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공정성 설문조사 유출에 TBS 사내갈등

박재령 기자 2023. 1. 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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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방송 공정성 설문에 TBS직능단체 "제작진 마녀사냥"
TBS공방위 "설문 유출 대응 논의 중…설문 과반이 참여한 것"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서울시의 2년 연속 출연금 대폭 삭감으로 프로그램 폐지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TBS가 내부 갈등으로 혼란을 맞고 있다. '김어준 방송이 공정하지 않다'는 취지의 사내 공정방송위원회 설문조사가 언론에 유출되면서 내부에선 책임 공방까지 벌어졌다. TBS PD협회, 기자협회 등 TBS 직능단체는 양대 노동조합과 공정방송위원회에 정정보도 요청을 요구했다.

▲ 29일자 중앙일보 12면.

중앙일보는 지난달 29일 'TBS 직원 10명중 6명 “김어준 방송, 중립적이지 않다”' 기사에서 TBS의 '공정성 평가를 위한 내부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TBS에서 제공하는 방송 콘텐트가 어느 정도 공정하느냐'는 질문에 응답한 직원 53.1%가 '공정하지 않다'고 했고 27%가 '공정하다'고 답했다.

특히 김어준의 뉴스공장 방송 관련 중립성을 묻는 조항에 '전혀 그렇지 않다'(40.5%)와 '그렇지 않다'(22.3%)는 응답이 전체의 62.8%를 차지했다. 해당 기사는 네이버 기준 2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중앙일보는 TBS가 여론조사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12~16일 라디오 제작본부와 보도본부 등 TBS 직원 215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논란의 설문조사는 사내 기구인 '공정방송위원회(공방위)'를 통해 진행됐다. 공방위는 서울시 지원이 끊기는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TBS 조례 폐지안)'이 서울시의회에서 발의되자 지난해 9월 TBS 양대 노조가 공영성을 강화하겠다며 사측에 제안하며 구성했다. TBS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을 사내 기구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취지였다.

중앙일보는 이 설문조사가 당초 공개를 전제로 진행됐으나 일부 조직에서 결과 공개를 막아서면서 지금까지 비공개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소수지만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TBS) 대표 공석이라는 틈을 이용해 다수 직원들의 입장에 반하는 비민주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며 “소수의 기득권을 계속 유지시키고 새 대표가 할 수 있는 권한을 대폭 축소시키려는 것”이라는 TBS 관계자 발언을 인용했다.

▲ 서울 상암동 TBS 사옥. 사진=TBS 제공

'소수의 기득권'이라고 지적당한 구성원들은 곧바로 반박 성명을 냈다. 지난달 29일 TBS 기자협회, TBS PD협회, TBS 아나운서협회, 한국방송촬영인연합회 TBS지부, TBS 방송기술인협회 등의 직능단체는 '기획된 것인가, 무능한 것인가?'라는 성명을 내고 “일선 제작진들과 이사회, TBS의 5개 직능단체에 소속된 회원들이 기득권을 지닌 소수인가? 그가 말하는 다수 직원들은 누구인가? 이들을 빼고 나면 몇 명이나 되는지 셈은 해보았는가?”라고 반박했다.

이어 “특정 프로그램의 공정성 평가조항이 포함된 설문조사가 강행되자 일선 제작을 담당하는 실무진들은 실명을 밝혀가며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TBS의 5개 직능단체 역시 공방위가 제작 자율성과 독립성을 무너뜨리는 행동을 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하며 결과 공개를 단호히 반대해왔다”며 “그러나 결국 언론보도를 통해 결과가 유출됐고 제작진의 권익은 침탈됐다”고 했다.

5개 직능단체는 노조와 공방위에 책임을 물었다. 단체는 “양대노조 출신 위원들은 설문비용조차 노조 돈으로 해결하고 노조 단독으로라도 진행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이를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들의 의견을 묻거나 듣고자하는 노력은 없었다”며 “기사는 '라디오 제작본부와 보도본부'를 명시해 이 조사결과가 일선 제작진 '모두의 의견'이라고 왜곡하고 있다. 양대 노조와 공방위는 이 부분에 대한 반박문을 내거나 정정보도를 요청하라”고 했다.

▲ 지난해를 끝으로 막 내린 '김어준의 뉴스공장'

공정방송위원회는 성명에 공식 대응하지 않을 예정이다. 공방위에 노측 위원장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동식 TBS노동조합 부위원장은 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번 설문조사는) 전체 직원 350명 중에서 215명이 참여했다. 참여를 한 사람이 오히려 다수다. (직능단체 성명이) 공식적으로 의견을 모은 것 같지도 않고 다수 의견이라고 판단하지 않으니까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며 “지금 설문이 유출돼서 공방위 노측인 저희가 더 손해가 심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위원장은 “원래 2주 뒤에 어느 정도 (설문을) 녹여서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공방위 노측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이것을 미리 유출할 개연성은 없다. 내부 유출에 대해선 지금 공방위 내부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라며 “지금 정정보도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사실관계가 틀린 것도 아니라서 정정보도를 요청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정훈 언론노조 TBS지부장은 통화에서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밝히면서 조사 비용과 관련해 “처음에는 사측 예산으로 쓰려고 했지만 사측 예산을 쓰게 되면 시의회 등에서 자료를 요청할 때 거부할 수가 없는 상황이 일어난다. 그래서 노조 조합비에서 나오게 된 것이다. 일방적으로 노조가 (설문을) 주도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조정훈 지부장은 “공방위의 원래 취지는 TBS가 어떤 저널리즘을 할 것이냐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였다. 어떤 부분에서 우리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며 “특정 제작진을 공격하기 위해서 공방위를 진행한 것이 아니다. 그 사람들도 조합원인데 그럴 이유가 없다. 내부 설문이 유출되면서 (공방위가) 상호 간에 갈등 요소가 된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밝혔다.

한편 TBS는 지난해를 끝으로 김어준, 신장식, 주진우 등 외부 진행자들이 대거 하차했다. 2년 연속 예산삭감으로 제작비가 사실상 '0원'이 되자 국민의힘이 '편향적'이라고 비판했던 프로그램들이 폐지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신장식의 신장개업' 등은 각각 사내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출근길은 TBS', '퇴근길 김혜지입니다' 등 교통·음악 프로그램으로 대체됐다. 김어준씨는 새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을 개설했고 2일 기준 사흘만에 구독자 30만 명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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