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쟁에 … 기업 세액공제 대폭 확대

이종혁 기자(2jhyeok@mk.co.kr), 이새하 기자(ha12@mk.co.kr) 2023. 1. 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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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15%·中企 25%로
올해 공장 지으면 10% 추가
반도체업계 일제히 환영 "소부장 투자 확 늘릴 것"

정부가 첨단 반도체 산업시설에 새로 투자하는 대기업에 대해 투자액의 15%를 세액공제하는 내용의 지원 방안을 3일 발표했다. 정부안대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이뤄지면 올해에 한해 새 공장을 짓는 경우 최대 25%까지도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정부가 올해 투자 증가분에 대해선 10% 추가 공제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국회는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찔끔 올린 조특법 개정안을 처리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재검토 지시를 내리자 정부가 부랴부랴 조치를 마련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우선 반도체, 배터리, 백신, 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의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대기업 기준으로 현행 8%에서 15%로 올라간다. 중견기업 역시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5%에서 25%로 대폭 상향 조정된다. 이 같은 지원 방안은 올해 1월 1일 투자분부터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입법을 추진한다. 또한 정부는 2011년 이후 중단했던 임시 투자세액공제를 올해 12년 만에 한시 도입하기로 했다. 임시 투자세액공제는 투자 업종이나 목적과 상관없이 기업 투자에 일정 수준의 추가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로 경기가 위축될 때 주로 활용해왔다. 임시 공제가 도입되면 일반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현재 1~10%에서 3~12%로 2%포인트씩 일괄 상향된다. 이와 관련해 일반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현행 대기업 1%, 중견기업 5%, 중소기업 10% 등에서 각각 3%, 7%, 12%로 오른다.

국가전략기술이나 일반 투자와 별개로 구분해 공제하는 신성장·원천기술의 경우 공제율을 3~12%에서 6~18%로 기업 규모에 따라 3~6%포인트씩 올리기로 했다. 현행 신성장 ·원천기술 투자 세액공제율은 3%, 6%, 12%이며 이번 정부안을 반영하면 6%, 10%, 18%로 뛴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조특법 개정안을 가급적 이달 안에 발의해 최대한 빨리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말 개정된 세법을 통해 투자 증가분에 대해 3%(일반 투자와 신성장·원천기술 분야 투자), 4%(국가전략기술)씩 추가 세액공제를 제공하던 것을 올해 연간 한시적으로 10%로 일괄 상향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반도체 투자에 대한 최대 세액공제율이 25~35%까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현재 기업의 개별 사업장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계산식은 당기분 투자액에 세액공제율을 곱한 수치와 직전 3년간 평균 (해당 사업장에 대한) 투자액 대비 당기분 투자액의 증가분에 추가 공제율을 곱한 수치를 더해 총공제액을 구한다. 이를테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같은 국가전략기술 기업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신공장을 국내에 짓기로 하고 10조원을 당장 투자하면 올해 투자액 10조원에 대한 공제율 15%가 우선 적용다. 여기에 아예 신공장을 짓는 것인 만큼 해당 사업장에 대한 직전 3년치 평균 투자액이 '0'이어서 증가분이 10조원이 된다. 이 경우 신규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25%가 되는 셈이다. 이로써 정부는 지난해 12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법이 통과된 지 11일 만에 추가 감세 방침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개정 법률을 처음 적용받는 내년 법인세수가 3조65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후 한시 공제가 종료되는 2025~2026년에는 연간 세수가 1조3700억원씩 줄어들 것으로 봤다.

앞서 국회는 올해부터 대기업의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종전 6%에서 8%로 올리는 내용의 조특법 개정안을 정부안대로 의결한 바 있다. 이는 당초 국민의힘 반도체산업발전특별위원회가 제시한 20%(대기업 기준)는 물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한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30일 윤 대통령이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뒤 정부의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3일 "반도체는 우리 경제의 핵심 중추 산업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 및 국가 안보, 생존과 직결되는 전략 자산"이라면서 "국가전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함께 기업의 전반적인 투자심리를 회복하기 위한 획기적인 세제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의 '호통'을 들은 정부가 부랴부랴 내놓은 세제 개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내놓은 공제율 상향안은 기존 야당안을 대폭 웃돈다. 2024년 법인세수가 한꺼번에 3조6000억원 넘게 줄어드는 것도 국가 재정에는 부담 요인이다.

반도체업계와 재계는 잇달아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국가 재정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을 배려해준 정부에 감사하다"며 "글로벌 반도체 전쟁 속에서 한시바삐 대응할 채비를 갖춰야 하는 국내 반도체업계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 확대는) 대기업의 대규모 제조시설 투자에 강력한 추진 동력이 되고,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소·중견기업 투자도 크게 확산돼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튼튼하게 뒷받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들도 일제히 반겼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제 복합 위기가 심화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가전략산업인 반도체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세제 지원 방안을 마련해준 정부에 감사하다"고 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나라 살림살이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해준 정부의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종혁 기자 /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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