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의 진격, 7개월 만에 달러당 120엔대로 회복
일본은행이 초저금리 정책을 철회하고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엔화 가치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3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환율은 장중 129엔대에서 움직였다. 엔·달러 환율이 130엔을 밑돈 것은 작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엔화 가치가 7개월 사이 최고치로 뛰어올랐다는 뜻이다.
작년 10월만 하더라도 엔·달러 환율은 3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151엔대까지 치솟았다. 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는데도 일본은행이 사실상 ‘제로 금리’를 고수한 탓에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가 두드러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일본은행이 장기금리의 상한선을 전격적으로 0.25%에서 0.5%로 올리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초저금리를 기반으로 하는 ‘아베노믹스(아베 전 총리의 경제정책)’에서 탈피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엔화 가치가 눈에 띄게 올랐다. 장기금리 상한선을 높인 이후 2주 사이 엔화 가치는 약 6% 상승했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유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에서 한발 비켜있던 일본에서도 물가 상승세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작년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41년 만에 최고치였다. 일본은행은 오는 17~18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렇게 되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겠다는 사인을 낸 것으로 받아들여질 전망이다.
교도통신은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올리면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아베노믹스를 이끌었던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오는 4월 초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것도 엔화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국가 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257%에 달하기 때문에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국채 이자를 갚기가 버거워진다. 지지통신은 “금리가 인상되면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기업 대출 금리가 올라 일본 내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엔화 강세와 맞물려 달러는 작년 말 이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말하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103대에서 움직였다. 작년 6월 이후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엔화는 원화를 상대로도 값어치가 소폭 올랐다. 이날 오후 6시 하나은행 고시 기준 원·엔 환율은 100엔당 976.77원이었다. 지난달말 100엔당 950원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해 엔화 가치가 일주일도 안되는 사이에 3% 가량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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