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페어웰 펠레

장박원 기자(jangbak@mk.co.kr) 2023. 1. 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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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레가 골 넣는 장면을 보면 찬탄이 절로 나온다. 볼을 다루는 몸놀림이 재빨라서만은 아니다. 수비수 예상을 뛰어넘는 창의적 플레이가 이마를 치게 만든다. 그중 압권은 볼을 전혀 터치하지 않고 골키퍼를 제치는 장면이다. 작은 동작으로 골키퍼를 속여 볼이 그대로 굴러가게 해 결정적 찬스를 만든다. 브라질 축구 스타 네이마르가 "축구를 예술로 바꿔놓았다"고 한 이유를 알 수 있다. 하지 않으면서 완벽한 상황을 연출한 이 장면은 철학적 설명도 가능하다. 노자가 최고 경지로 여겼던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것도 1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그 경지를 보여준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그가 남긴 말도 삶을 돌아보게 한다. "성공은 몇 번 승리했느냐로 평가되지 않는다. 패배한 다음에 어떻게 플레이하느냐에 달려 있다." "열정이 전부다. 기타 줄처럼 팽팽하게 진동해야 한다." "페널티킥은 골을 넣는 가장 비겁한 방법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명언들이다. 펠레의 또 다른 매력은 솔직하다는 데 있다. 가령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때론 밤에 잠을 자지 않고 내가 왜 아직도 인기가 있는지 궁금해한다. 솔직히 모르겠다." '축구 황제'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승부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은 그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준다. 얼마나 틀렸으면 그가 이길 것이라고 하면 진다는 뜻의 '펠레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왔겠나. 한국 축구팀도 그의 저주에 걸린 적이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우리가 8강전에서 스페인을 꺾자, 펠레는 "한국이 결승전에 갈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가 이 말만 하지 않았어도 한국은 준결승전에서 독일의 벽을 넘었을지 모른다.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긴 펠레의 장례식이 3일 끝났다. 폴란드 축구 국가대표 레반도프스키 말대로 천국은 새로운 별을 얻었고 축구계는 영웅을 잃었다. 하지만 펠레는 말했다. "펠레는 죽지 않는다. (여러분 마음속에) 펠레는 영원할 것이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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