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엔트리 전기 SUV에 녹여낸 벤츠 헤리티지…‘더 뉴 EQA’
[IT동아 김동진 기자] 내연기관 시절 명성을 떨친 제조사들은 전동화 전환에 나서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전기차라는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내놓는 동시에 기존 헤리티지를 유지·계승해야 하는 과제를 풀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벤츠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고심 끝에 벤츠는 전기차라는 미래 지향적인 느낌과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특유의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지키는 ‘진보적인 럭셔리’를 표방했다. 그리고 전기차 브랜드 메르세데스-EQ 라인업에 그 결과물을 담았다. 이번에 시승한 벤츠 더 뉴 EQA(EQA 250 2022년식)는 EQ 라인업의 엔트리 모델로, 도심형 전기 SUV를 찾는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출시됐다. 서울에서 성남까지 90여km 구간을 시승하며 외관과 실내, 주행 기능 등을 살폈다.
전기차 개성 드러낸 외관
외관을 먼저 둘러봤다. 라디에이터 그릴 부위를 블랙 패널로 채우고, 광섬유 스트립으로 삼각별 주위를 장식한 전면부가 눈에 띈다.
보닛 상단의 캐릭터 라인은 전기차 특유의 역동적인 인상을 풍기며 A 필러로 이어진다. 풀 LED를 적용한 헤드램프는 시인성을 높인다.
측면부를 살펴보면, C필러로 향할수록 기울어진 쿠페형 루프 라인을 볼 수 있다. 회사 측은 날렵한 옆태 덕분에 0.28이라는 낮은 공기저항 계수(Cd)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더 뉴 EQA의 전장(자동차 길이)은 4,465㎜, 전폭(자동차 폭)은 1,835㎜, 전고(자동차 높이)는 1,625㎜, 축거(자동차 앞바퀴 중심에서 뒷바퀴 중심까지 거리)는 2,729㎜, 공차중량은 1,985kg다. 크기는 동급 차량과 비슷하거나 조금 작다.
리어램프를 하나로 길게 이은 후면부 중심에는 삼각별이 눈에 띈다. 리어 포그램프 하단에 위치한 머플러 부위를 크롬으로 둘러 장식했다.
헤리티지 계승한 실내…전기차 전용 내비게이션 등 탑재
실내로 들어오니, 벤츠 고유의 디자인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도어 트림의 시트 조절 기능을 비롯한 각종 물리 버튼 배치도 벤츠 내연기관 차량과 다르지 않다.
항공기 터빈 형태의 원형 통풍구 5개를 좌우, 센터패시아에 나눠 배치했다. 클러스터와 센터패시아 상단에 10.25인치(26cm) 와이드 스크린 디스플레이 2개를 적용한 덕분에 주행 정보와 차량 기능을 확인할 때 답답함이 없었다. 특히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전기차 전용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면, 현재 위치와 이동 경로를 따라 충전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EQ 메뉴에서는 충전 옵션과 전력 소비, 에너지 흐름도 확인 가능하다.
축거를 2,729㎜로 길게 뺀 덕분에 2열 공간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아닌 내연기관 모델인 GLA를 기반으로 더 뉴 EQA를 설계한 탓에, 동급 차량보다 여유 있는 레그룸과 헤드룸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트렁크 용량은 340리터이며, 2열 시트를 접으면 1,320리터까지 늘어난다. 벤츠 더 뉴 EQA 외관에서는 전기차 개성이 드러나는 디자인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고, 내부에서는 브랜드 고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아쉬운 주행 가능 거리…아쉬움 달래는 주행감
서울 양천구에서 경기도 성남시를 오가는 90여km 코스를 주행 목표로 설정했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는 덕분에 휴대폰과 편리하게 연동하며 티맵 기능 등을 사용할 수 있었다.
다만 클러스터에 찍힌 300km 초반의 주행가능 거리를 확인하면, 바로 충전소 정보를 찾게 된다. 벤츠가 공개한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는 301km다. 동급 차량이 1회 충전 시 400km 안팎의 주행가능 거리를 지녔다는 점에서 아쉽다. 요즘같이 추운 날 효율이 더욱 떨어지는 전기차 특성을 고려하면, 지방에 내려갈 때 곳곳에서 충전소 정보를 검색하며, 클러스터를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도심형 SUV를 표방할 수밖에 없는 배터리 효율이다.
벤츠 더 뉴 EQA의 리튬이온 배터리 용량은 66.5kWh로, 차량 하부 5개 모듈에 배터리를 배치했다.
급속 충전기를 사용해 100kW의 최대 출력으로 더 뉴 EQA를 충전할 수 있으며, 완속 충전기로는 최대 9.6kW로 충전 가능하다. 벤츠 관계자는 “배터리 온도와 급속 충전 시 환경에 따라 10%에서 80%까지 차량을 충전하는 데 약 30분이 걸린다”고 말했다. 충전 소요 시간은 외부의 온도와 전력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하길 바란다.
목적지로 출발했다. 눈발이 날려 시야가 좋지 않았지만, 앞차와 간격을 유지하며 자동으로 속도 조절과 제동, 출발을 지원하는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 덕분에 주행 피로를 덜 수 있었다. 더 뉴 EQA는 회생제동 강도를 자동으로 설정해주는 D 오토 모드와 3단계(D+, D, D-) 조절 모드를 포함해 총 4가지 주행 모드를 지원한다. 각 모드는 스티어링휠 뒤에 위치한 패들시프트로 조절할 수 있다.
D 오토 모드로 설정하니, 앞차와 거리가 가까우면 강력하게 회생 제동을 걸었고, 거리가 충분하면 부드러운 회생 제동을 설정했다. 강하게 세팅된 회생제동 모드는 멀미를 유발하며 거부감을 주는데, 더 뉴 EQA는 마치 내연기관 차를 탄 듯 부드러운 승차감을 느끼게 했다. 벤츠 관계자는 “더 뉴 EQA 개발 과정에서 구동 시스템이 유발하는 소음을 잡기 위해 집중했다”며 “앞차축의 전기 파워트레인의 1단 변속기 기어 내 미세구조를 개선했고, 고주파 소음이 잘 들리는 전기차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배터리 팩을 여러 곳에 분리해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액셀을 밟으면 튀어 나가는 여느 전기차와 달리 초반 가속 시에도 편안했다. 하지만 이는 초반 가속 성능에 무게를 두는 소비자라면 단점으로 지적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더 뉴 EQA의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8.9초로, 제로백 4초에서 6초 사이인 동급 차량보다 초반 가속 성능이 떨어진다.
다만, 거슬릴 수 있는 전기차 특유의 차체 진동이나 구동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크지 않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더욱 거세진 눈발 때문에 사이드미러 시인성이 좋지 않았지만, 360도 카메라 덕분에 안전하게 주차할 수 있었다. 다시 출발지로 돌아와 클러스터의 트립 정보를 살펴보니, 약 4시간 30분간 87km의 거리를 컴포트 모드로 주행하는 동안 3.5km/kWh의 전비가 찍혔다. 잔여 주행가능 거리는 169km였다.
벤츠가 공개한 공인 전비 4km/kWh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극심한 정체와 히팅 시트 가동, 23도로 공조 시스템을 설정한 점을 고려하면 큰 차이는 없었다. 다만, 300km 이상 주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 뉴 EQA는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가 아쉬운 전기차다. 하지만 벤츠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실내와 전기차 개성을 담은 외관, 편안한 승차감으로 아쉬운 경제성을 상쇄할 수 있는 차량으로 정리할 수 있다. 시내 위주로 주행하며 효율보다는 브랜드가 주는 매력에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소비자라면, 충분히 고려할 만한 선택지다. 벤츠 더 뉴 EQA의 가격은 5,990만원(개별소비세 인하분 반영 기준)이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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