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라운지] 집값 1% 오르면 … 7년간 출산율 0.014명 감소

이선희 기자(story567@mk.co.kr) 2023. 1. 3. 17: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토연, 집값·출산율 관계 분석
"자산가격 상승기 출산 기피"

집값이 오를 때마다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주거 비용 부담 증가로 출산을 미룬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발행된 '주택가격 상승이 출산율 하락에 미치는 동태적 영향 연구'(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집값이 1% 이상 상승할 경우 그 영향이 7년까지 이어져 합계출산율이 향후 7년간 약 0.014명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2년 1월부터 2022년 9월까지의 시계열 자료로 주택가격과 출산율의 구조적 변화를 추정한 연구다. 보고서는 자산가격 상승기에는 자녀 출산을 뒤로하고 자산 투자를 통해 흑자 폭을 넓히려는 출산 기피 요인이 있는 것으로 봤다.

시기별로 1990년대에는 주택가격 상승 충격이 발생하면 10개월 이상 시차를 두고 출산율이 하락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주택가격 상승 충격이 발생하면 출산율 하락까지의 반응이 4~5개월 빨라져 5~6개월 이후부터 출산율이 떨어졌다.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주택가격 상승 충격 발생 이후 1~2개월 이내 출산율이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집값이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것은 출산을 경제적 이득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화된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며 "경향이 강해질수록 주택과 같은 자산가격과 출산 간 경합관계가 강화될 수 있다"고 했다.

집값에 대한 부담이 첫째를 낳을 가능성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22년 '패널자료를 이용한 신혼가구의 주택점유형태와 출산 관계 연구'(신형섭 LH 토지주택연구원)에 따르면, 첫째 자녀를 출산하는 데는 자가를 소유하는 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자녀 출산에서는 자가 점유 가구가 임차 가구에 비해 출산 확률이 오히려 7.5%포인트 낮았다. 논문은 "자가 구입을 위한 비용 부담으로 인해 첫 출산을 연기할 확률이 높다"고 주장한다.

아이를 갖기 전 집을 소유하면 비용 부담으로 인해 출산을 연기할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출산을 기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는 "첫째 출산에서는 자가 마련을 위해 투입되는 비용 부담 등으로 인해 출산을 연기하는 확률이 높아지는 반면, 둘째 이상 자녀 출산은 추가 양육에 대한 여력이 존재하는 가구에서 자가 점유가 제공하는 주거 안정성과 향후 경제적 자산 축적 가능성이 다자녀 출산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아이를 두 명 이상 낳는 것이 저출산 극복의 중요한 과제로 거론되는 만큼 이 연구는 "주거 안정성과 경제적 자산 축적 가능성이 다자녀 출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2021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명에 못 미치는 국가는 우리나라뿐이다.

[이선희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