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2025년까지 모든 차를 소프트웨어카로 만들겠다”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가 중심인 자동차’로 전환하겠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3일 경기도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이 같은 사업 계획을 밝혔다. 정 회장은 이날 “현재 자동차에는 반도체가 200~300개 들어가지만 미래차에는 2000~3000개로 늘어날 것”이라며 “이제 전자 회사보다 더 꼼꼼한 회사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과거 자동차는 엔진 등 운전 성능이 품질을 좌우하는 기계 중심이었지만 미래 자동차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Software defined Vehicle)’라는 것이다.
이날 신년회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된 것으로, 처음으로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 핵심인 남양연구소에서 열렸다. 미래 경쟁력은 기술에서 좌우된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정 회장이 이날 “기술 개발과 인재 영입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프트웨어 수차례 강조한 정의선
정 회장은 이날 소프트웨어란 말을 수차례 언급하며 SDV 관련 기술 강화에 미래차 성패가 달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데이터만큼은 확실히 장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독자적인 운영 체제(OS)를 확실히 구축하겠다”고 했다. 현대차는 과거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운영 체제(OS)를 사용했지만, 2019년부터는 자체 OS인 ‘ccOS’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미래 차량의 두뇌에 해당하는 OS를 강화해 자율주행, 차량 제어, 인포테인먼트 등 분야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SDV 전환이 완료되면 소프트웨어 기술을 바탕으로 차량의 설계·제조까지 단순해져 제조 원가가 20%가량 절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회장은 SDV뿐 아니라 “연구·개발을 비롯한 회사 전반의 시스템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를 위해 자율주행 기술 개발 업체인 포티투닷을 통째로 인수하고, 포티투닷 창업자인 송창현 사장에게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사업 전반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겼다. 이날 송창현 사장은 “자동차란 제품의 상품성을 서비스와 소프트웨어로 빠르게 개선해야 한다”며 “사용자 경험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SDV를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자율주행 등 신사업과 관련한 새해 구상도 공개했다. 우선 고속도로 자율주행(레벨3) 기능을 탑재한 G90과 전기차 EV9을 올 상반기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북미에서는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을 통해 우버 등 차량 공유 기업과 손잡고 완전 자율주행 수준인 레벨4 기술이 탑재된 로보택시 서비스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직접 타운홀 미팅 제안한 정의선, “보고 문화 바꿔야”
이날 신년회에서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조직 문화를 쇄신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우리는 과감한 기업 문화가 있지만, 전자 회사에는 꼼꼼한 문화가 있다”며 “치밀하고 꼼꼼해져야 품질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과거 정몽구 명예 회장에게 보고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결론을 먼저 얘기하고, 이유를 설명하는 식으로 보고 방법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날 신년회는 현대차그룹 최초로 정 회장과 사장단이 직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이뤄졌다. 과거엔 단상에서 신년사를 읽는 식이었지만 정 회장이 수동적인 조직 문화를 쇄신하기 위해선 소통이 중요하다며 직접 제안했다고 한다. 정 회장은 이날 등장하면서 “떡국을 세 그릇 먹었다. 장모님이 김치찌개도 끓여주셨다”며 농담 섞인 말을 건넸고, 신년회 후엔 구내 식당에서 사원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