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랩] '그알' PD는 왜 '무도' 작가와 '관계자 외 출입금지'에 들어갔을까

강선애 2023. 1. 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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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보통 사람들은 들어가지 못하는 미지의 구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고, 어떤 고충이 있을까. 이를 들여다보기 위해 '그것이 알고싶다' PD와 '무한도전' 작가, 그리고 베테랑 예능인들이 뭉쳤다.

SBS 신규 프로그램 '관계자 외 출입금지'는 외부인은 다가갈 수도 들여다볼 수도 없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에 가수 김종국, 개그맨 양세형, 배우 이이경이 '1일 출입증'을 받고 입장해 미지에 쌓인 금지구역의 이야기를 봉인 해제하는 프로그램이다. 대한민국 대표 탐사 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이동원 PD와 '궁금한 이야기Y', 'TV동물농장' 등을 만든 고혜린 PD,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등의 예능 프로그램들을 이끌어온 김태희 작가가 의기투합한, 시사교양과 예능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관계자 외 출입금지' 기자간담회에는 이동원, 고혜린 PD가 참석해 프로그램 기획의도와 섭외 과정, 시청 포인트 등에 대해 전했다.

▲ 왜 '관계자 외 출입금지'인가

'그알'을 4년간 연출하며 흉악한 강력사건과 마주했던 이동원 PD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일반인들에게도 위로가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PD는 "극한의 상황을 겪지 않아도, 요즘처럼 코로나19 등으로 충분히 힘든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고민을 오랫동안 해왔다. SBS시사교양본부에서 그런 걸 만든다면, 남들이 못 가는 곳에 있는데 응원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누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관계자 외 출입금지'를 하게 됐다"며 "극단의 무거운 프로그램을 오래 해와서, 사람들이 편안하게 볼 수 있으면 했다"고 말했다.

고혜린 PD는 "저도 '궁금한 이야기Y' 같은 취재 프로를 하다 보면, 평소에는 갈 수 없는 금지구역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사실 문전박대도 많이 당했다. 들어가고 싶은데 못 들어가는 경험도 많아서, 이번엔 대놓고 허락받고 들어가고 싶다, 안에서 어떤 일이 있는지 제대로 들어보고 싶단 의지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시청자들도 궁금한 걸 해보고 싶단 마음이 있을 거다. 그런 원초적인 궁금함을 풀어주는 프로그램은 어떨까 하는 시작점에서 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시사교양 PD와 예능 작가의 만남이란 점이 독특하다. 그럼 이 프로그램은 예능일까, 시사교양일까. 제작진은 굳이 한 장르로 규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고 PD는 예능작가와의 작업에 대해 "즐거운 작업이었다"며 "처음엔 호흡이 잘 맞을까 생각했지만 결론적으론 잘 맞았다"고 밝혔다. 이어 "교양이냐 예능이냐 질문을 많이 해주시는데, 시청자 분들한테 그게 중요할까 싶다. 교양/예능을 규정하는 것보단, 우리가 진정성 있고 재밌게 전달할 수 있을지, 그게 우리 프로그램의 성격이지 않을까 싶다"며 "그동안 예능과 교양 제작진의 만남은 많았지만, 이번 프로그램은 둘의 시너지가 극대화되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했다.

▲ 첫 번째 금지구역, 구치소와 교도소

'관계자 외 출입금지'가 들어간 첫 번째 출입금지 장소는, 서울남부구치소와 교도소다. 이 PD는 "제가 '그알'을 했었다 보니 일반인들이 못 가본 곳을 많이 가볼 기회가 있었다. 보안구역 중 어디로 처음 가야 할까 선정할 때, 주변 지인들이 교도소, 조폐공사, 군사지역 등을 추천했다"며 "관계자만 갈 수 있는 구역이라고 할 때 사람들이 어디를 먼저 떠올릴까, 했을 때 첫 번째가 교도소일 것 같았다. 가장 보안구역이기 때문에"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제작진은 교정기관을 첫 장소로 정한 후 법무부에 섭외 제안을 보냈고, 생각보다 금방 허락을 얻어냈다. "실제 교도관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그들의 고충을 알려주겠다"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의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 PD는 "교정공무원들이 사회를 위해 묵묵히 일하는데, 노출되지 않아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 그런데 드라마나 영화에서 왜곡을 해 상처를 많이 받았더라"며 영화에서 교도관이 재소자에게 담배를 팔거나 돈을 받고 나쁜 일을 하는 것처럼 비치는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이 PD는 "그분들은 교정복지를 하는 사람으로서 큰 사명감이 있다. 자식들한테도 떳떳한데, 그걸 그동안 알리지도 못했다. 이번 기회에 그들의 이야기, 직업에 대한 고충을 가감 없이 전달할 것"이라 덧붙였다.

제작진은 법무부와 두 달여간 논의 끝에 구치소, 교도소 내부 촬영을 진행했다. 아무래도 보안시설 내부를 촬영하는 것이라 쉽지는 않았다.

이 PD는 "방송을 11년째 하고 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전 스태프의 신원 조회를 했고, 휴대폰을 포함함 통신장비를 다 두고 들어갔다. 촬영 장비의 시리얼 넘버도 다 넘겨야 했는데, 조연출이 그 목록을 만드는데 3일이 걸렸다. 촬영 장비를 넣는데 2~3시간 걸리고, 나올 때도 2~3시간이 걸렸다. 휴대폰이 없다 보니 촬영하러 들어가서 스태프가 찢어지면 소통이 안 됐다. 그런 특이한 촬영 환경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들어가서 접한 교도소 내부는 생각과 달랐다. 이 PD는 "'그알'을 오래 해서 교도소 교정시설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갖고 있었다. 또 교도관도 많이 만나 인터뷰 했었다. 어릴 때 교도소로 봉사활동을 가본 적도 있고, 출소하신 분들도 많이 뵈었다. 그래서 전 안 가봤지만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촬영을 진행하며 그동안 제가 알던 공간과 다르단 걸 느껴 신기했고, 충격적이었다"며 "전국에 17,000명의 교정공무원이 있는데, 이런 이야기가 잘 알려지지 않았구나, 이런 분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 흘리고 있구나 싶었다. 이게 우리 프로그램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라고 전했다.

▲ 금지구역에 들어간 예능인들, 김종국X양세형X이이경

이동원 PD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에 들어갈 연예인으로 김종국, 양세형, 이이경을 섭외한 것에 대해 "저희는 그곳(출입금지 구역)에서 일하는 사람을 섭외하는 게 아니라, 그 건물, 시설 전체를 섭외한다. 그래서 그 안에서 누군가를 찾아가 이야기를 들을 때 공감해줄 수 있는 착한 사람, 호기심도 많고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정해진 틀 대로 찍지 않아도 열린 마음으로 함께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굴까를 고민했고, 이 세 명의 MC들이 떠올랐다"라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김종국, 양세형을 구치소에 들어가는 법무부 호송버스에 태워 실제 수용자들이 경험하는 입소 절차를 밟게 했고, 이이경은 교도관을 체험했다. 대본도 없이 그냥 낯선 현장에 던져 놓은 난처한 상황이었지만, 세 사람은 베테랑 예능인들답게 관계자를 만나 진정성 있게 대화를 나누며 시청자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만한 활약을 펼쳤다.

이 PD는 "촬영을 시작하자마자 버스에 태워 교도소에 넣어버리고, 저희도 주변에 없이 실제로 경험할 수 있게 했다. 그 과정에서 본인들의 인성이나 성격이 드러날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우리 MC들은 훌륭했다. 덕분에 재밌게 촬영했다"며 출연진의 성품을 칭찬했다.

고혜린 PD는 "저희가 자연스럽게 촬영하고 싶다는 걸 잘 존중해 주셨다. 김종국 씨는 그 중심을 잘 잡아줬고, 양세형 씨는 찐으로 궁금한 것들이 많아 질문을 잘 던져줬다. 이이경 씨는 다른 두 분이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시선으로 봐주는 게 있었다. 세 분의 호흡이 좋았고, 그렇게 셋이 끌어가는게 신선하고 재밌었다"며 세 사람의 호흡에 만족스러워했다.

무엇보다 이 PD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들어보고, 그들을 응원하기 위해 기획된 '관계자 외 출입금지'의 취지를 진심으로 이해해 준 출연진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 PD는 "프로그램 취지를 설명하고 어떻게 촬영할 지 말했을 때, 세 분 모두 동의해 주며 '제작진을 믿고 따르고, 진정성 있게 해 보겠다' 하더라. 저희 같은 어두운 프로그램을 했던 PD들을 만나 저희를 믿고 해보겠다 해주니 오히려 감사했고, 저희도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출연진이 '관계자 외 출입금지'에 임하는 마음은 진심이다. 이 PD는 "김종국 씨와 프로그램의 취지에 대해 대화하며 3시간이나 얘기했다. 어디가 가보고 싶다고 말하는데, 실제로 섭외가 된 곳도 있었다. 그렇게 수다를 떤 게 3시간이었다. 양세형 씨는 '내가 뭐라고 이런 곳에 허가받고 들어갈 수 있다니, 연예인 하기 잘했다'면서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냈다. 그게 너무 감사했다"며 열성적으로 프로그램에 임해준 출연진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 두 번째 장소는 인천공항… 3부작 파일럿은 정규 편성될까

'관계자 외 출입금지'는 구치소, 교도소에 이어 인천공항의 출입금지 구역을 들어간다.

이 PD는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보안문제 때문에 못 들어간 곳이 어딜까 했을 때, 인천공항이 떠올랐다. 누구나 가는 곳이지만, 그 유리 너머에 직원들만 다니는 통로가 있다. 그 공간에 대한 허가를 받고 다니면 어떨까 해서 인천공항 측에 문의했고, 허가를 받아 촬영도 다 끝냈다"고 설명했다.

세상에 '관계자 외 출입금지'가 갈 곳은 너무도 많다. 이 프로그램의 티저 영상에는 한국은행 금고, 조폐공사, 노동당 39호실, 51구역, 우주정거장, 투탕카멘 비밀의 방, 바티칸 비밀 기록 보관소 등 미지의 세계 리스트들이 끝없이 등장해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PD는 "티저에 여러 장소들이 나오는데, 미리 섭외가 된 곳이 4~5곳 정도 있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어 "티저가 공개됐을 때, 티저에 언급된 곳에서 역으로 연락이 와서 출연을 제안해주시기도 했다"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어 하는 곳을 찾아가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 현재 이 프로그램은 3부작 파일럿으로 기획돼 우선 시청자를 찾아간다. 하지만 정규 편성 가능성이 아주 높은 상황이라, 시청자의 '관계자 외 출입금지' 입성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 PD는 "SBS 시사교양본부에서 야심 차게 시작하는 프로그램이다. 뼈를 갈아가는 마음으로 만들었다"며 "단순히 높은 시청률을 바라는 게 아니다. 교정본부에서 이렇게까지 문을 연 게 처음이라, 저희가 프로그램을 조금이라도 잘못 만들면 그분들께 해를 끼친다는 마음이다. 진짜 그분들을 위해, 그분들이 응원받을 수 있게 만들어야겠단 마음으로 만들고 있다. 즐겁게 시청해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고 PD는 "재미와 웃음이 분명히 있지만 그걸 소비만 하지 않고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갖고 있는 프로그램이니 많은 관심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는 오는 5일 오후 9시 첫 방송된다.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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