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용산 외 ‘부동산 규제’ 없애는데…공공임대는 줄인다
정부가 전매제한과 실거주 의무 등 주택 분양·청약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할 계획이다. 또 세금·대출·청약 규제가 두루 적용되는 부동산 규제지역은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하고 전부 없앤다. 비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더 쉽고 많이 해제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재량을 넓히기로도 했다. 반면, 저소득층에 앞으로 5년간(2023∼2027년)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은 지난 5년(2018∼2022년)에 견줘 4만호가량 줄였다. 부동산 부자들이 누릴 이익 기회를 늘린 반면, 취약계층 주거복지는 축소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3일 ‘주택시장 연착륙을 위한 규제 완화’가 핵심인 2023년 업무계획을 대통령실에 보고했다. 지난해 12월21일 기획재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양도세·종합부동산세 등 세금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푸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밝힌 데 이어, 이번에는 국토부가 올해 추진할 주택 분양·청약 관련 규제 완화안을 제시한 것이다.
국토부는 올 3월에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현재 전매제한 기간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 규제지역 여부, 시세 대비 분양가 수준 등에 따라 달리 적용되고 있다. 수도권은 최대 10년, 비수도권은 최대 4년간 분양권 전매가 불가능한데, 국토부는 이를 수도권은 최대 3년, 비수도권은 최대 1년으로 바꾸기로 했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개정 이전에 생긴 분양권에도 새로운 전매제한 기간이 적용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지역과 공공재개발 지역 수분양자에게 적용 중인 실거주 의무(2∼5년)를 폐지하는 주택법 개정안도 조속히 발의하겠다고 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기존 실거주의무 부과자에게도 소급 적용된다. 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 지원대상을 분양가 12억원 이하로 제한하던 규제를 공사 내규를 개정해 올 1분기 중에 없애고, 특별공급 분양가 기준(투기과열지구 분양가 9억원 초과시 특별공급 불가)과 규제지역 분양에서 추첨제로 당첨된 1주택자의 기존주택 처분 의무도 폐지한다.
이에 더해 조만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민간건설사의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토부 업무보고를 받으며 “지금 미분양 주택들이 시장에 나오는데 공공기관이 이를 매입하거나 임차해서 취약계층에게 다시 임대를 하는 방안도 깊이 있게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미분양 주택 매입은 최근 건설업계가 정부에 줄곧 요구해온 사안이다. 이날 윤 대통령이 정책 추진을 시사한 만큼, 민간 건설사들이 미분양 물량을 줄이기 위해 분양가를 낮추는 등 자구책을 쓰기보다 정부의 매입 조처를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장은 30만㎡ 이하의 그린벨트 해제권을 갖고 있지만, 올 상반기에 시행령을 고쳐 비수도권 지자체장은 100만㎡까지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갖게 된다. 2015년 지자체장에게 30만㎡까지 재량으로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을 처음 준 이래로 8년 만에 비수도권에 한해 지자체장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대폭 늘린 것이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은 주로 산업단지 개발에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반도체·방위산업·원자력발전산업 등 국가전략사업을 지역에 추진하는 경우, 그린벨트 해제 총량에서 제외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내놨다. 현재 국토부가 승인한 그린벨트 해제 총량은 수도권 1365㎢, 비수도권 2428㎢다. 조명래 단국대 석좌교수(전 환경부 장관)는 “그린벨트를 풀어 산업단지를 만들겠다는 것은 그린벨트 제도 취지를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탄소 절감엔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5년 동안 공공임대주택 50만호와 공공분양주택 5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전체 공공주택 공급량 100만호는 지난 5년에 견줘 22만4천호 많다. 그러나 세부 물량을 보면 저소득 취약계층용 공공임대물량은 43만호로, 지난 5년 공급된 46만8천호보다 적다.
정부는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수도권 전 지역의 부동산 규제지역도 해제했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4개 지역(과천, 성남 분당·수정, 하남, 광명)만 남겨두고 규제지역을 푼 지 54일 만에 추가 해제가 이뤄진 것이다. 국토부는 업무보고 하루 전인 지난 2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조정안'과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 조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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