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주춤하자 … 신흥국펀드에 뭉칫돈

김정범 기자(nowhere@mk.co.kr) 2023. 1. 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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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S&P500 한달새 -5.8%
中·베트남 2%대 하락 그쳐
베트남펀드에만 600억 유입
한국·일본 자금 유출과 대비
中 봉쇄 완화에 회복세 기대

지난해 가파른 금리 인상과 강달러로 인해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최근 살아나면서 신흥국 펀드가 부상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주요 신흥국은 올해 경제 회복 기대감, 봉쇄 완화 등 호재를 등에 업고 속속 자금이 유입되는 모습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베트남 증시에 투자할 수 있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에이스(ACE) 베트남VN30 ETF는 지난달에만 순자산총액이 916억원 증가했다. 채권형을 제외하고 전체 상장 ETF 가운데 순자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이다. ETF는 베트남 증시를 대표하는 30개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베트남 번영은행 비중이 8.13%로 가장 높고 베트남 대표 정보통신 기업 FPT, 최대 유제품 기업 비나밀크 등의 편입 비중이 높다.

신흥국 펀드로 자금이 몰리는 것은 증시가 최근 달라진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베트남·중국 증시는 주요국 대비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베트남 VN지수는 작년 12월 각각 2.4%, 2.8% 떨어지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는 5.8% 하락했고, 한국 코스피 역시 9.8%나 떨어져 대조적 모습을 보였다. 최근 미국 등 주요국의 물가 상승세가 주춤해졌고 통화정책 완화 전망이 나오며 신흥국 증시로 온기가 도는 모습이다. 일례로 지난해 1월 4일 종가 기준 1525.58을 기록했던 VN지수는 꾸준히 하락 곡선을 그리며 지난해 11월 15일 911.90까지 주저앉았다. 지난달 말 지수를 다시 1007.09까지 끌어올리며 반등하는 모습이다.

김찬영 한국투자신탁운용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은 "베트남 증시는 연말로 오면서 회복세로 돌아오고 있다"며 "저가 매력이 부각되며 외국인 자금 유입세가 강해지고 있고 올해 내수 성장과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에 힘입어 추가 상승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베트남 증시가 저점에 다가간 것 아니냐는 기대에 투자 수요도 몰리는 모습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일 기준 최근 한 달 새 베트남 공모펀드로 자금 614억원이 유입됐다. 중국은 물론 홍콩, 대만 등에 투자하는 중화권 주요국 펀드로도 자금이 500억원 이상 들어왔다. 같은 기간 일본(-57억원), 국내 주식형 펀드(-1조269억원)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은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약해지면서 신흥국 관련 주식형 펀드의 투자심리가 호전되고 있다"며 "신흥국 펀드의 자금 유출 규모도 점차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며 지난해 11월 신흥국 주식형 펀드와 ETF로 5주 연속 자금이 순유입됐다"고 설명했다.

베트남과 중국은 올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경제가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베트남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추정치가 8%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보다 더 높은 8.5%로 예측했다. 이는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21년 베트남 경제성장률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2.6%에 머물렀는데 이보다 3배 이상 높아질 것으로 본 것이다.

베트남은 한국의 세 번째 수출국으로 전체 수출액 중 9%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 의존도가 높은 대표적 국가이기도 하다. 한국은 반도체, 정보기술(IT) 제품, 화학, 철강 등 중간재를 주로 수출한다. 전망대로 베트남 경제가 본격 회복될 경우 한국 경제는 물론 증시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역시 코로나19 방역 정책 완화와 내수 부양 등의 효과로 경제가 올해 들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은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시행해온 해외 입국자 시설 격리를 없애고 해외 입국자에 대한 유전자증폭(PCR) 검사도 없애기로 했다.

김경환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지난해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3년 만에 내수 부양과 소비 회복을 최우선 정책 목표로 제시했다"며 "올해 중국 경기는 1분기를 저점으로 V자 반등하는 상저하고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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