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영화예술계 최고 권위’ 세자르상 주최 측 “성범죄 의혹 있으면 시상식 출입 금지”

프랑스 영화예술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세자르상의 주최측이 성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는 인사는 기소 전이라도 시상식에 초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영화예술기술아카데미는 2일(현지시간) 배포한 성명에서 “성범죄, 또는 성차별적인 성격의 폭력 행위로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사람들은 올해 2월24일 열리는 시상식에 올 수 없다”고 발표했다.

아카데미는 “피해자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비록 아직 피의자로 추정하는 단계일지라도 폭력 행위로 사법 당국의 수사를 받는 사람을 부각시키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련 혐의로 수사를 받는 중이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에게 세자르상 수상 자체를 금지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여전히 논의중이라고 덧붙였다.

세자르상 주최 측의 이러한 결정은 프랑스 영화 ‘레 자망디에’(Les Amandiers)에 출연한 배우 소피안 베나세(25)가 여러 차례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내려진 것이다.

작년 칸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레 자망디에’에서 주연을 맡은 베나세는 세자르상 신인상 수상이 유력했으나, 과거 저질렀던 성범죄 의혹이 드러나 후보 명단에서 제외됐다.

베나세는 현재 성폭행 및 폭행 혐의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앞서 아카데미 측은 지난 2020년 2월 미국과 유럽 등에서 다수의 미성년자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된 로만 폴란스키(90·폴란드, 프랑스 이중국적) 감독에게 상을 수여해 비판이 일었다.

아카데미는 폴란스키 감독이 1977년 저질렀던 아동 성범죄 전력에도 그가 연출한 영화 ‘장교와 스파이’(2019)로 폴란스키를 작품상, 각본상 등 12개 부문 후보에 올렸다.

그러자 영화계에서는 일제히 비난이 쏟아졌다. 프랑스 영화계 인사들은 아카데미를 규탄하며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했고, 아카데미 운영진도 총사퇴하며 반발했지만 폴란스키 감독은 감독상과 의상상을 수상했다.

그러자 폴란스키 감독뿐만 아니라 ‘장교와 스파이’ 제작진과 출연진은 세자르상 시상식에 불참했고, 행사장 밖에서는 여성단체의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폴란스키 감독이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됐을 때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으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배우 아델 에넬(34)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도 했다.

한편 주최측은 1976년부터 외국 작품에 대해 ‘외국영화상’을 시상해오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이 지난 2020년 제 45회 세자르상 시상식에서 수상했었다.

정재우 온라인 뉴스 기자 wamp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