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부동산시장 연착륙 기대…하락세 반등은 지켜봐야"
"유주택자 수요 유인…시장 안정되면 하반기부터 수요자 움직일 듯"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정부가 3일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고 분양가 상한제 지역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을 발표하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거래 정상화를 위한 바탕을 마련했다"면서도 "대내외 여건 탓에 단기간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서울 4개 구를 제외한 전 지역을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투기지역에서 해제하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에서도 전면 해제하는 내용의 규제 완화 방안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규제지역 해제에 따라 대출·세제·청약 등 전방위적인 규제가 완화되고 분양가 상한제에서 벗어난 지역은 전매제한 기간이 수도권 최대 10년에서 3년, 비수도권 최대 4년에서 1년으로 단축되고 실거주 의무도 사라진다.
전문가들은 극심한 거래절벽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선 점에서 이번 조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올해도 예상되는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우려 탓에 시장이 규제 완화에도 빠르게 반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위축된 부동산 시장의 낙폭을 줄이는 연착륙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금리 인상 랠리가 마무리되면 정책효과와 맞물려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 반등 여부는 경기침체 변수가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 거래 저해 요소를 완화해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려는 내용"이라며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더라도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라는 장기적인 정책 방향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조처가 꽉 막힌 거래의 숨통을 트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완화돼 거래절벽을 보이던 분양권 전매 시도가 서울을 중심으로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실거주 의무 폐지로 대출이나 실입주가 쉽지 않았던 일부 수요층은 임대차로 입주 잔금을 마련하거나 매각하는 등 퇴로가 열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금리인상 기조가 아직 이어지는 만큼 규제 완화가 큰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파격적인 규제완화를 통해 정책적으로 거래 활성화를 위한 문은 열었지만, 경기침체나 고금리, 낮아진 구매력 지수 등을 보면 금리 인상 속도가 멈추기 전까지는 시장이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이 바닥을 다지면 하반기부터는 수요자들이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한계에 도달하는 가구가 지난해보다 올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시장이 빠르게 움직이기는 어렵다"며 "올해 1분기 중 금리 인상이 종료되고 나면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하반기에는 집값 낙폭 둔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간 무주택자 중심으로 운영되던 청약도 대폭 달라진다.
청약에 당첨된 1주택자의 기존주택 처분 의무가 폐지되고, 주택 소유자도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에 신청할 수 있다.
대출 규제도 완화된다. 분양가와 관계없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인당 중도금 대출 보증 한도도 폐지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과 수도권 일대 인기 지역과 사업지에는 청약이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금리 인상으로 중도금 집단대출 이자가 7%대를 기록하는 등 여신 부담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2020년이나 2021년 수준의 단기 청약수요 확대나 호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매 제한이나 실거주 의무를 풀어준다고 해도 분양시장에서 수요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분양가"라며 "이자 부담 때문에 수요자들의 대출 운신 폭이 좁아져 분양가 경쟁력이 있는 곳만 선택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hi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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