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채수빈 "항상 평가받는 직업…일희일비 하지 않아"
지난 연말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더 패뷸러스'를 통해 한국을 넘어 전 세계 청춘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더 패뷸러스'는 패션(fashion)이라 쓰고 열정(passion)이라 읽는 패션계에 인생을 바친 청춘들의 꿈과 사랑, 우정을 그린 하이퍼리얼리즘 로맨스 시리즈다. 채수빈은 예측 불가한 패션계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지은을 연기했다. 배우 최민호(샤이니 민호), 이상운, 박희정 등과 호흡을 맞췄다.
-넷플릭스에서 주연작을 공개했는데, 소감이 궁금하다.
"작년 겨울에 찍었는데, 이렇게 1년이 지나 공개하게 됐다. 진짜 재미있게 찍었다. 1년 뒤에 보니 너무 반갑다. 엊그제 찍었던 것처럼 느껴지는데, 추억여행 하듯이 재미있게 봤다."
-24개국 넷플릭스 상위권을 차지했는데.
"우리 작품을 동시에 전 세계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실제로 해외에 나가서, 여행을 가거나 했을 때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신기했다. 고마웠다. 드라마 '로봇이 아니야'를 많이 보셨다고 하더라. 발리에 가족 여행을 갔을 때, '로봇이 아니야'로 알아보시더라.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많이 유명해지고 있구나'를 느꼈다."
-'더 패뷸러스'에 출연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무겁지 않게 느껴졌다. 대본을 읽었을 때도, 가볍게 우리가 즐기며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고민 없이 '재미있겠다.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원래 패션에 관심이 있었나.
"예쁜 것들, 귀여운 것들을 좋아한다. 남다르게 패션에 '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쁜 걸 볼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보니 관심이 생겼던 것 같다. 이번에는 새로운 패션에 도전할 수 있어서 좋았다."
"추위를 진짜 많이 탄다. 여름 촬영이 낫다고 생각한다. 근데 늘 겨울에 매번 촬영했다. 그래서 추위를 막으려고 핫팩을 엄청 붙였다. 겨울에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부츠도 여러 켤레 신었다."
-상대 역할은 맡은 최민호가 많이 배려했나.
"'너무 춥다, 날씨'라고 하면 '괜찮아. 이겨내' 이런 장난을 많이 쳤다. 난로도 같이 쬐고. (최민호가) 이런 식으로 주변 배우들을 많이 챙겨줬다. 추웠지만, 마음만큼은 따뜻한 촬영을 했다."
-최민호와 진한 키스신을 선보였다.
다"행히 아빠가 제 키스신을 절대 안 본다. 불쾌한가 보다.(웃음) 사랑 이야기다보니 키스신을 많이 찍었는데, 본방 사수를 하더라도 나오면 채널을 돌린다. 이번 작품의 경우엔, 아빠는 봤는지 모르겠고, 엄마와 언니는 재미있게 봤더라."
-키스신을 찍으며 최민호가 많은 배려를 받았다던데.
"키스신에서 배려라는 건 어떤 것인가.(웃음) 세트에 들어가서 찍다 보니 조금 편해진 사이였어도 어색한 분위기가 있었다. 이런 격정적인 장면은 안 찍어봤다. 그래서 저도 보기가 조금 힘들다. 하하하. 그래도 잘 찍었다. 감독님이 신경을 많이 썼다."
-최민호와 같이 연기한다고 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열정 넘치는 사람으로 유명하잖나. 불꽃 카리스마 민호니까.(웃음) 우민이는 시니컬한 캐릭터다 보니,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막상 같이 촬영하니, 오빠(최민호)가 연기하며 캐릭터가 더 입체적이 됐다. 우민이의용기없고 열정 없는 모습에서 변화하는 모습이 잘 그려졌다."
-최민호는 어떤 배우 같나.
"진짜 배려도 많고, 본인보다 남을 더 생각하고 챙겨주는 사람이다. 또 같이 작품을 하고 싶다. 불편함 없이 모든 스태프의 에너지를 잘 끌어준다. 배울 게 많았다."
"기존에 연기했던 로맨틱 코미디는 사랑이 주다. 이쪽은 사랑도 사랑인데, 일에 있어서도 열정이 가득하다. 친구와의 우정 이야기도 같이 어우러져 있다. 어떤 것에만 집중한다기보다는 잘 나뉘어 있었다. 잘 분배했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지은처럼, 전 연인과 미묘한 관계로 지내는 것이 이해됐나.
"굳이 전 애인과 친구로 지내야 하나.(웃음) '절대 안돼'까진아니더라도, '굳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지은과 우민도, 보통 둘 중 한명은 마음이 있어야 관계가 유지되는 거다. 아무것도 없으면 굳이 끈을 잡을 이유가 없다. 드라마에서도 우민이 마음이 계속 있었고, 친구라는 연결고리가 있으니 그렇게 흘러간 거다."
-한국판 '에밀리 파리에 가다' 같다는 말도 있다.
"감사하다. '에밀리 파리에 간다'를 처음 나왔을 때부터 재미있게 봤다. 그런 소재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 호평에 감사하다."
-극 중 제이디 같은 갑질 톱스타가 실존하나.
"저는 보지 못했다. 잘 모르겠다. 제 주변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옛날에는 SNS가 발달하지 않아서 몰랐을 텐데, 요즘엔 다 드러나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작품도 많아지고 배우도 많아지니 다 밝혀지더라."
-지은에게 공감이 갔나.
"지은은 중간에서 조명을 받지는 않지만, 치열하게 노력하는 입장이다. '진짜 쉽지 않았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대사 중에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사람들이 몰라줘도 괜찮아. 내가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니까'라는 게 있다. 그게 지은이를 잘 표현해주는 대사 같다. 공감 가는 대사라 아직 기억에 남는다. (나 또한) 여러 평가를 받게 되는 직업이다. 이 작품이 좋다는 사람도 있지만, 혹평도 있다. 그런 것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내 일을 하고 있는걸 아니까 괜찮다'는 게 큰 위로가 됐다."
"어려웠다. 지은이 사랑스럽게 보여야 하는데, 그게 여우같이 보이면 어떡하나 걱정했다.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안 좋게 보일 수도 있으니까. 여우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신경 썼다."
-여러 사람에게 한 번에 사랑받은 경험이 있나.
"동시에 대시 받은 경험은 있다.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은 안 나는데. 없을 때는 없다가, 누군가가 연락이 오면 시기가 겹쳐서 한두명 같이 연락이 온다거나. 지은처럼 갈등하거나 이런 일이 현실에서는 없다.(웃음)"
-이상형이 무엇인가.
"옛날에는 기준이 모호했다. 이제는 코드가 잘 맞고, 배려를 많이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좋다. 자신의 방식대로 색깔대로 사람을 대하려고 하면 힘들더라. 그런 게 잘 맞는 사람을 만나야겠다."
-'SNL 코리아'에 호스트로 출연한 것이 화제였다.
"출연 후 연락이 많이 왔다.(웃음) 너무 재미있었다. 공연하듯이 관객을 초대해서 하는데, 연극하는 느낌이 들었다. 여러 테이크를 갈 수 있는 게 아니라, 한 번에 가서 공개되는 거다. 라이브한 느낌이 좋았다. 예능이지만 연기하러 간 것이니, 정말 재미있었다. 오히려 일반 예능프로그램 출연보다 더 좋았다. 욕설 연기는 '너무 곱씹어서 말했나'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좀 흘렸어야 하는데. 하하하. 망가지는 건 재미있었다. 연기적으로 망가지는 건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
"완전 P다. 앞으로를 설계하고 이런 건 전혀 없다. (서른이 되면) '조금 더 다양한 인물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는 있다. 항상 밝고 건강하고 씩씩한 인물을 연기해오다 보니, 조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지 않을까. 20대는 열심히 살았다. 잘 이겨냈다. 지나고 나면 다 어찌 됐든 공부가 되고,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밑거름이다."
-귀여운 이미지가 연기에 걸림돌이 되기도 하나.
"한편으로는 그런 이미지를 구축해서 채수빈 하면 밝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감사하다. 한편으로는 연기자로서 욕심이 생긴다. '다른 모습을 나도 연기할 수 있는데, 다른 캐릭터를 나도 보여줄 수 있는데' 이런 욕심이 생긴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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