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STORY] “잘 아는 종목 10개 年1회 거래···12년간 누적수익률 963% 비결이죠"”

강도원 기자 2023. 1. 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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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 더퍼블릭자산운용 대표
80년대생 ‘가치투자 3세대’
일어일문학 전공한 전형적 문과생
VIP·키움證 거치며 가치투자 눈떠
창업 후 생활고에도 투자철학 유지
난상토론·역발상으로 유망종목 발굴
더존비즈온·아세아제지 등서 ‘대박’
年 4회 고객총회서 가치투자 공유
향후 ‘엔젤투자자’로 청년들 도울 것
김현준 더퍼블릭자산운용 대표는 3일 “치열한 토론 끝에 귀중하게 고른 10개 종목에 집중 가치투자한 것이 고수익률의 비결”이라며 “증시가 바닥을 지났고 이제 개인들은 경기 민감주에 투자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오승현 기자
[서울경제]

‘12년 누적 수익률 963%’

주식 투자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수익을 올리는 것, 그리고 두 자리도 아닌 세 자릿수 수익률을 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안다. 사면 내리고 팔면 오르고, 시장의 흐름은 언제나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국내 투자자문·운용 업계에 혜성같이 등장해 10년 넘는 기간에 연평균 20%대의 수익률을 꾸준히 올리는 곳이 있다. 더퍼블릭자산운용이다. VIP자산운용과 키움증권을 거친 ‘가치투자 3세대’ 김현준(40) 대표가 이끌고 있다. 임직원 10여 명에 사무실도 서울 여의도가 아닌 당산으로 살림살이는 단출하지만 투자 철학만큼은 굵고 진지했다.

◇3세대 대표 가치투자가 1000억 운용사 대표로=김 대표는 대학에서 일어일문학을 전공한 문과생이다. 하지만 증권회사를 다녔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주식에 관심이 많았다. 이제는 여의도 바닥에서 주류로 자리 잡은 ‘고려대가치투자동아리(KUVIC)’ 회장 출신이다. 동아리 후배들과 모여 기업 분석 스터디를 하며 가치투자와 종목 발굴에 자연스럽게 눈을 떴다.

졸업 후인 2008년 가치투자 명가인 VIP운용, 2012년 키움증권 주식운용역을 거치면서 제대로 된 투자 철학을 확립했다는 그는 “단순히 싼 종목이 아니라 주가가 어느 정도 올랐더라도 영업이익이 꾸준히 증가하는 등 성장성까지 고려해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더존비즈온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2008~2010년, 2013~2020년을 합쳐 50배의 수익을 냈다. 세무회계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중소기업에서 경리 회계 업무 담당자나 세무회계사무소 점유율이 97%에 달했다. 김 대표는 “VIP 시절뿐 아니라 더퍼블릭운용 창업 이후에도 가장 큰 수익을 올려준 종목”이라며 “신사업이었던 클라우드와 관련된 자회사의 합병 공시에 집중해 대주주와 한배를 타고 과감하게 투자했던 것이 비결이었다”고 말했다. 우리파이낸셜(현 케이비캐피탈) 역시 우리금융그룹 편입에 따른 조달금리 하락과 영업 네트워크 확장에 착안해 3배까지 수익을 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고환율 정책과 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북미 시장으로 진격했던 현대자동차도 효자 노릇을 했다.

김 대표는 2014년 더 자유로운 투자 환경을 찾아 현재의 더퍼블릭운용을 공동 창업했다. 이후 크라운제과·삼양식품·아세아제지 등으로 유명해졌다. 특히 2017년 중국이 폐지 수입을 막을 당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산더미같이 쌓인 폐지에서 착안해 저평가된 아세아제지를 발굴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에스엠엔터테인먼트와 덴티움 등에 투자해 수 배의 수익을 기록했다. 이 주식들의 공통점은 훌륭한 영업가치를 가졌지만 시장참여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창업 이후의 상황이 쉽지만은 않았다. 결혼 축의금을 올인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우버 드라이버로 나서기도 했다. 에어비앤비를 부업으로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투자 철학을 유지해왔다. 주식을 되팔아 회수하지 않았고 이는 과실로 돌아왔다.

◇10개 종목·회전율 100%·연 4회 고객총회 =더퍼블릭운용의 투자 원칙은 명확하다. 잘 아는 종목 10곳에만 투자한다. 투자 종목들의 회전율은 100% 정도다. 1년에 한 번 정도만 사고 판다는 소리다. 이렇기에 종목을 선정할 때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한다.

종목 선정 방법도 간단하지 않다. 소위 난상토론이라고 하는 과정을 거친다. 공동 창업자 5명이 만장일치제로 운영했던 회사다 보니 결론이 날 때까지 토론을 했다. 소위 계급장을 떼고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고, ‘절대’ ‘무조건’이라는 단어는 토론에 나오지 않도록 진지하게 회의를 진행했다. ‘내가 옛날에 해봤는데’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반박하는 것도 안 된다. 김 대표는 “경영과 투자의 세계는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어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데이터와 근거를 가진 토론으로 신선한 아이디어가 샘솟았다”고 설명했다.

근무 방식도 특이하다. 김 대표가 TV 프로그램인 ‘유퀴즈 온 더 블럭’에 나와 자유로운 근무 방식을 이야기했듯이 실제로 주 38시간만 일할 수 있다. 휴가는 결재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두 시간 단위로 쪼개 쓸 수도 있다. 정해진 시간만 채우면 한 달 단위로 탄력근무 시간을 스스로 정할 수도 있다. ‘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한국거래소 시간표에 맞춰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근태는 오히려 매니저들의 유연한 사고를 도왔다.

김 대표는 워런 버핏의 주주총회를 본따 분기에 한 번 고객총회를 연다.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고객들과 직접 만나 의견을 듣고 투자 철학을 공유한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던 2020년 미국 크루즈 회사인 카니발(CCL)에 투자했을 때 “감염병 위기에 누가 크루즈 여행을 가겠느냐” “부도 위기라는 기사를 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등의 아우성으로 행사 진행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이라 이렇게 싼 가격에 투자할 수 있다” “회사 보유 현금과 차입금 상환 일정뿐 아니라 고객들의 예약 보증금 내역과 할인 바우처 제공에 이르기까지 아주 세밀하게 재무정보를 조사했다. 절대 부도날 일 없다”고 단언했다. 이후 이 역발상 투자는 보기 좋게 들어맞았다.

현재 더퍼블릭운용의 고객은 1100여 명(증권사 자문형 랩 등 연계 고객 포함)이다. 대부분이 소문을 듣고 회사로 직접 찾아온 투자자들이다. 최소 투자 금액은 3억 원이다. 증권사를 통해 판매하는 상품은 100만 원 단위로도 가입할 수 있다. ‘더퍼블릭자산운용’이라는 이름처럼 대중에게 올바른 투자의 가치를 전달하고 싶다는 의지를 담았다.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한국형 헤지펀드뿐 아니라 소액·비대면으로 가입 가능한 상품 출시하고 있다.

◇영원히 ‘주식쟁이’ 하고 싶어···최종 목표는 엔젤투자자=김 대표 역시 지난해 하락장에서는 고전했다. 하지만 코스피지수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보다는 양호한 숫자를 기록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금리와 환율, 주식시장 전체의 주가수익비율(PER)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자잘한 거시경제 지표들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역사와 통계, 평균 회귀를 믿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라는 뜻이다. 그는 “이미 금리와 환율은 높으니 떨어질 때를 대비해야 하고 주식시장의 PER은 경기 침체를 선반영하고 있으니 회복을 점쳐도 된다”고 조언했다.

그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우선 주주들에게 높은 수익을 돌려주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후에는 엔젤투자자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2013년 창업 초 주거래은행을 찾아 대출 상담을 받은 일을 말했다. 그는 “대출을 받으려면 유형자산이 있어야 하고 만약 없다면 대출 거래 실적이 있어야 등급이 나와 대출이 가능했다”며 “사실상 신설 법인이 돈을 빌릴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주들이 만족할 만큼 회사가 성장하고 돈을 벌기 위해 근로를 하지 않아도 된다면 여윳돈을 가지고 젊은이들의 눈빛에 투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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