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도 못 뗀 유보통합, 벌써부터 졸속 논란···‘2025년 통합’까지 험난

남지원 기자 2023. 1. 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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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유치원위원회 관계자들이 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영유아교육·보육통합추진위원회 및 추진단 설치·운영에 현장 교사 의견을 반영하라”며 교육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교원단체들이 교육부의 ‘유아교육·보육 통합(유보통합)’ 추진 관련 의견수렴 방식과 추진단 구성을 비판하고 나섰다. 30년 묵은, 교육계의 대표적인 난제인 유보통합을 2025년까지 시행하겠다는 교육부 계획이 첫발을 떼기도 전에 흔들리고 있다. 교사 양성과 처우, 예산 문제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그간 번번이 무산돼 온 유보통합이 이번 정부에서는 완성될지 눈길이 쏠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 등 교원단체들은 3일 일제히 기자회견을 열거나 성명을 내고 교육부가 유보통합을 졸속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29일 ‘영유아교육·보육통합추진위원회 및 추진단의 설치·운영에 관한 규정 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이달 3일까지 현장 의견을 받기로 했다. 이 규정은 교육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주요 정책 등을 심의하는 유보통합추진위원회, 복지부 공무원을 단장으로 실무를 맡는 유보통합추진위원회 등 유보통합 조직을 교육부 산하에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교원단체들은 추진위·추진단을 구성하기 위한 행정예고 기간이 단 6일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전교조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유치원들이 겨울방학이고 연말과 휴일을 포함한 이 시기에 행정예고 공문을 보낸 것은 사실상 현장의 의견을 듣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추진단 구성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교총은 “유보통합 추진단장은 복지부가 아니라 교육부 공무원이 맡아야 한다”고 했고, 교사노조연맹은 “추진위에 유초중등 교원을 대표하는 위원이 배제돼 있다”고 했다.

교원단체들이 유보통합을 추진할 조직 구성부터 날을 세우는 이유는 유보통합에 교사 양성·처우, 예산 등의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유아교육을 맡는 유치원과 보육을 맡는 어린이집은 관할 조직과 시설기준, 원아모집 방식, 교사 자격체계와 처우, 재원 등이 모두 다르다. 만 3~5세가 다니는 유치원은 ‘학교’로 분류돼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관할이고, 만 0~5세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사회복지기관으로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한다. 이 때문에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일원화해 효율성과 질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그간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1997년부터 기회가 닿을 때마다 유보통합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에는 국무조정실 산하에 유보통합추진위를 구성하고 공통 평가항목을 마련하거나 결제카드를 통합하는 데까지 나아갔지만 관리부처와 재원 통합, 교사 자격 연계 등에는 실패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후 교육개혁 과제 중 하나로 유보통합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이번에는 통합이 실현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2025년까지 유치원과 어린이집 관리를 교육청으로 일원화하겠다는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앞으로 추진과정에서도 이전 정부들이 통합에 실패했던 교사 자격과 처우 문제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치원에서 근무하는 데 필요한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은 전문대나 4년제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해야 딸 수 있지만 어린이집 보육교사 자격증은 전공과 관계 없이 학점은행제 등을 통해 취득할 수 있다. 급여 등 처우도 어린이집 교사보다 유치원 교사가 좋다. 2021년 기준 어린이집 교사는 32만1116명, 유치원 교사는 5만3457명으로 규모 면에서도 차가 크다. 이 때문에 일부 교원단체들은 0~2세 영아는 어린이집으로, 3~5세 유아는 유아학교(유치원)로 연령을 이원화하고 교사 자격도 이원화하는 ‘유보분리’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소요 재원 문제도 관건이다. 유아교육재정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보육 재정은 보건복지부 국고와 지방비에서 나온다. 여기에 만 3~5세 공통 교육과정인 누리과정 운영을 위한 특별회계가 별도로 있다. 교육부 구상대로 교육청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모두 관할하면 막대한 보육예산이 교육청으로 전출돼 지자체들이 반발할 수 있다.

교원단체들의 이날 입장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추진단·추진위 발족 일정 때문에 공교롭게도 연말에 행정예고를 하게 됐다”며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관심이 많은 사안인 만큼 균형감을 갖고 신중하게 추진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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