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사고팔게 길 열어줘 … 둔촌주공 전매제한 8년서 1년으로

김유신 기자(trust@mk.co.kr), 이석희 기자(khthae@mk.co.kr) 2023. 1. 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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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착륙 막자" 전방위 규제 완화
미분양 6만가구 위험수위
찔끔 대책으론 효과 못봐
강남3구·용산만 전매제한 3년
1주택자 청약 당첨돼도
기존주택 계속 보유 가능해져
꽁꽁 언 분양시장 살릴지 촉각
정부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12억원 대출 규제와 전매제한 등 규제를 확 풀기로 했다. 사진은 3일 당첨자 계약이 시작된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 <이승환 기자>

국토교통부가 문재인 정부 당시 만들어진 3대 부동산 규제(전매제한·실거주 의무·분양가상한제) 대못 뽑기에 나선 건 최근 미분양 주택 급증이 우리나라 경제에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5만8027가구로 위험 수준(6만2000가구)에 근접했다. 증가 속도도 가팔라 11월 한 달간 미분양 물량이 무려 1만가구 늘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이 부실화되고, 건설사들의 줄도산마저 우려돼 적극적인 규제 해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일 국토부가 발표한 2023년 업무계획에는 주택시장 연착륙을 위한 규제 정상화 방안이 담겼다. 여기엔 분양받은 주택을 최대 10년간 팔 수 없는 전매제한을 최대 3년으로 줄이고,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안이 담겼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등 규제 지역은 전매제한 3년, 그 외 서울 지역과 인천, 과천, 광명, 하남 등 수도권 과밀억제구역은 전매제한 1년이 적용된다. 국토부는 전매제한 완화는 3월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실거주 의무 폐지는 조만간 주택법 개정안 발의를 통해 추진하기로 했다. 이미 분양이 이뤄진 주택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할 방침이다.

이 같은 조치로 당장 수혜를 입을 단지는 지난달 분양을 실시한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이다. 입주자 모집 공고 당시 이 아파트단지는 전매제한 8년, 실거주 의무 2년 규제가 적용됐다. 주택을 보유해야 하는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 수요자들의 부담이 커진 데다 고분양가 논란까지 겹치며 일부 평형은 2순위 청약에서도 공급 가구 수의 5배까지 모집하는 예비 입주자를 채우지 못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3일부터 17일까지 정당계약을 진행한다. 주택 가격 하락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전매제한과 실거주 의무에 묶인 청약 당첨자들이 대거 계약을 포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문제는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이 계약 마감일 이틀 뒤인 19일 7200억원 규모의 PF 관련 어음과 단기사채를 상환해야 한다는 점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조합이 전체 계약금의 최소 60% 이상을 확보해야 안정적인 상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단지로 꼽히는 올림픽파크포레온마저 계약률이 저조해 PF 상환이 어려워지면 PF 시장 분위기가 더 얼어붙을 수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이달 만기가 도래하는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은 약 17조원(유동화사채 포함)이다. 다음달은 10조원, 3월에는 5조원 규모의 PF ABCP 만기가 돌아온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PF 공급이 막힌 가운데 둔촌주공 조합마저 상환을 못하면 자금 경색이 심화돼 부도가 나는 사업장도 다수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번 규제 완화는 부동산 시장 위기가 금융권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극약 처방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날 나온 정부의 규제 완화 조치로 전매제한은 1년으로 줄어들고, 실거주 의무도 폐지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계약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한 또 다른 방안으로 최대 12억원까지만 가능했던 중도금 대출 규제를 풀고 이를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분양가가 12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이 불가했던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면적 84㎡ 청약 당첨자들도 중도금 대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올림픽파크포레온과 같은 시기 분양에 나섰던 장위자이 레디언트 청약 당첨자들도 전매제한 완화, 실거주 의무 폐지 등 규제 해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규제 완화 소급 적용으로 규제 때문에 청약을 포기한 수요자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기존 규제 사항들 때문에 청약에 신중했던 수요자들이 있는데 소급 적용을 하면 불만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부는 이날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을 규제 지역과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에서 해제했다. 규제 지역과 분양가상한제 지역 해제 효력은 5일 0시 이후부터 적용된다. 올해 분양이 예정된 동대문구 휘경자이 디센시아와 서대문 센트럴아이파크 등은 규제 지역과 분양가상한제 지역 해제로 법 개정 없이 실거주 의무가 사라지게 된다. 정부는 이번 업무보고에서 1주택 청약 당첨자의 기존 주택 처분 의무를 폐지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서울에서 민간 아파트를 분양할 때 중소형 면적(전용면적 85㎡ 이하)은 물량의 최대 60%를 추첨제로 공급하기로 한 가운데 이번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청약 경쟁률은 다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인기 지역에서는 청약 경쟁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유신 기자 /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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