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한국 印太전략에 대한 중국의 평가

2023. 1. 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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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예상 밖 담담한 반응
자국 향한 배려 봤기 때문
韓 주요 협력국에 中 명시
"특정국 배제 없다"도 담겨
中 향해 날세운 加와 달라

지난주 정부가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 미국의 인태전략에 적극 호응한다는 취지이다. 중국 외교부는 한국이 인태전략을 발표한 당일 이에 대해 논평을 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그 내용이 담담하기 이를 데 없다.

왕원빈 대변인은 "각국의 단결과 협력, 지역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발전과 번영을 촉진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고 배타적인 소그룹을 형성하는 데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렇지만 이는 한국의 인태전략 내용에 대한 평가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른바 관망하는 태도다.

원래 중국은 미국의 인태전략이 미국 동맹국으로 확산되면 결국 중국을 정치·경제적으로 배제하는 포위망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 속에 작년 5월 23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에 대해 당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인태지역의 지역협력이 보호주의를 지향하거나, 공급망 안정을 해치거나, 지정학적 대결을 조성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경제 문제를 안보화하지 말라는 주장도 거듭해왔다.

중국이 한국의 인태전략을 관망하는 이유는 그 속에 중국에 대한 배려가 뚜렷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선 중국을 주요 협력국가의 하나라고 명시했다. 우리는 개방형 통상국가로서 개방적이고 공정한 경제 질서를 구축하고 무역·투자 네트워크의 연결성과 상호 보완성을 제고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경제 문제가 과도하게 안보화되지 않아야 한다는 표현도 들어 있다. 보호무역주의의 확산과 공급망 분절이 인태지역의 성장동력을 약화시킨다는 우려도 담았다. 또 동 전략이 특정 국가를 겨냥하거나 배제하지 않는다고도 못 박았다. 인태전략의 협력 원칙으로 제시한 포용, 신뢰, 호혜는 중국이 주변국과의 협력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는 친성혜용(親誠惠容), 우호호신(友好互信), 이익융합(利益融合)과도 잘 호응한다.

즉 한국의 인태전략은 '자유, 민주주의, 법치주의, 인권 등 보편적 가치와 질서'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의 연대, 즉 한미동맹을 중시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보편적 가치와 질서를 위협하거나 이에 도전한다고 적시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 중국이 표명해온 다양한 우려를 맞춤형으로 잠재울 구절들을 의도적으로 배치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우리보다 한 달 전(2022년 11월 27일) 미국의 또 다른 동맹국인 캐나다가 자신의 인태전략을 발표했다. 캐나다는 여기서 중국이 인태지역에서 자신의 경제안보적 이익을 공격적으로 추구하면서 다른 나라를 강압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50차례 이상 중국을 언급했다. 미국 외의 국가 중에서 중국에 대해 가장 공격적인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동 전략이 "이념적 편견에 가득 차서 근거 없이 중국을 공격하고 있다"며 "강렬(强烈)한 불만과 견결(堅決)한 반대, 그리고 엄정(嚴正)한 교섭을 제기한다"는, 말 그대로 격앙된 논평을 쏟아냈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온건한 한국에 대해서는 숨을 좀 고를 수밖에 없다.

이미 여러 나라가 자신의 인태전략을 발표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진영적 입장이 분명하다. 반면 일본, 인도, 아세안, 독일 등은 미·중 대결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인태지역에 대한 독자적인 관심과 비전을 밝히고 있다. 한국은 딱 그 중간이다.

중국 언론은 한국의 인태전략이 포용 원칙이나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연대의 대상을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로 한정한다는 점에서 모순된 태도를 보인다고 평가한다. 미국과 연대하며 중국과도 협력하는 것이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 5위 제조업 통상대국으로서 한국이 지향하는 바이자 실현 가능한 비전임을 실천으로 보여주는 것이 앞으로 한국 인태전략이 풀어야 할 숙제이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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