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나라 곳간 채우는 법
돈 쓸 곳은 많은데 들어오는 돈은 적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국가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특히 상황이 심각하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로 나라 곳간 채워줄 사람은 줄어드는데 국가가 부양해야 할 노인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올해 국가채무는 1100조원을 돌파하면서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의 선택지는 하나다. 수입원을 늘리고 꼭 필요한 데만 지출하는 것이다. 들어오는 돈은 세금이다. 하지만 곳간이 비었다고 세율을 확 높일 수는 없다. 시장에 비효율과 부작용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많이 버는 사람에게 무턱대고 고율의 세금을 매긴다면 시장에 활력이 떨어져 세금을 걷을 기반 자체가 줄어든다. 돈을 더 벌면 세금으로 뜯기고, 덜 벌면 세금을 거의 안 내 결국 손에 쥐는 돈이 같다면 굳이 노력해 더 벌 이유가 없다.
위기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과세 기본원칙을 돌아봐야 한다. 세금 사각지대와 형평성에 어긋나는 비과세 및 감면을 줄여 세원을 넓히고, 낮은 세율과 산업 규제 완화로 경제주체의 활력을 북돋울 때다.
그런데 우리나라 세제는 그간 정반대였다. 좁은 세원, 높은 세율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면세자는 그대로 놔둔 채 정치논리에 따라 '부자 증세'와 '핀셋 증세'라는 이름으로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세금만 늘려왔다. 그 결과 상위 10%의 근로소득자가 70% 넘는 세금을 부담하고 하위 40%는 아예 내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법인세는 한술 더 떠 0.01% 대기업이 전체의 35%를 부담해 편중이 더 심했다.
세제가 정책 효과보다 정치적 판단이나 여론에 따라 정해지는 경향이 심하다 보니 세법이 일관성 없이 복잡해진 점도 문제다. 세법도 규제인 만큼 복잡한 세제는 강한 규제와 같은 의미다. 겹겹이 싸인 규제에 세제까지 발을 묶고 있으면 시장에 활력이 돌 수 없다.
복잡한 세제를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원칙에 따라 단순화해야 한다. 걷을 때는 제대로 걷고, 융통성은 세금을 쓸 때 세입에 맞춰 적절하게 발휘하는 게 맞는다.
[홍혜진 경제부 hongho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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