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2 정당에 막혔던 선거구제 개편 재추진… 정계재편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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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1년여 앞두고 다시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불이 붙었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대선거구제와 관련해 여야 기득권 모두 나쁠 것이 없기 때문에 다소 깊은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현행 소선거구제가 여야의 첨예한 갈등이 문제가 됐었다면 중·대선거구제는 일본의 자민당처럼 각 정당 내 계파 싸움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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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날 가능성 커
총선을 1년여 앞두고 다시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불이 붙었다. 총선이 임박하면 늘상 있어왔던 일이다. 이번엔 '정치개혁론자'인 김진표 국회의장이 3월 초순이라는 선거법 개정 시간표를 제시하고, 윤석열 대통령도 '중대선거구제'를 콕 집어 선거제 개혁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를 냈다.
다만 정당과 개별의원마다 이해관계가 갈려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대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제도로서 소선거구제(선거구 당 한 명 선출)의 대안으로 나왔다. 다수 득표자 1인만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현행 소선거구제에선, 사표가 발생하고 지역주의를 심화하고 양당 대결 구도를 지속시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표성과 비례성을 강화해 다당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로 국회에선 매번 선거제도 개혁이 시도됐다. 그러나 현역의원의 기득권이 존재하고 거대 정당 간 이해관계가 얽혀 대부분 무산됐다.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도 정의당과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바른미래당은 선거구제 개편을 외쳤으나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내에서 반대의견이 많아 흐지부지됐다.
특히 영·호남처럼 특정 정당의 기득권이 강한 지역에서 반대 의견이 많았다. 특정 정당의 원내 진입을 원할하게 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지역구가 너무 넓어져 정치인과 유권자 사이의 접촉이 쉽지 않다.
이번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개적으로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대선거구제의 폐혜가 (소선거구제보다) 더 크다는 점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증명됐다"며 "일본의 사례만 봐도 양당이 편하게 의석을 나눠먹는 문제가 생긴다"고 비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소선거구제도의 폐단이 많지만 중대선거구제도 역시 단점이 있다"며 "완벽한 제도는 없다. 우리 정치에 가장 적합한 제도로 합의할 수 있도록 논의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수도권에서 개혁 동력을 제공할 지도 미지수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수도권에서 의석을 대거 내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될 수 있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수도권 득표율 차이는 13%포인트가 채 안되지만 민주당은 수도권 의석(121석) 중 85%(103석)를 싹쓸이 했다. 50%만 넘기면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의 혜택을 톡톡히 본 셈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승부가 반대로 났다고 가정하면, 국민의힘 역시 소선구제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정계개편의 노림수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선거제 개편으로 당락이 엇갈리는 의원들이 뭉치면 제3당과 4당의 출현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대선거구제와 관련해 여야 기득권 모두 나쁠 것이 없기 때문에 다소 깊은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현행 소선거구제가 여야의 첨예한 갈등이 문제가 됐었다면 중·대선거구제는 일본의 자민당처럼 각 정당 내 계파 싸움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 자리~20% 이하의 저조한 득표를 얻고도 선출직 공무원에 당선될 수 있는 문제점도 있다"며 "20% 이하로 당선된 인물이 그 지역의 대표성을 가질 수 있을진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중·대선거구제의 사각지대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논의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세계적으로 유럽의 몇 개 국가 빼고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나라가 없다"며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도입하기가 어려운 과제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4년 총선 1년 전에 선거구를 획정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인 제약도 있다"며 "오는 4월 10일까지 여야가 합의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이견이 첨예할 듯하다"고 설명했다.
김세희·권준영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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