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토 16세 전 교황, 남긴 마지막 말은… 보수 수호, 교계 과오 안고 떠나 [뉴스+]
동성애·낙태 등에 강경론… 보수파의 최고지도자
“교회 가장 어두운 비밀, 성추문 무덤으로 가져가”
임기 내내 멋쟁이…패션잡지 ‘베스트드레서’ 선정
영적 유언서 신자들에겐 “믿음 안에 굳건히 서라”
“주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지난달 31일 바티칸시국 내 ‘교회의 어머니(Mater Ecclesiae)’ 수도원에서 95세로 선종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시신은 2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으로 옮겨져 오전 9시부터 일반에 공개됐다. 교황청은 이날 오후 7시 첫날 조문 일정을 마무리한 뒤 약 6만5000명이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을 조문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탈리아 치안 당국이 예상한 2만5000∼3만명을 2배 이상 뛰어넘는 규모다.
이날 새벽 ‘교황의 신사들’로 불리는 교황의 수행원 10명이 흰색 장갑을 끼고 이 수도원에 안치된 베네딕토 16세의 시신을 운구차에 실어 성 베드로 대성전을 향해 출발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오랜 개인 비서인 게오르그 겐스바인 대주교와 가사를 도운 수도회 수녀들이 걸어서 운구차의 뒤를 따랐다.
운구차가 성 베드로 대성전에 도착하자 스위스 근위병이 경례했고, 시신은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제대 앞으로 옮겨졌다. 대성전 대사제인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이 시신에 성수를 뿌리고, 분향했다. 교황청은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성 베드로 대성전의 문을 열고 일반 조문객을 받아들였다.
생전에 물러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으로, 가톨릭 내 보수파를 이끈 뛰어난 신학자라는 찬사가 이어진다. 하지만 다른 평가도 있다. 교계 최악의 사건인 사제들의 성 학대 문제를 끝내 해결하지 않고 무덤까지 끌고 갔다는 그림자 역시 존재한다.
뉴욕타임스는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선종으로 미국의 보수 가톨릭계가 ‘영웅을 잃었다’고 썼다. 워싱턴포스트(WP)는 가톨릭의 전통 계승을 중요시하는 보수파들이 베네딕토 16세를 ‘영원한 신앙의 수호자’로 바라봤다고 전했다.
성 학대 피해자 모임인 ‘사제 학대 생존자 네트워크’는 성명에서 “우리가 보기에 베네딕토 16세는 교회의 가장 어두운 비밀을 무덤으로 가져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 학대 피해자 모임을 이끌었던 데이비드 클로헤시는 “베네딕토 16세가 반체제 신학자들을 징계한 것처럼 스캔들에 연루된 주교들을 징계했다면 많은 범죄와 은폐를 멈출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는 총명하지만 용기가 없었다. 단호하게 행동하지 않은 것이 수천 명의 어린이를 공격당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이탈리아어로 “주님, 당신을 사랑합니다”였다. 게오르그 겐스바인 대주교는 베네딕토 16세의 곁을 지키던 남자 간호사가 지난달 31일 오전 3시쯤 전임 교황의 마지막 말을 들었다며 이같이 공개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그로부터 6시간 정도 뒤인 오전 9시34분에 선종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공식적인 유언으로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전한 마지막 메시지는 “믿음 안에 굳건히 서라” 였다. 교황청 공보실이 공개한 그의 영적 유언에는 전임자인 요한 바오로 2세와 달리 유언에서 장례 절차나 시신이 안치될 장소에 대해 어떤 지시도 없었다. 그의 재산과 소지품을 어떻게 처분할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에 공개된 영적 유언은 베네딕토 16세가 즉위 후 1년 뒤인 2006년 8월29일 독일어로 작성한 것으로, 2페이지 분량이다.
부모님을 향해서는 “어려운 시기에 내게 생명을 주셨고, 큰 희생을 치르면서도 사랑으로 멋진 집을 준비해줬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자신의 곁에 있던 많은 친구와 선생님, 제자들과 자신이 태어난 고국 독일, 제2의 고향이 된 이탈리아와 로마에도 감사한다고 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신자들을 향해서는 “믿음 안에 굳건히 서라”며 “자신을 혼란 빠뜨리지 말라”고 촉구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는 진정한 길이며, 진리이며, 생명이며, 교회는 모든 결점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그분의 몸”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나의 모든 죄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 나를 영생의 거처로 받아주실 수 있도록 나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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