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벤션 도시' 라스베이거스의 귀환···기업인 등 10만 인파 들썩 [CES 2023]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2023. 1. 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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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만에 지상최대 테크쇼 정상화
취재진 등 참가자 작년 두배 '훌쩍'
CES 이후 전시회 스케줄도 꽉 차
[서울경제]
2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를 찾은 참가자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정혜진 특파원

“이달 라스베이거스는 CES 이후로도 컨벤션 스케줄이 꽉 차 있어요. 예년보다 많은 수준이에요. 이제 진짜 팬데믹이 끝난 것 같아요.” (CES 부스 담당 직원)

이달 5~8일(현지 시간) 열리는 미국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3’를 시작으로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가 컨벤션 도시라는 위상을 되찾고 있다.

CES 이어 줄줄이 꽉 찬 컨벤션 스케줄

2일(현지 시간) 오후 2시 라스베이거스의 해리리드 국제공항. 새해를 맞으려는 가족 단위의 방문객과 달리 캐주얼 정장 차림에 기내용 캐리어를 끌고 빠르게 공항을 빠져나가는 인파가 눈에 띄었다. 저마다 붉은 빛깔의 목걸이형 이름표를 손에 들거나 목에 건 채였다. 사우스웨스트와 유나이티드항공 국내선이 10분 간격으로 도착하자 공항 터미널1의 승차 공유 서비스 우버·리프트 픽업 장소에는 순식간에 100여 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공항 측 보안요원이 나서 교통정리를 한 뒤 기자도 리프트 앱이 매칭해준 차량에 탑승했다.

리프트 운전자 브라이언은 “평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출근하고 휴일에 파트타임으로 리프트 기사를 하는데 이달은 대목이라 휴일마다 일할 생각”이라며 “팬데믹 이후 전시 업체에서 일하는 아내의 급여가 삭감돼 리프트 기사 일도 병행하게 됐는데 손님이 예년보다 많다”고 전했다. 지난해 4만 5000여 명이었던 CES 방문객은 올해 2배가 넘는 10만 명을 기록할 것이라는 게 주최 측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의 전망이다. 브라이언이 태운 승객은 CES 참가자뿐이 아니었다. 그는 “이번에는 CES와 성인엔터테인먼트전시회(AEE) 기간이 겹쳤다”며 “이어 콘크리트전시회·사냥전시회 등 태어나서 처음 듣는 전시회들을 만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라스베이거스 마케팅에이전시 비글로벌(B Global)의 브렌던 버스맨 애널리스트는 “연말 연휴 이후 보통 소강상태를 보이는데 올해는 평소보다 컨벤션 일정이 많다”며 “아주 좋은 신호”라고 했다. CES와 AEE가 같은 기간에 진행되는 것은 최근 10년래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또 17일부터는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에서 세계 최대 콘크리트전시회인 '월드오브콘크리트'가 개최된다. 이 행사에는 1000여 개 업체, 6만 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에 참가하려는 사람들이 호텔에서 체크인을 기다리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정혜진 특파원
2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호텔에서 체크인 행렬을 이루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정혜진 특파원

팬데믹 그늘 벗어나자 호텔·식당도 특수

이처럼 컨벤션들이 빈틈 없이 달력을 채우면서 컨벤션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도 팬데믹의 그늘에서 본격적으로 벗어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이들은 250만 명 이하로 집계됐다. 이 중 30만 명 이상이 전시회 참가 명목으로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했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55%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는 CES 참가자만 1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컨벤션 방문객도 예년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오미크론 확산의 여파로 불참했던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 등 빅테크 업체들도 속속 부스를 차리기로 하면서 흥행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 올해 CES 전시 공간은 축구장 26개 규모인 18만 6000㎡로 지난해보다 50% 늘어났다. 전시에 나서는 기업도 3100여 개에 달하며 이 가운데 1000여 개 기업은 CES에 처음 참가한다.

밀려드는 참가자들로 호재를 맞은 것은 숙박 업체와 식당들이다. CES의 스타트업전시회가 열리는 베네시안컨벤션센터와 접한 베네시안리조트에는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체크인하려는 행렬이 긴 줄을 이뤘다. 글로벌 최대 반도체 회사 AMD에서 참가한 한 직원은 “30분 넘게 기다려 체크인했다”며 “지난해에는 참석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팬데믹 전만큼 참가자들이 많을 것 같다”고 전했다. 베네시안리조트 프런트데스크 직원은 “아직 진짜가 시작됐다고 보기에 이르다”며 “내일 오후에는 대기 줄을 쳐둔 뒤편 분수대를 지나 카지노까지 체크인 행렬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당국은 지난해 1월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주위 호텔의 평균 숙박요금이 1박당 154달러 수준이었지만 이달에는 더 높게 책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베네시안호텔의 이날 숙박요금은 120달러(세금·수수료 제외) 수준이었지만 CES가 시작되는 5일부터는 900달러 이상으로 뛰게 된다. 링크호텔은 CES 직전 30달러대에서 250달러대로 오른다.

2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엑스포컨벤션센터에 한국관 소개 현수막이 마련돼 있다. /라스베이거스=정혜진 특파원
2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아마존 전시 부스를 마련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라스베이거스=정혜진 특파원

‘코로나19 프리’ 프로토콜도 눈에 띄어

참가자 규모만큼이나 눈에 띄는 것은 코로나19 프로토콜에서 자유로워진 모습이다. 지난해에는 현장에서 참가 명찰(배지)을 수령하려면 백신접종증명 내역서를 제시해야 했다. 또 항원 기반 진단 키트를 나눠주고 코로나19 음성 결과를 확인한 후 전시회장으로 갈 것을 권장했다. 올해는 이 같은 절차가 없어져 신분증과 QR코드만으로 간단하게 배지 수령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다. 올해로 4회째 CES에 참여하는 국내 IT 업체의 한 관계자는 “CES 분위기에서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됐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다”며 “지난해 CES가 팬데믹 이후 조심스레 진행됐다면 올해는 확실히 완전히 회복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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