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공동 핵 연습 NO" 발언에… 진화 나선 韓·美 정부

박수찬 2023. 1. 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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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정상 발언 ‘개념·범위’ 달라
美 “훈련 확대 尹 발언 일치” 해명
대통령실 “정보공유·공동기획 논의”
핵보유국 아닌 韓, 美 의지·계획 의존
확장억제 넘어 직접참여 강화 추진
국방부 “실행력 강화 방안 협의 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한·미 북핵 억제를 위한 공동 기획·연습을 논의하고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부인하는 언급을 한 것에 대해 양국 정부가 봉합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휴가를 마치고 업무복귀를 위해 전용헬기를 타고 백악관에 도착한 뒤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 한국과 공동 핵 연습을 논의하고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No)”고 말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휴가를 마치고 백악관으로 돌아오면서 ‘한국과 공동 핵 연습을 논의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아니다(No)”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세계일보 서면 질의에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일련의 시나리오에 대한 한·미 공동 대응을 모색하는 모의 연습(TTX)도 포함된다”며 “미국과 한국이 기획, 정보공유, 연습, 훈련을 확대할 것이라고 한 윤 대통령의 발언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도 3일 서면브리핑에서 “한·미는 북핵 대응을 위해 미국 보유 핵전력 자산의 운용에 관한 정보공유, 공동 기획 및 실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보도된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실효적 확장억제를 위해 미국과 핵에 대한 공동기획·연습 개념을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방부 관계자 등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공동 핵 연습’ 관련 한·미 정상의 언급이 달랐던 것은 개념의 범위 등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핵을 포함한 미 전략자산의 사용승인은 미 대통령이 독점적으로 갖는다. 다만 동맹국 중 핵보유국인 영국, 프랑스와는 유사시 연합작전 과정에서 표적 중복이나 우발적 충돌 위험 등을 방지할 사전 조치가 필요하다.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중 핵공유 대상국과도 유사시 미국 전술핵을 다른 나토 회원국 전투기에 탑재·운용하는 과정 등을 사전에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은 핵 운용 공동훈련과 기획 등을 실시하면서 군사적 책임과 위험을 공유한다.

핵무기가 없는 한국은 미국이 필요 시 핵을 탑재한 전략자산을 투입하는 확장억제를 제공받는다. 전술핵 재배치, 핵공유, 독자 핵무장을 선택하기 어려운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의지와 계획에 의존하는 확장억제에 대한 불안이 작지 않았다. 이에 한·미는 확장억제 계획·실행에 대한 한국의 참여를 강화하는 것을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나토보다는 낮은 단계지만, 확장억제력의 모호성을 일정 부분 제거해 대북 핵 억제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지난해 11월 워싱턴에서 한·미 국방장관이 주재한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한 동맹의 능력과 정보공유, 협의절차, 공동기획 및 실행 등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언급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주목받는 것이 맞춤형 억제전략 개정과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이다. 한·미가 2013년 북한 핵·미사일 위협 공동대응을 위해 만들었던 맞춤형 억제전략은 북한의 핵사용 위협부터 직접 사용단계까지의 모든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책이 포함돼 있다. 한·미는 북한 핵·미사일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맞춤형 억제전략 개정을 연내 완료할 예정이다.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은 북한 핵사용을 가정한 시나리오 상황에서 미국의 확장억제수단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놓고 전문가와 군 관계자들이 진행하는 토의식 연습이다. 위협 평가, 지역 안보협력, 기획 등의 분야에 걸쳐 연습이 이뤄진다. 이외에도 올해 상·하반기에 진행될 한·미 연합훈련에서 북한 핵위협을 포함한 지휘소 및 야외훈련이 다양하게 이뤄질 가능성과 함께 양국 간 위기관리협의체 강화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국방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군은 긴밀한 한·미 공조하에 다양한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방안을 협의 중”이라면서도 세부 계획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을 때 설명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박수찬·이현미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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