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 악재에 짓눌려…연초 증시 ‘1월 효과’ 없네

김은정 기자 2023. 1. 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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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코스피 지수가 전날보다 6.99포인트(0.31%) 내린 2218.68에 마감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화면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된 모습./뉴시스

‘1월 효과’라는 말이 무색하게, 해가 바뀌자마자 주가가 위태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일 장중 코스피 지수는 2180선까지 미끄러졌다. 각 증권사가 예상하는 올해 코스피 저점 평균은 2150선인데, 새해 들어 2거래일 만에 벌써 바짝 다가서 버렸다. 이날 정부의 반도체 기업 감세 정책 발표로 그나마 하락 폭을 줄여 전날 대비 0.31% 내린 2218.68포인트로 마감했지만, 한 치 앞을 보기 어려운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겹겹이 쌓여 있는 악재가 증시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1월 효과 기대감 컸는데

사실 통계로 보면 ‘1월 효과’는 실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새해를 맞는 심리적인 효과 정도에 그친다. 대신증권 분석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작년까지 13년간 1월 주가 상승률은 평균 0.06%다. 같은 기간 전체 월평균 수익률(0.31%)에 못 미친다. 미국 S&P500 지수도 최근 30년간 1월 수익률이 플러스였던 해가 17번이고, 마이너스였던 해가 13번이다.

하지만, 기관 투자자나 왕개미들이 세금 등을 이유로 연말 보유 주식을 정리했다가 1월에 되사는 경향이 있고, 연말에 보너스를 받은 개인 투자자들이 1월에 새로 시장에 진입하기도 한다는 점, 무엇보다 새해 기대심리가 작용한다는 점 등 때문에 국내외 증시에서는 ‘1월 효과’를 기대한다. 하지만 국내 증시의 현실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지고 있다.

◇작년 4분기 실적이 두렵다

무엇보다 다가오는 실적 발표에 대한 두려움이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 주 중 발표하는 4분기 잠정 실적이 얼마나 암울할지가 일단 관심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6조65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급감한 수준이다. 실적 발표일이 다가올수록 눈높이는 더 낮아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은 7000억원대 적자가 예상되고 있고, 최근 실적 전망치를 내놓는 증권사들은 일제히 조(兆) 단위 적자를 내다보기 시작했다.

국내 증시를 이끄는 반도체 투톱의 실적 악화 속에 코스피 상장사들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은 현재 40조원까지 뚝 떨어진 상태다. 신한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예상한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50조1500억원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이보다 19%가량 낮아졌다. 코스피 주당순이익(EPS)은 수출 실적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반도체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국내 증시 향방은 반도체 업황이 언제 나아지느냐에 달려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3분기부터 반도체의 주당순이익 감소 폭이 줄어들어 4분기에는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겨울이지만, 여름은 또 온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코스피가 현재 거시경제 불안과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 코스피 실적 쇼크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에 1월에는 지수가 바닥을 향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대준 한투증권 연구원도 “지금은 추가 매수를 지양할 때”라며 “저가 매수 타이밍은 작년 4분기 실적이 상당 부분 발표되고,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나는 1분기 후반”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던 개인 투자자들은 지쳐가고 있다. 지난해 주식 계좌에서 3000만원 가까운 손실을 기록했다는 회사원 이모(42)씨는 “바겐세일인 줄 알고 사고 또 샀는데, 내가 산 주식이 다음 날 더 싸져 있어서 아주 기분이 나쁘다”면서 “언제쯤 반등할지 막막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상황이 나아지는 상저하고(上低下高)형 시장이 될 거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이날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다 나쁘다고 했을 때 나쁜 적이 없었고 다 좋다고 해도 좋은 적이 없었다”며 곧 변곡점이 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 5월이 지나면 미국 금리 문제, 물가 지수 등이 안정될 것 같다. 겨울이 되면 여름이 없을 것 같지만, 여름은 또 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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