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노조 힘 빼고 해고도 쉽게 … 프랑스, 고용·성장 둘다 키웠다
佛마크롱, 노동개혁 밀어붙여
'노조병 신음' 유럽도 수술나서
美·日선 전문직업군 중심으로
근로시간 규제않는 제도 시행
주52시간제 묶인 韓과 대조적
2015년만 해도 1%대 낮은 성장률과 10%가 넘는 실업률에 시달리던 프랑스. '영국병'을 앓았던 영국 못지않게 강성노조의 파업이 빈번하며 노동생산성이 곤두박질쳤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17년 취임하자마자 꺼내든 첫 번째 칼이 바로 노동개혁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유연성을, 비정규직을 대상으로는 안정성을 강화하는 '유연안정성'을 기치로 노동시장 경직성을 깨는 데 주력했다. 취임 첫해 마크롱 오르도낭스(대통령 행정입법)를 발표하고 이듬해 '페니코법' '미래 직업적 선택 자유법' 등을 통해 노사관계 전반을 개혁했다. 실적 악화에 따른 기업 손실 때 해고 요건을 사업장 단위로 좁혀 보다 자유롭게 해고가 가능하도록 했다. 종업원 50인 이상 기업은 의무적으로 4개 노조를 설치해야 했는데 이를 1개로 통합시켜 강성노조의 힘을 뺐다. 그 결과 2021년 성장률은 6.8%로 5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고 25%에 달했던 청년실업률도 10%대로 낮췄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초기 반발에도 마크롱의 개혁은 성공적이었다"며 "정치적으로 재선한 이유도 노동개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과잉복지와 강성노조로 인한 생산성 저하로 신음하던 유럽은 경직적인 노사관계를 개혁하며 부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의 노동시장 후진국으로 불렸던 스페인도 10년간 추진해온 노동개혁의 성과가 최근 빛을 보고 있다. 2012년만 해도 청년실업률이 50%를 넘었던 국가다. 정리해고 때 사전허가제를 사후보고로 바꾸고 50인 이상 해고 기업에는 해고 대상자에게 최소 6개월의 직업훈련을 제공하도록 하는 보완 입법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기업의 임시직 사용에 업종과 기간 제한을 두도록 개편해 근로자의 직업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쉬운 해고' 조건도 대부분 유지시켜 균형을 맞췄다. 그 덕분에 지난해 2분기 16세 이상 실업자는 14년 만에 처음으로 300만명을 밑돌았다. 지난해 정규직 채용도 전년 대비 200% 넘게 급증했다.
노사정 합의의 롤모델로 불리는 하르츠 개혁으로 노동시장 유연화에 성공한 독일은 시대 변화에 맞춘 2차 개혁을 2016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화 확산에 따른 노동시간 다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덴마크도 노동시장 유연화와 사회적 안정망 확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나라로 꼽힌다. '황금삼각형'으로 대표되는 노동시장 모델은 유연한 노동시장과 함께 실업자에 대한 복지제도 강화, 적극적인 노동 정책이 핵심이다. 그 덕분에 덴마크는 2020~2021년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에도 '단기노동계획'이라는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을 시행할 수 있었다.
미국과 일본 등에선 전문성을 가진 직업군을 중심으로 일반적인 근로시간 규제나 연장근로수당을 적용하지 않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미국의 '화이트칼라 이그젬프션(White-collar Exemption)'은 일정 소득 이상의 관리·행정·전문직 근로자 등에 대해 법정근로시간 규정을 배제해 최저임금과 초과근로수당을 적용하지 않는다. 대신 성과에 따른 수당을 받는다. 미국 공정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연봉이 10만달러 이상인 사무직 근로자가 대상이다. 일본의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 역시 전문직 근로자의 연봉이 1075만엔 이상이면 근로시간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한국도 화이트칼라 비중이 크게 늘어나며 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많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1963년 18.3%였던 화이트칼라 비중은 지난해 41.5%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블루칼라 비중은 40.3%에서 36.0%로 낮아졌다. 주52시간 규제로 노동 현장에 극심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 교수는 "전문직이나 대기업 임원들은 성과로 소득이 발생하는 게 보편적이기 때문에 충분히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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