기존 8%에서 15%로, 중소기업의 세액공제율은 16%에서 25%로 높아진다.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선 대기업 기준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6%에서 8%로 확대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하지만 세액공제율이 25%인 미국·대만 등 글로벌 주요국과 비교하면 한참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된 바 있다.
정부는 설비투자 세액공제율 상향 외에도 올해 한시적으로 직전 3년 평균 대비 투자 증가분에 대한 추가 세액공제율을 10%로 높이기로 했다. 이를 고려하면 대기업·중견기업은 최대 25%, 중소기업은 최대 3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R&D(연구개발)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율 30~50%까지 감안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지원"이라고 말했다.
파격적인 세액공제율 상향에 반도체 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번 세액공제 확대 조치로 반도체 등 산업계는 내년에만 3조6500억원의 세 부담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2026년에는 연간 1조3700억원의 세 부담이 줄어들어 3년 동안 총 6조4000억원의 혜택을 볼 전망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경제 복합 위기가 심화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가전략산업인 반도체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세제지원 방안을 마련해 준 정부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도 "나라 살림살이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해 준 정부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며 반도체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 쓴 대통령에 감사하다"며 "세제지원 추가 확대에 노력한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관계자에게도 감사를 표한다"고 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대만·유럽 등이 경쟁적으로 반도체에 대한 국가 지원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한국도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며 "국내 반도체 산업 활성화에 날개를 달았다. 무엇보다도 우리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 의지를 볼 수 있어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경제단체들도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날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대기업의 대규모 제조시설 투자에 강력한 추진 동력이 될 것이고 나아가 국내 소·부·장 중소, 중견기업의 투자도 크게 확산돼 우리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를 튼튼하게 뒷받침할 것"이라며 "전후방 산업의 고용에도 긍정적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반도체·배터리·백신 등 전략산업의 경우 경제·안보·기술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경쟁국에 뒤처지지 않는 과감한 세제 지원은 우리 산업의 글로벌 초격차 확보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들의 투자 확대로까지 이어져 소부장 생태계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겼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부 안은 국가전략 첨단 분야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 유인을 높여 우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올해 반도체 산업에 최악의 겨울이 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의 개정안이 꺼져가는 민간 투자의 불씨를 이어가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도체와 함께 세제 혜택을 받게 된 디스플레이 업계도 반색했다. 한국디스플레이협회는 "20년 만에 전격 발표된 파격적인 정부의 투자 지원책"이라며 "이번 투자 지원 확대 정책으로 디스플레이 업계는 신규 설비투자 계획에 대한 투자 결정이 앞당겨지고, 설비투자 규모도 당초 계획 대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에선 정부가 처음부터 의도한 결정이 아닌 만큼 지원 의지가 지속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초 기재부는 세수 급감을 우려해 대기업 기준 8%의 세액공제율을 추진했다. 이에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에서도 8%를 공제하는 내용의 조특법 개정안이 통과됐는데, 지난달 30일 참모회의에서 추가 지원책을 주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질책에 15%로 크게 높인 것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번 세액공제율 상향은 반갑지만 정부가 심도 깊은 논의 끝에 낸 결론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이뤄진 결정일까 우려된다"며 "지금은 다행히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지만 앞으로 사정이 달라진다면 정부의 정책 지원과 관심 수준도 지금과 달라질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세액공제율 상향뿐만 아니라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후속 정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여주시와 SK하이닉스가 공업용수 취수 문제로 갈등을 빚은 것처럼 반도체 설비투자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은 늘 크다"며 "여기에 인재 양성과 인프라 구축 등 추가적인 지원책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중 새로운 조특법 개정안을 마련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대한상의 측은 "정부의 투자세액공제 확대 조치가 국회에서 순조롭게 입법될 수 있도록 여야 정치권의 협력을 당부한다"며 "이번 조치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신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해소하는 데도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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